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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감성 -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휴식 같은 타인의 일상
남자휴식위원회 지음, 홍민경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을 다녀온
게 언제였더라? 아주 오래전에 오사카에 갔었는데, 당시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교토는 방문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나 이틀 정도 교토에
머물러도 좋았을 것을 왜 들르지 않았을까. 아쉽도다. 교토는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도시지만 뭔가 요즘 부쩍 핫해진 것 같다. 작년부터 교토를
주제로 한 여행 에세이가 여러 권 출간됐으니 궁금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교토'라고 검색해보시길. 언제쯤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마침 눈에 띈 책으로 교토에 흠뻑 취해보았다. 그 책은 바로 매경출판사, 생각정거장의 <교토 감성>. 읽는 내내
즐겁고 풋풋했다.
<교토
감성>은 누가 썼을까? 저자 이름이 특이하다. '남자 휴식 위원회'라니... 남자들 모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토, 이카이 그리고
유일한 여성 멤버인 아요나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대만의 창작집단이라고 한다. 다토가 글을 쓰고 이카이가 사진을 찍고 아요나가 그 여행 기록을
책으로 엮어냈다. 쿵작쿵작 손발이 척척 맞는 세 청년의 즐거운 작업 덕분에 교토, 더 정확히는 사쿄 지역의 낭만적인 일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대만 사람인 다토와
이카이의 눈으로 본 교토의 사쿄 지역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맛집과 명소야 당연히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지만 여느 관광지보다는 확실히 덜
붐비는 느낌! 사람에 치이지 않고 현지의 분위기에 퐁당 빠져들고 싶다면 사쿄로 가면 좋겠다. 다토가 주로 기록한 이 여행기는 보통 가이드북과는
좀 다르다. 꼭 가봐야 할 곳이나 관광 명소가 아닌 자신들이 가보고 싶던 곳, 갔는데 너무 좋았던 곳 그리고 소개하고 싶은 곳 위주로 기록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 에세이라고 하기엔 살짝 모호하면서도 여행 에세이인 그런 책이다.
두 청년이 책을 좋아해서
나까지 덩달아 호강한 사쿄의 독립서점, 향긋한 커피를 파는 카페, 맛있는 일본 가정식을 파는 식당, 달콤한 디저트 가게까지, 행복한 여정에 푹
빠져 즐거운 마음으로 한참을 누볐다. 돌쟁이 딸을 아기띠로 안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선 채로 한참을 읽었는데, 안 자겠다고 보채다 새근새근 잠든
딸의 고운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딸, 우리도 이대로 교토에 가면 좋겠다. 눈 감았다 뜨면 그 예쁜 골목, 그 멋진 장소로 가는
거야. 그럼 진짜 좋겠다, 그렇지?'
집밥처럼 정성 가득한 한 상, 쑥스러웠던 대중목욕탕, 삐걱삐걱 케이블카, 종이 냄새 폴폴 풍기던
서점, 입에서 사르르 녹을 것 같던 디저트 가게, 마음에 쏙 드는 숙소 하물며 길에서 만난 바구니 달린 자전거까지도 낭만적이었던 그곳, 교토
사쿄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이 책은 뭐랄까, 여행 다녀온 친구가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느낌이랄까? 예의 바르고 유쾌한 두 청년이 글과
사진으로 전한 교토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장아장 걷는 딸과 그 소박한 거리를 걷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나는 그렇게 교토에
취했나 보다. '딸, 얼른 커서 엄마랑 같이 꼭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