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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 - 수채화로 그리는 복고풍 소녀의 열일곱 이야기
복고풍로맨스(정수경) 지음 / 책밥 / 2018년 8월
평점 :

곱게 땋은 머리에 올망졸망 달린 작은 꽃, 하얀 목덜미로 흘러내린 잔머리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
그 가녀린 뒷모습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소녀는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생각에 잠겨 있을까? 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소녀의
감정도 속속 바뀔 것만 같다. 부디 들꽃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짓고 있기를. 분명 만난 적 없는 소녀일 텐데 추억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듯해
자꾸 기억을 더듬게 된다. <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의 복고풍 로맨스, 정수경 작가는 꽃을 닮은 소녀를 그리며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예쁘고 특이한 머리와 옷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소녀'라는 주제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정수경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소녀는
수수하면서도 아름답고 아련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하여 유난히 눈에 띈다.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에 실린 그림은 전부 수채화인데, 재료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독자를 위해 준비물을 알려준다. 종이, 물감,
붓, 물컵 등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이 끝나면, 붓으로 선 긋기, 물감 농도와 스케치, 채색 방법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하나부터 끝까지 찬찬히 따라가게 되는 구성. 그림에 소질이 없다며 자신 없어 하는 사람도 이 책과 함께라면 소녀 그림을 어떻게든
완성할 수 있겠구나!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넋을 잃고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며 붓질을 하고 있었다. 종이도 물감도 없는 허공에
말이다. 급한 대로 재료를 사러 다이소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안타까움이 앞섰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던 시간. 여유로운 주말에 꼭 따라
그려봐야지!

책 뒤쪽에 숨겨진 보물! 예쁜 복고풍 패턴 4장과 작가의 스케치 도안이 따로 모여 있다. 원본이 상하지 않도록 스케치 도안을 복사하여 복사본을
준비. 그림 그릴 종이 위에 먹지를 깔고 그 위에 복사본을 얹어 따라 그리면 소녀 스케치 완성! 스케치를 어려워하는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심이
돋보였다. 독자를 위한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서 어찌나 훈훈하고 기분이 좋던지. 처음엔 먹지로 스케치를 따라 그리며 연습하다가 실력이 늘면 나만의 소녀를 그릴 수 있겠지? 곧 만나게
될 나의 소녀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가슴이 설렌다. 조금나 기다려, 우리 꼭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