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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이야기꾼 김제동 씨가 새로운 책을 썼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하며 반갑게 집어 든 순간 눈에 띈 문구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헌...? 법...? 띠지에 실린 해맑게 웃는 김제동 씨 얼굴 옆으로 ''헌법'이라는 따뜻한 연애편지를 여러분께 보냅니다.'라고 쓰여
있다. (어머, 김제동 씨 사진이 너무 잘 나오셨네? ^^) 주제가 헌법이라니 부담이 앞섰지만 그래도 저자를 믿고 읽기 시작!

김제동 씨는 법 조항을 읽으며 그렇게 감동했다는데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내게 법은 어렵기만 해서 그저 멀게만 느껴졌는데, 저자는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헌법을 느낄 권리가 있고 헌법은 분명 우리를 위한 법이니 더 알아보고 챙겨야 한다고 말이다.
헌법이란 우리의 권력과 권리를 명시해 놓은 우리 것이란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언변과 글솜씨에 넘어간 나는 '그런가? 그럼 일단 헌법 조항을
읽어봐야겠군!'이라며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헌법 조항은
130조까지인데, 그중 1조에서 37조까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각 조항을 순서대로 다루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물 흐르듯 유려하게 헌법 이야기를 풀어낸다. 쭉 읽다 보니 굉장히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권한과 권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국민의
소중한 투표로 선출된 대표는 국민을 대신한 권한을 갖는 것이지, 절대로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의 권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있으니 일부 엘리트 무리가 권력을 휘두르는 행태는 절대 옳지 않다는 말. 결국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우리에게 잊혔던
그 권력을 찾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헌법은 더는 내려가면 안 되는 하한선, 더 밀어붙이면 안 되는 최소한의 인간적 범위를 명시하고
재판을 받을 권리와 행복할 권리, 청원과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고문받지 않은 권리 등등 국가의 실제 권력자인 국민이
보호받고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담고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다만 현실에서 헌법의 정의로운
실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많으니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전직 대통령과 국정원
사연부터 외국 재판관과의 인터뷰까지 거침없이 풀어내는 김제동의 입담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끝없이 퐁퐁 솟았는데,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걸까 살짝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결코 무례하지 않고 더없이 정중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단단한 뼈와 심이 박혀있는 글이었기에.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걱정은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두렵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면 김제동 씨는 분명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할 테니까. '그렇게
물어봐 주는 당신이 있어 괜찮습니다.'라고 말이다.
진심이 담긴 장문의 글을 마치며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헌법을 읽고 난 다음, 여러분이 생각한,
여러분만의 헌법 1조는 무엇인가요?' 고민이 많아서인지 바라는 게 많아서인지 나는 책을 다 읽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과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헌법 1조는 무엇일까?' 오늘 밤 그 질문을 곱씹으며 잠자리를 뒤척이겠지만, 내일은 꼭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꼭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생각한, 당신만의 헌법 1조는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