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 일이 편해지고 시간도 버는 88가지 정리 아이디어
Emi 지음, 남궁가윤 옮김 / 즐거운상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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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럽게 놓여있던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묵은 먼지를 닦아내면 싱숭생숭했던 마음마저 싹 정리되어 청소는 언제나 즐겁다. 다만 그 기분 좋은 상쾌함을 맛보려면 귀차니즘이라는 절대 강자를 넘어서야 하니 팔 걷어붙이고 대청소하는 날은 1년에 손에 꼽을 정도... (갑자기 부끄럽다.) 집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인 나는 컴퓨터와 책이 쌓인 책상이 직장이자 생활공간이다. 자꾸 쌓여가는 읽어야 할 책과 수업용 자료 덕분에 책상은 늘 포화상태. 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책상이 깨끗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찰나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이다.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할 비법이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의 저자 Emi는 일본 최고의 정리 수납 전문가이자 OURHOME이라는 회사의 대표라고 한다. 집을 치워주는 TV 프로그램에서 정리 수납 전문가를 보며 진짜 저런 직업이 있구나 싶었는데 일본 역시 전문가와 전담 회사가 있다니 역시 한국과 일본은 참 비슷하다. <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4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주제는 책상 정리 아이디어, 시간 관리 아이디어, 일과 육아의 균형 잡기 그리고 마지막은 생각 정리 아이디어다. 물리적 공간, 특히 책상 정리에 온 관심이 쏠려 있었기에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의 책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간단한 정리 수납 아이디어와 사례만 볼 수 있었다. 남의 책상을 훔쳐보는 재미보다는 어떻게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 정리의 기본서!

 일단 이 책에서 말하는 책상은 사무실용에 집중되어 있는데, 몇 가지 팁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수납의 기본은 1분야 1상자, 분야별로 나눠 정리하고 라벨을 붙여라, 상자가 가득 차거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반드시 비우고 서랍은 사용 빈도와 물건 종류에 따라 모아서 수납한다, 주 1회 15분씩 정리 시간을 정해 꾸준히 지킨다 등등. 사실 엄청난 비법은 아니라서 살짝 실망하긴 했지만 깨끗하게 정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퐁퐁 솟아서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인 나에겐 좀 아쉬운 책이었지만 시간 관리, 일과 육아 균형 잡기, 생각 정리 아이디어도 읽어볼 만하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워킹맘에게 유용할 책. 아이 키우며 일하시는 위대한 워킹맘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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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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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줄리언 반스가 이번엔 담담하게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48살 수전과 19살 폴의 사랑. 70 노인이 된 폴이 50년 전 첫사랑을 추억하는 이야기. 두 사람의 나이 차만 봐도 '늙은 여우'라며 누구나 수전을 욕할 테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차마 수전을 욕할 수가 없다. 대체 수전과 폴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정확히 어쩌다 불꽃이 튄 건지 별다른 설렘도 없이 물 흐르듯 발전하는 관계가 어쩐지 이질적이면서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듯 자연스러웠던 폴의 첫사랑. 예쁜 색싯감을 만나길 바라는 어머니의 은근한 등쌀에 떠밀려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 폴은 그곳에서 48살 수전을 만난다. 한 팀을 이루어 테니스를 치고 게임이 끝난 후 폴이 수전을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제안하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테니스와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어느새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여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는데, 섹스라는 행위에 대한 묘사가 전혀 외설스럽거나 문란하지 않고 뭔가 폴과 수전이 치르는 친밀한 혹은 해방을 상징하는 행위로 느껴져 상당히 신선하고 낯설었다.

 가독성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이 책은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며칠을 나눠 읽으며 왜 나만 이렇게 읽기 힘들까 고민했지만 다른 분도 힘들게 읽었다는 얘기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한 줄, 한 줄, 까만 글씨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꾸만 기억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멍한 상태로 그 자리에서 헛돌게 되어 대체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난 폴과 수전의 사랑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나 보다. 집중하려 해도 자꾸 떠오르는 나이 차와 두 사람이 가족에 관한 괜한 걱정 때문에(이게 무슨 오지랖인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오롯이 빠져들지 못하고 자꾸 겉돌았다. 안 되겠다 싶어 폴의 사랑, 폴의 진심에 집중하자고 다짐에 또 다짐할 때쯤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깊어져 같이 사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 p13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 p 136

 한순간의 불장난으로 끝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진 건 정말 의외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피폐해진 수전을 폴마저 포기했을 때는 배신감과 서러움에 가슴이 아렸다. 하지만 폴의 진심을 알고 수전의 고통을 알기에 배신감이라는 감정은 이내 잦아들고 그저 씁쓸하고 아린 생채기를 홀로 쓸어내려야만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났지만, 첫사랑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 결국 그 사랑은 끝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인 상황. 사실 지금도 난 100% 공감할 수는 없다. 과연 이 사랑이 가능한지, 그런 진심이 있을 수 있는지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줄리언 반스가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다. 연애담이면서도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는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 그 깊은 감성을 온전히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기엔 내 그릇이 작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찌 보면 어렵고 지루하지만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은 그런 소설. 어쩌면 당신이 찾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바로 이 <연애의 기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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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왜 이래 - 더 괜찮은 나를 위한 마음 사용설명서
크리스토프 앙드레.프시콜로지 편집팀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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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나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말,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또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렇다. 사람 마음 알기가 어디 쉬운가? 다른 사람 마음은 고사하고 내 마음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고구마 먹다 목에 걸린 듯 속이 터질 지경. (갑자기 나문희 여사님이 호박고구마라고 외치시는 것 같은...호!박!고!구!마!) 알다가도 모르겠는 내 마음, 때론 진짜 알쏭달쏭한 그 마음을 유쾌하게 해설해주는 책이 출간되어 '정말 해답을 찾게 될까?'라는 기대에 부풀어 만나보았다. 부키 출판사에서 출간된 <내 마음이 왜 이래>, 정말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설명 좀 해줄래?

 <내 마음이 왜 이래>는 프랑스 최고의 심리 컨설턴트들이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100가지 마음의 문제에 관해 내려주는 명쾌한 심리 처방전이다. 질문이 100가지나 되다 보니 다소 황당하고 재미있는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고민이라 귀를 쫑긋 세우고 침을 꼴깍 삼키며 어떤 처방전이 떨어질지 집중하게 된다. '도무지 물건을 버리지 못해요', '애교가 너무 없어요', '변화가 두려워요' 등등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질문의 처방은 처음으로 되돌아가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는 마성의 책! 주제가 심리 상담이라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수 있지만, <내 마음이 왜 이래>는 통통 튀는 탱탱볼처럼 밝고 경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질문마다 2, 3명의 사례를 싣고 해결책 역시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제시해주니 어렵기만 하던 내 마음에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겪은 다양한 어려움과 그에 관한 자상하고 흥미로운 답변을 읽다 보니 몇 가지 추려지는 해결책이 있었다. 근거 없는 걱정을 털어내고 마음 편히 먹자. 긴장을 푸는 시간은 필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뚝딱 해치우려 하면 뭐든 탈이 나는 법이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뚝배기 달아오르듯 느긋하게 진행해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으니, 모든 감정에 그냥이란 없는 거다. 자기도 몰랐던 진짜 원인을 깨달아야 비로소 그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 알면서도 실천하긴 힘들지만,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며 귀하게 대접하면 어느 정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 같다. '자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마저 정도만 심하지 않다면 오히려 유용하고 건강한 감정이라 토닥여주는 친절함에 나도 모르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이것저것 묻고 의지하게 됐던 시간. 내 마음으로 가는 다리를 찾은 것 같아 행복했다. 변덕스럽고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한 분은 <내 마음이 왜 이래>로 처방받아보시는 건 어떨지?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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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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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된 순간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두손 두발 들고 환영했던 소설, <은수의 레퀴엠>. 대체 어떤 작가기에 이렇게 팬덤이 형성됐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검색해보니 제목을 들어본 책이 여러 권 고개를 내민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역시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독서는 끝이 없다. 분발하자!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이 먼저 출간되었고 <은수의 레퀴엠>은 세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될지 걱정이 앞섰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다행이었다. 앞에서 다뤘던 내용일까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긴 했지만 말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연 순간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성난 바다, 침몰하는 배, 당황하는 승객들, 배를 버리고 먼저 도망간 선원과 선장, 모두가 살고자 발버둥 치는 생지옥... 이건 가슴이 아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그날의 사건이었다. 온 국민이 울고 마음 아파하며 지금까지도 차마 추스를 수 없는 그 날의 기억을 소설의 소재로 썼다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슬그머니 화까지 났다. 소설은 소설이니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휙휙 넘겼더니 다행히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 찝찝한 마음을 어찌할꼬.

 청소년 시절에 한 소녀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여 '시체 배달부'라는 별명을 갖게 된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독한 그에게도 약한 구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소년원 교관이었던 이나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이나미의 변호를 나선 후, 피해자를 조사하다 알게 된 사실. 피해자 도치노는 10년 전 선박 사고에서 한 여성을 폭행하고 구명조끼를 갈취한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긴급 피난'이라는 카드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었다. 이나미는 그런 도치노를 왜 죽인 것일까? 그리고 이나미는 왜 도와주겠다는 미코시바를 마다하며 한사코 벌을 받겠다고 하는가!

 <은수의 레퀴엠>은 그저 재미로 읽고 끝내는 여느 미스터리와는 달랐다.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꼬집어 독자로 하여금 심각하게 고민해볼 여지를 주며 '속죄'라는 개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 죄와 속죄, 여죄와 그에 따른 파장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심란하고 어지러웠지만 살면서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기에 나름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다 읽고 서평을 쓰는 이 순간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게 밀려와 아무래도 <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으로 역주행을 시작해야겠다. 전작에서 미코시바를 만나고 돌아와 <은수의 레퀴엠>을 다시 한번 읽자. 그럼 미코시바라는 인물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걸 리셋하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를 다시 만나보는 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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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조선군 사령관 신류의 흑룡강원정 참전기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2
신류 지음, 계승범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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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에서 어느 나라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고구려를 꼽겠다. 만주벌판을 달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그 당당함과 강인함이 좋아 우리도 제발 그때처럼 기 좀 펴고 살자는 생각으로 그 시절을 안타깝게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시기를 꼽으라면 그건 단연 조선 시대다. 대한제국 직전까지 이어졌던 500년 역사의 왕조. 지지리도 못난 왕, 치맛바람으로 왕실을 뒤흔든 악녀, 충신과 간신 등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하기에 조선을 늘 매력적이다. 오늘은 <북정록>이란 책 덕분에 새로운 조선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조선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청나라는 러시아 세력을 물리치고자 조선에 파병을 요청했다. 1654년 1차 나선 정벌 이후, 1658년에 2차 원정에 나서는데, <북정록>은 그 두 번째 원정을 이끈 신류 장군이 직접 기록한 진중일기다.

 

 

 

 

 100페이지가량의 얇은 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 일단 종이가 참 마음에 들었다. 하얗고 눈부신 종이가 아니라 미색이 감도는 부드럽고 도톰한 재질로 역사를 담기에 상당히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신류 장군이 기록한 '북정록'을 만나기에 앞서 옮긴 이의 해설이 실려 있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신류라는 인물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 귀한 자료가 빛을 보게 된 사연까지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사진 자료도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

 

 

 

 

<북정록>에 담긴 신류 장군과 조선 군대의 기록을 잠시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4월 6일 - 군사 점검
5월 2일 - 출발, 첫 강을 건넘
5월 9일 - 험하고 고된 원정길을 거쳐 출발 7일 만에 청나라 군대 사령부인 영고탑에 합류
6월 10일 - 적선 11척과 대전, 대승리
8월 18일 - 조선으로 출발
8월 27일 - 드디어 귀국

  날짜를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 대체 6월 10일에 잘 싸워서 이겨놓고, 왜 8월 18일이 되어서야 귀향길에 올랐는가? 우선 전투의 승패부터 말하자면 조선군의 활약으로 압승을 거뒀다. 그럼 바로 집에 보내 줄 것이지, 왜 2달 이상 발목을 붙잡아 두었을까? 욕심 많고 이기적인 청나라 오랑캐 대장이 화근이었다. 그 인간이 적선에 실린 귀한 물건을 차지할 속셈으로 배에 불을 지르지 말라고 하여 육탄전으로 치닫게 되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자기네 싸움 도와주러 온 조선군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군량미 문제로 피를 바짝 말리는 것도 모자라(조선에서 쌀을 갖다 먹으라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2개월 넘게 조선군의 발을 묶어 두었다. 그 대장놈이 내 눈앞에 있었으면 정말 멱살을 잡고 메다꽂고 싶었던...(참아야 하느니라.) '보내줘! 보내주라고!'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는! <북정록>은 전투를 기록한 진중일기지만, 전시상황뿐 아니라 신류 장군의 마음과 당시 상황이 상세히 적혀 있어 더욱 귀한 자료다. 비 내리는 광활한 벌판의 아득한 끝을 좇으며 고국과 어버이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삼키고 안타깝게 전사한 부하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나열하며 애통해하고 부상자도 살뜰하게 챙겼던 신류 장군은 고개가 절로 숙어지는 존경스러운 지도자였다.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 바빠 조선군을 갖은 방법으로 짜증 나게 했던 오랑캐 대장에 대한 신류의 감정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이해하는 듯하다가 돌아가고 싶지만 발목이 잡혀 있을 때는 얄밉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데, 그 솔직함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덕분에 더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귀한 책을 만날 수 있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느낌! <북정록>에는 조선 장군의 기개와 부하를 아끼는 세심함부터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던 안타까움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마치 순간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남동생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꼭 읽어보고 싶다며 바로 빌려달라고 했다. 동생이 다 읽고 나면 신류 장군 칭찬도 하겠지만 아마 나처럼 오랑캐 대장놈 욕도 하겠지. 몸 사리며 제대로 통역 안 해주던 통관도 짜증 났다. 둘이서 열 올리며 수다 좀 떨면 억울하고 약 올랐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 듯. 부디 다들 <북정록>을 읽고 이 귀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시길... (같이 신류 장군 칭찬도 하고 오랑캐 대장 흉도 보면서 북정록에 감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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