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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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된 순간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두손 두발 들고 환영했던 소설, <은수의 레퀴엠>. 대체 어떤 작가기에 이렇게 팬덤이 형성됐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검색해보니 제목을 들어본 책이 여러 권 고개를 내민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역시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독서는 끝이 없다. 분발하자!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이 먼저 출간되었고 <은수의 레퀴엠>은 세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될지 걱정이 앞섰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다행이었다. 앞에서 다뤘던 내용일까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긴 했지만 말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연 순간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성난 바다, 침몰하는 배, 당황하는 승객들, 배를 버리고 먼저 도망간 선원과 선장, 모두가 살고자 발버둥 치는 생지옥... 이건 가슴이 아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그날의 사건이었다. 온 국민이 울고 마음 아파하며 지금까지도 차마 추스를 수 없는 그 날의 기억을 소설의 소재로 썼다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슬그머니 화까지 났다. 소설은 소설이니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휙휙 넘겼더니 다행히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 찝찝한 마음을 어찌할꼬.

 청소년 시절에 한 소녀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여 '시체 배달부'라는 별명을 갖게 된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독한 그에게도 약한 구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소년원 교관이었던 이나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이나미의 변호를 나선 후, 피해자를 조사하다 알게 된 사실. 피해자 도치노는 10년 전 선박 사고에서 한 여성을 폭행하고 구명조끼를 갈취한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긴급 피난'이라는 카드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었다. 이나미는 그런 도치노를 왜 죽인 것일까? 그리고 이나미는 왜 도와주겠다는 미코시바를 마다하며 한사코 벌을 받겠다고 하는가!

 <은수의 레퀴엠>은 그저 재미로 읽고 끝내는 여느 미스터리와는 달랐다.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꼬집어 독자로 하여금 심각하게 고민해볼 여지를 주며 '속죄'라는 개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 죄와 속죄, 여죄와 그에 따른 파장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심란하고 어지러웠지만 살면서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기에 나름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다 읽고 서평을 쓰는 이 순간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게 밀려와 아무래도 <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으로 역주행을 시작해야겠다. 전작에서 미코시바를 만나고 돌아와 <은수의 레퀴엠>을 다시 한번 읽자. 그럼 미코시바라는 인물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걸 리셋하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를 다시 만나보는 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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