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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왜곡과 날조로 뒤엉킨 사이비역사학의 욕망을 파헤치다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읽는
역사책! 신난다! 지금보다 조금은 한가했던 시절, EBS에서 큰별, 최태성 선생님의 고급 한국사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하곤 했다. 역사를
공부하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와 발해, 비록 당의 도움을 받았지만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
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반도에 뿌리내렸던 조선 왕조까지 더 재밌거나 덜 재밌는 역사는 있어도 재미없는 역사는 없다. 몇 대를 거슬러
올라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그 옛날 옛적 이야기가 대체 왜 이리 가슴을 설레게 할까? 그건 아마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어서 일 거다. '한국사'가 교육과정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건 정말이지 천만다행. 역사를 모르는 나라에 미래란
없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배우는
혹은 듣게 되는 그 역사
이야기가 전부 사실일까? 역사에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 반짝 떠오르는 건 역시 '독도'
문제! 지겹도록 물고 늘어지는 일본의 끈질김에 두손 두발 다 들고 싶지만, 어쩌겠니. 독도는 우리 땅인걸. 제발 너희가 인정하고 이제 포기하렴!
그 외에 또 꼽으라면 '임나일본부설' 정도? 이제 보니 나는 옳은 역사와 왜곡된 역사의 예를 잘 모르는구나.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안다고 믿었기에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건 서해문집의 신간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덕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진위를 떠나
주입식으로 외웠던 역사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늘 궁금한 일본, 중국과의 역사 분쟁까지 새로운 지식을 참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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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를 펴낸 '젊은역사학자모임'은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소장 학자들이 주축이 돼 2015년 결성한 모임으로 '사이비似而非역사학'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올바른 역사 전파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
책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제목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우니 목차를
살펴보자.
1. 고조선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2.
낙랑군은 한반도에 없었다?
3.
광개토왕비 발견과 한중일 역사전쟁
4.
백제는 정말 요서로 진출했나
5.
칠지도가 들려주는 백제와 왜 이야기
6.
생존을 위한 전쟁, 신라의 삼국통일
7.
신라 김씨 왕실은 흉노의 후예였나
8. 임나일본부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9. 발해사는 누구의 역사인가
10. 고대국가의 전성기, 언제로 봐야
할까?
11. ≪환단고기≫에 숨은 군부독재의
유산

목차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듯이,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는 그간 화제를 모았거나 틀린 줄도 모르고 옳다고 믿었던 혹은 무심히 지나쳤던
역사의 주제를 하나씩 꼼꼼하게 파헤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 한 사람이 홀로 쓴 글이라면 신뢰도가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10명의
저자가 각각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하여 작성한 글이기에 한층 두터운 믿음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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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사이비 역사학이란
무엇이고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
그
이면엔 '욕망'이라는 두 글자가 깔려 있다. 믿고 싶고, 보고 싶은 정보만 취하며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뿌리엔 물론 애국심이라는
세 글자가 있겠지만, 아닌 것을 옳다고 혹은 옳은 것을 아니라며 한반도의 역사를 그르치는 행위는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진심으로 믿겠지만 말이다.
한데,
재밌게도 이런 역사 왜곡은 근현대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고구려
멸망 후, 1200여 년의 세월을 숨죽인 채 기다렸던 광개토왕비의 비문에 실린 '왜'에 관한 구절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본, 고구려의 왜
격파설을 주장하는 한국 그리고 절대 강국으로 기억되고자 한 고구려의 욕망이 뒤섞여 진실을 가린다. 백제가 하사한 것인지 헌상한 것인지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칠지도' 그리고 임나일본부설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학설의 근거로 제시된 '일본 사기'에는 자신의 조국이 강인했노라 후대에 전하고픈
그 시절 사람들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결국,
모든 역사 왜곡의 중심에는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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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상반된 주장과 그릇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올바른 역사를 걸러낼 수 있을까?
우선,
'욕망'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역사를 '필요'에 따라 이해하면 안 된다! 억울하든 자랑스럽든 우리의 역사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선에서 올바르게 받아들여야 진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역사 왜곡을 견뎌야 하는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올바른
역사의식의 고취! 그런 의미에서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는 옳은 길을 알려줄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믿을만한 근거, 독자의
이해를 돕는 시각 자료,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아닌 건 아니고 옳은 건 옳다고 하는 객관성이
참 마음에 드는 책. 나는 역사 전공이 아니기에 어떤 역사가 옳고 틀리다 직접 주장을 펼 순 없겠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한국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니 믿을만하다고 본다. '한국사'를 공부하며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부디 많이
사랑받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