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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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전작인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의 책 소개를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지옥철 탈 필요 없이 집에서 일하면 되고 잡무도 없고 원하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면 되고 산책도 하고 카페에 가서 일해도 좋다. 이것이 바로 프리랜서의 일상이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 말은 참 옳으면서도 아니어서 살짝 욱했던 기억이 난다. 전작에 이은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에 대한 약간의 오해를 품은 채로 살아갔을지도 모를 일.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쓴 작가는 참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졌다. 괜찮은 책이다.

 번역가라고 하면 다들 어떤 언어인지만 묻곤 하는데, 번역은 같은 언어라고 해도 분야에 따라 하는 일이 굉장히 다르다. 일단 크게는 문서 번역과 영상 번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요구되는 기술과 스타일이 전혀 다르므로 번역가를 꿈꾼다면 정확히 어떤 분야로 갈지 정하고 시도해야 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일본어 전문으로 산업 번역과 문서 번역을 주로 한다고 한다. 난 언어는 영어, 분야는 영상 번역이라 작업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번역가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영업 방침 등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나름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실전편답게 번역계에서 살아남는 생존 비법에 초점을 맞춘다. 번역을 계속하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영업! 번역회사에 어떻게 지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필하여 일을 따내는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산업 번역의 실전 사례를 제시하며 다큐멘터리 3일처럼 여러 작업 에피소드를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장점! 번역 공부법과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 그리고 자신의 책을 통해 번역가로 데뷔한 이들의 이야기까지. 실전편으로 손색이 없는 구성이라고 본다. 열심히 번역하며 책도 저술하는 작가의 성실함과 자신의 노하우를 최대한 알려주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다만, 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라 그 직업이 갖는 단점보다는 장점에 치중한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틀린 얘기는 하나도 없다. 시간 조율이 자유롭고 어디에서든 작업할 수 있어 좋은 것도 다 맞지만 사실 이게 생업으로 연결되다 보니 말처럼 아름답고 여유롭지만은 않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단점은 '불규칙한 수입'과 '일에 쫓기는 생활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딱 2장을 차지하는데, 나는 핑크빛 일상을 꿈꾸며 번역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피 터지게 노력할 각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번역을 처음 시작하면 한 달 꼬박 일해도 수입은 고작 몇십만 원이고 그마저도 일이 없으면 반백수다. '번역가'라는 직업에 느끼던 동경과 호감은 생활에 쪼들리면 한순간에 무색해지니 정말 잘 생각해야 한다. 사실 아카데미를 통해 번역가로 데뷔하는 사람은 많지만 6개월 후에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이 바닥은 물고 뜯기는 살벌한 곳이기 때문이다. 뭐 결국 따지고 보면 똑같은 장단점을 두고 마음가짐의 차이겠지만...

 나 역시 번역가가 되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공부하고 밤을 새워가며 서툰 번역을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번역을 하고 싶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이 책을 바라보니, 지금 번역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겐 참으로 큰 위로와 응원이 되겠구나 싶다. 그 시절엔 이렇게 꼼꼼하게 알려주는 책도 없었는데, 세상 참 좋아졌구나. 앞으로 번역계를 이끌어갈 다음 번역 세대를 응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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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살인사건 - 검안을 통해 본 조선의 일상사
김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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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내 취향을 저격하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신간! 이젠 휴머니스트 책이라면 일단 믿고 볼 정도의 애정에 이르렀는데 이번 책도 역시 대단하다! 조선사 연구자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검안을 풀어내 책으로 꾸린 <100년 전 살인사건>. 어떻게 이런 책을 출간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에 또 감탄. 이 책을 통해 기존 사극이나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조선의 새로운 일면을 만났다. 자, 그럼 100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 조사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 '검안'이란 무엇인가?
 조선 시대, 살인사건 현장에 출동한 조사관이 시신을 검시하고 관련자를 취조한 후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모든 정황을 세세하게 기록한 문서 

  <100년 전 살인사건>에는 검안을 토대로 15개의 사건 이야기가 실려 있다. 검안에는 검시 과정과 사인, 사건 현장 조사, 용의자와 목격자 심문, 전반적인 사건 정황 등 사건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지독할 정도로 세세하게 담겨 있다. 그 시절에도 '검시'를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운데, 시신을 개복하여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현대의 검시와는 좀 달랐다. 조선 시대의 검시는 주로 낯빛, 상흔 그리고 조사관 사이에 전해지는 일종의 노하우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오래전 흉기로 사용됐던 칼은 빨갛게 달군 후 강한 식초를 뿌리면 핏자국이 선명히 드러난다거나 식초와 술지게미 등을 이용해 상처 자국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법과 같은 과학적인 노하우부터 죽은 자의 뼈에 떨어트린 피가 스며들면 친자로 인정하는 말도 안 되는 친자 판별법까지 조선 시대 조사관의 노하우는 상당히 다양했다. 예나 지금이나 '감'과 '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법. 그 시절에도 조사관이 확신을 품고 재차 조사하여 미궁에 빠질뻔한 사건을 해결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범죄라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일까? 그 일련의 과정이 지금과 너무 비슷하여 세월의 격차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풍성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사연
 
 <100년 전 살인사건>에는 실제 사건 조사 일지(검안)와 그 시절 생활상 혹은 조사 과정 등을 그린 그림 자료가 여럿 실려 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살인사건이 벌어진 원인과 사건의 진상! 부인을 때려 죽이고는 목을 매어 자살한 것으로 꾸민 남편, 여인을 겁탈하려다 패 죽이고 여우인 줄 알았다는 어린 양반놈, 남편을 죽인 딸을 용서치 못하고 단죄한 친정엄마, 아이를 납치해 간을 빼먹은 나환자 등등,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애끓는 유가족의 고통,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여러 이유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의 변명까지 어쩌면 현대와 이렇게 판박이인지! 범죄 수법과 죄를 면하려는 꼼수까지 너무나 비슷하여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시절에도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핑계로 감형을 청하는 철면피들이 있었다니 더 말할 필요 없을 듯.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가 즐비한 세상이라 이젠 심신미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데 조선 시대에도 그런 인간이 있었다니... 에효, 한숨만 나온다.

 

 

 

 

 살인사건 조사 일지가 이렇게 재밌을 거라고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검안'에는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과 사고방식, 그 시절의 시대상까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가 한가득하다. <100년 전 살인사건>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조선의 실상은 꿈틀대며 살아 숨 쉬는 조선, 그 자체!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역동적인 흐름과 내밀한 인간사에 푹 빠져 조선의 사건 현장을 한참 동안 헤매다 힘겹게 현실로 돌아왔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조선 시대를 엿보는 특별한 역사 수업.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다들 놓치지 않고 꼭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으니 2편을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을 터이니, 후속편도 꼭 출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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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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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입소문에 꽤 오르내린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내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그랬다. 읽고 싶어 빌리려고 하면 도서관은 늘 예약이 꽉 차 있고, 인터넷 서점에서 선물 끼워주는 행사를 놓쳐 다음을 기약하고, 중고서점에서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이 돈이면 차라리 새 책을 사지라며 내려놓기를 반복. 그러다 보니 <미움받을 용기>와의 줄다리기는 지금까지도 느릿느릿 이어지고 있다. 무심코 든 생각, '이 저자와 난 인연이 없나?'. 하지만! <마흔에게>라는 신작으로 드디어 기시미 이치로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만남, 그리고 '마흔'이라는 숫자에 가슴이 두근두근!

 흔히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하는 '나이'란 녀석은 참 신기하다. 젊고 혈기 왕성한 20대 때는 가진 것 없고 먹고 살 걱정에 막막한데, 30대 때는 가정을 꾸리랴, 사회에서 살아남으랴 정신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뭐 하나 온전히 내주는 법이 없는 나이라는 녀석. 아직 못 만났지만 몇 년 후면 닥칠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쩐지 애잔하고 가슴이 저릿해서 생각만 해도 좀 씁쓸하다. 그런 내게 찾아온 선물일까? <마흔에게>라는 책에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세월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위로가 담겨 있다.

 

 

 

 

 

■ 늙어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건전한 우월성' -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할 수 있다는 의욕과 작은 성취감 그리고 긍정의 기운을 쌓아가세요.

'오늘은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병을 앓고 나서야 얻은 것' - 인생을 보는 눈,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마음.

'먼 장래에 대해, 혹은 남은 시간에 대해 고민해봤자 아무것도 그 어떤 답도 나오지 않습니다.' - p83

'앞날을 염려한다는 건 '지금, 여기'를 소홀히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86

'나이를 먹어도 자신에게는 무한한 시간이 있다고 믿고 의연하게 사세요'

'어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요건' 1.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라 2.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3.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하라.

 

 

 

작가의 메시지를 읽은 나는...

 사실, 요즘 들어 늘 내일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에 회의를 느끼던 차였다. 엄마가 들으시면 '까불고 있네'라며 등짝을 한 대 치시겠지만, 젊던 엄마도 어렸던 딸도 이제는 하루하루 오손도손 다투며 함께 나이 들어간다. 지나간 세월이 아쉽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서럽지만, 아무것도 없던 20대로 돌아가라면 난 망설일 것 같다. 그 시절은 그 나름대로 너무 힘들었기에... 그 치열했던 10여 년을 다시 견딜 자신이 없기에... 그런 내게 지금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세월을 맞이하라는 작가의 조언은 참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괜찮다. 지금 당신 그대로 좋다'라는 따스한 한 마디가 주는 위력에 새삼 놀라며 '나 많이 약해져 있었구나'라며 자신을 보듬었다. 작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기고 쓴 책이기에 나이 듦과 죽음 그리고 가족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하나에서 그저 머리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말하고 있음이 느껴졌던 책. 그 크고 작은 울림이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져 충분히 위로받아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오늘과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고마운 편안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 만족! 왜 책 제목이 <마흔에게>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20대가 공감하기엔 좀 먼 이야기고 마흔을 바라보는 30대가 읽기에 안성맞춤인 이야기. 그렇다고 마흔을 넘긴 독자는 감동하고 공감하지 못할 거라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만나기엔 마흔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 이 책은 중년을 바라보는 지친 30대와 40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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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왜곡과 날조로 뒤엉킨 사이비역사학의 욕망을 파헤치다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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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는 역사책! 신난다! 지금보다 조금은 한가했던 시절, EBS에서 큰별, 최태성 선생님의 고급 한국사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하곤 했다. 역사를 공부하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와 발해, 비록 당의 도움을 받았지만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 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반도에 뿌리내렸던 조선 왕조까지 더 재밌거나 덜 재밌는 역사는 있어도 재미없는 역사는 없다. 몇 대를 거슬러 올라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그 옛날 옛적 이야기가 대체 왜 이리 가슴을 설레게 할까? 그건 아마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어서 일 거다. '한국사'가 교육과정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건 정말이지 천만다행. 역사를 모르는 나라에 미래란 없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배우는 혹은 듣게 되는 그 역사 이야기가 전부 사실일까? 역사에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 반짝 떠오르는 건 역시 '독도' 문제! 지겹도록 물고 늘어지는 일본의 끈질김에 두손 두발 다 들고 싶지만, 어쩌겠니. 독도는 우리 땅인걸. 제발 너희가 인정하고 이제 포기하렴! 그 외에 또 꼽으라면 '임나일본부설' 정도? 이제 보니 나는 옳은 역사와 왜곡된 역사의 예를 잘 모르는구나.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안다고 믿었기에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건 서해문집의 신간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덕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진위를 떠나 주입식으로 외웠던 역사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늘 궁금한 일본, 중국과의 역사 분쟁까지 새로운 지식을 참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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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를 펴낸 '젊은역사학자모임'은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소장 학자들이 주축이 돼 2015년 결성한 모임으로 '사이비似而非역사학'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올바른 역사 전파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 책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제목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우니
목차를 살펴보자.

1. 고조선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2. 낙랑군은 한반도에 없었다?
3. 광개토왕비 발견과 한중일 역사전쟁
4. 백제는 정말 요서로 진출했나
5. 칠지도가 들려주는 백제와 왜 이야기
6. 생존을 위한 전쟁, 신라의 삼국통일
7. 신라 김씨 왕실은 흉노의 후예였나
8. 임나일본부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9. 발해사는 누구의 역사인가
10. 고대국가의 전성기, 언제로 봐야 할까?

11. ≪환단고기≫에 숨은 군부독재의 유산

 

 

 

 

 

 목차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듯이,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는 그간 화제를 모았거나 틀린 줄도 모르고 옳다고 믿었던 혹은 무심히 지나쳤던 역사의 주제를 하나씩 꼼꼼하게 파헤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 한 사람이 홀로 쓴 글이라면 신뢰도가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10명의 저자가 각각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하여 작성한 글이기에 한층 두터운 믿음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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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대체 사이비 역사학이란 무엇이고 그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

그 이면엔 '욕망'이라는 두 글자가 깔려 있다. 믿고 싶고, 보고 싶은 정보만 취하며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뿌리엔 물론 애국심이라는 세 글자가 있겠지만, 아닌 것을 옳다고 혹은 옳은 것을 아니라며 한반도의 역사를 그르치는 행위는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진심으로 믿겠지만 말이다.

한데, 재밌게도 이런 역사 왜곡은 근현대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고구려 멸망 후, 1200여 년의 세월을 숨죽인 채 기다렸던 광개토왕비의 비문에 실린 '왜'에 관한 구절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본, 고구려의 왜 격파설을 주장하는 한국 그리고 절대 강국으로 기억되고자 한 고구려의 욕망이 뒤섞여 진실을 가린다. 백제가 하사한 것인지 헌상한 것인지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칠지도' 그리고 임나일본부설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학설의 근거로 제시된 '일본 사기'에는 자신의 조국이 강인했노라 후대에 전하고픈 그 시절 사람들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결국, 모든 역사 왜곡의 중심에는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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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이런 상반된 주장과 그릇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올바른 역사를 걸러낼 수 있을까?

우선, '욕망'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역사를 '필요'에 따라 이해하면 안 된다! 억울하든 자랑스럽든 우리의 역사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선에서 올바르게 받아들여야 진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역사 왜곡을 견뎌야 하는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올바른 역사의식의 고취! 그런 의미에서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는 옳은 길을 알려줄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믿을만한 근거, 독자의 이해를 돕는 시각 자료,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아닌 건 아니고 옳은 건 옳다고 하는 객관성이 참 마음에 드는 책. 나는 역사 전공이 아니기에 어떤 역사가 옳고 틀리다 직접 주장을 펼 순 없겠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한국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니 믿을만하다고 본다. '한국사'를 공부하며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부디 많이 사랑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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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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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억 파단자? 책을 가만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파탄'은 익숙한데, '파단'이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유추할 순 있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도록 검색해보자

 

 

 

파단 破斷
재료가 파괴되거나 잘록하여져서 둘 이상의 부분으로 떨어져 나가는 일.

 

 

 화제의 베스트셀러 <앨리스 죽이기>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신작이라 상당히 기대가 컸던 <기억 파단자>. 이 소설은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니키치와 사람의 기억을 멋대로 조작하는 살인마, 키라. 우리의 주인공 니키치는 과연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이 살인마의 존재를 눈치챈 걸까? 낯선 방에서 눈을 뜬 니키치는 오로지 자신이 적은 노트에 의존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또 파악하기를 반복한다. 수십 분 후면 기억이 싹둑 잘려나가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그 상황을 맞이하는 니키치도 답답해 죽을 노릇이지만 보고 있는 나는 더 속이 터진다. 니키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잠시, 곧 살인마 키라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이런 미친 자식, 정말 극악무도한 살인마다. 신체를 접촉하여 멋대로 상대의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끌어간다. 그저 돈을 훔치고 폭행하는 정도로 끝났어도 괘씸할 지경인데, 키라라는 이 자식은 여성을 노리개처럼 희롱하며 끔찍하게 살해할 뿐 아니라, 부딪치거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별거 아닌 이유로 밥 먹듯이 살인을 반복한다. 그 잔인함과 당당함이 너무 거슬려서 키라만 등장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더라. 다시 생각해도 참 나쁜 놈이다!

 

 기억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도 살인마와 맞서 싸우는 의로운 니키치와 인정 없는 살인마 키라와의 대결은 사실 손에 땀을 쥘 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니키치의 기억이 자꾸 끊어지는 탓에...),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인해 어서 결말을 알고 싶어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가독성이 탁월하여 424페이지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마지막 장에 도달하지만, 결말을 맞이한 순간 과연 올바른 트랙을 따라 이 질주를 끝마친 건지 불현듯 솟아오르는 의구심. 나는 니키치를 아니 이 상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키라가 나쁜 놈인 건 확실한데... <기억 파단자>의 모호한 결말로 인해 책을 다 읽고 30분은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달려왔건만, 대체 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소설에 앞서 다른 이야기가 또 있다는데, 그 책과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 이해가 되려나? 함께 읽은 다른 이웃님들과 이야기해봐도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 으으... 답답하다. 그런데도 누군가 이 책을 읽어도 되겠냐 묻는다면 난 강력 추천이다. 비록 알쏭달쏭한 결말로 인해 니키치 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복잡해졌지만, 키라를 쫓고 사건을 해결하는 니키치의 행보가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하니 꼭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 왠지 후속작도 나올듯한 분위기다. 니키치, 내가 꼭 진상을 알아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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