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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입소문에 꽤
오르내린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내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그랬다. 읽고 싶어 빌리려고
하면 도서관은 늘 예약이 꽉 차 있고, 인터넷 서점에서 선물 끼워주는 행사를 놓쳐 다음을 기약하고, 중고서점에서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이 돈이면
차라리 새 책을 사지라며 내려놓기를 반복. 그러다 보니 <미움받을 용기>와의 줄다리기는 지금까지도 느릿느릿 이어지고 있다. 무심코 든
생각, '이 저자와 난 인연이 없나?'. 하지만! <마흔에게>라는 신작으로 드디어 기시미 이치로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만남, 그리고 '마흔'이라는 숫자에 가슴이 두근두근!
흔히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하는 '나이'란 녀석은 참 신기하다. 젊고 혈기 왕성한 20대 때는 가진 것 없고 먹고 살 걱정에 막막한데, 30대 때는 가정을 꾸리랴,
사회에서 살아남으랴 정신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뭐 하나 온전히 내주는 법이 없는 나이라는 녀석. 아직 못 만났지만 몇 년 후면 닥칠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쩐지 애잔하고 가슴이 저릿해서 생각만 해도 좀 씁쓸하다. 그런 내게 찾아온 선물일까? <마흔에게>라는 책에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세월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위로가 담겨 있다.

■■■ 늙어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건전한
우월성' -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할 수 있다는 의욕과 작은 성취감 그리고 긍정의 기운을
쌓아가세요.
'오늘은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병을
앓고 나서야 얻은 것' - 인생을 보는 눈,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마음.
'먼
장래에 대해, 혹은 남은 시간에 대해 고민해봤자 아무것도 그 어떤 답도 나오지 않습니다.' - p83
'앞날을
염려한다는 건 '지금, 여기'를 소홀히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86
'나이를
먹어도 자신에게는 무한한 시간이 있다고 믿고 의연하게 사세요'
'어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요건' 1.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라 2.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3.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하라.

■■■ 작가의 메시지를 읽은 나는...
사실, 요즘 들어 늘 내일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에 회의를 느끼던 차였다. 엄마가 들으시면 '까불고
있네'라며 등짝을 한 대 치시겠지만, 젊던 엄마도 어렸던 딸도 이제는 하루하루 오손도손 다투며 함께 나이 들어간다. 지나간 세월이 아쉽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서럽지만, 아무것도 없던 20대로 돌아가라면 난 망설일 것 같다. 그 시절은 그 나름대로 너무 힘들었기에... 그 치열했던
10여 년을 다시 견딜 자신이 없기에... 그런 내게 지금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세월을 맞이하라는 작가의 조언은 참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괜찮다. 지금 당신 그대로 좋다'라는 따스한 한 마디가 주는 위력에 새삼 놀라며 '나 많이 약해져 있었구나'라며 자신을 보듬었다.
작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기고 쓴 책이기에 나이 듦과 죽음 그리고 가족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하나에서 그저 머리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말하고 있음이 느껴졌던 책. 그 크고 작은 울림이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져 충분히 위로받아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오늘과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고마운 편안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 만족! 왜 책 제목이
<마흔에게>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20대가 공감하기엔 좀 먼 이야기고 마흔을 바라보는 30대가
읽기에 안성맞춤인 이야기. 그렇다고 마흔을 넘긴 독자는 감동하고 공감하지 못할 거라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만나기엔 마흔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 이 책은 중년을 바라보는 지친 30대와 40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