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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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전작인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의 책 소개를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지옥철 탈 필요 없이 집에서 일하면 되고 잡무도 없고 원하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면 되고 산책도 하고 카페에 가서 일해도 좋다. 이것이 바로 프리랜서의 일상이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 말은 참 옳으면서도 아니어서 살짝 욱했던 기억이 난다. 전작에 이은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에 대한 약간의 오해를 품은 채로 살아갔을지도 모를 일.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쓴 작가는 참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졌다. 괜찮은 책이다.

 번역가라고 하면 다들 어떤 언어인지만 묻곤 하는데, 번역은 같은 언어라고 해도 분야에 따라 하는 일이 굉장히 다르다. 일단 크게는 문서 번역과 영상 번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요구되는 기술과 스타일이 전혀 다르므로 번역가를 꿈꾼다면 정확히 어떤 분야로 갈지 정하고 시도해야 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일본어 전문으로 산업 번역과 문서 번역을 주로 한다고 한다. 난 언어는 영어, 분야는 영상 번역이라 작업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번역가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영업 방침 등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나름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실전편답게 번역계에서 살아남는 생존 비법에 초점을 맞춘다. 번역을 계속하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영업! 번역회사에 어떻게 지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필하여 일을 따내는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산업 번역의 실전 사례를 제시하며 다큐멘터리 3일처럼 여러 작업 에피소드를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장점! 번역 공부법과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 그리고 자신의 책을 통해 번역가로 데뷔한 이들의 이야기까지. 실전편으로 손색이 없는 구성이라고 본다. 열심히 번역하며 책도 저술하는 작가의 성실함과 자신의 노하우를 최대한 알려주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다만, 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라 그 직업이 갖는 단점보다는 장점에 치중한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틀린 얘기는 하나도 없다. 시간 조율이 자유롭고 어디에서든 작업할 수 있어 좋은 것도 다 맞지만 사실 이게 생업으로 연결되다 보니 말처럼 아름답고 여유롭지만은 않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단점은 '불규칙한 수입'과 '일에 쫓기는 생활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딱 2장을 차지하는데, 나는 핑크빛 일상을 꿈꾸며 번역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피 터지게 노력할 각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번역을 처음 시작하면 한 달 꼬박 일해도 수입은 고작 몇십만 원이고 그마저도 일이 없으면 반백수다. '번역가'라는 직업에 느끼던 동경과 호감은 생활에 쪼들리면 한순간에 무색해지니 정말 잘 생각해야 한다. 사실 아카데미를 통해 번역가로 데뷔하는 사람은 많지만 6개월 후에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이 바닥은 물고 뜯기는 살벌한 곳이기 때문이다. 뭐 결국 따지고 보면 똑같은 장단점을 두고 마음가짐의 차이겠지만...

 나 역시 번역가가 되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공부하고 밤을 새워가며 서툰 번역을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번역을 하고 싶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이 책을 바라보니, 지금 번역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겐 참으로 큰 위로와 응원이 되겠구나 싶다. 그 시절엔 이렇게 꼼꼼하게 알려주는 책도 없었는데, 세상 참 좋아졌구나. 앞으로 번역계를 이끌어갈 다음 번역 세대를 응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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