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닥토닥, 숲길 -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
박여진 지음, 백홍기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안타깝게 주말이 지나버린 월요일 저녁이면 늘 다짐하곤 한다. '우리 이번 주말엔 꼭 놀러 가자. 가까운 곳이라도 좋아.' 하지만 책벌레인 내가
외출보다 달콤한 개인 시간을 택해버리면 신랑, 나 그리고 두 살 꼬마는 각자 혹은 함께 뒹굴뒹굴 뒤엉겨 주말을 보내기 일쑤. 월화수목금금금인
우리 집은 누적된 피로와 만만찮은 육아에 허덕이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내가 말해놓고도 다시 보니 우리 집 참 안쓰럽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책이 바로 <토닥토닥, 숲길>. '토닥토닥'과 '숲길'의 조화라니, 이런 취향 저격이 있나! 갑자기 숲의 푸르른 향기가
코끝에 감도는 것 같다. '어서 와, 이 책은 처음이지?'라는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펼친 책날개에 쓰여 있는 작가 소개. 글을 쓴 박여진
작가는 번역가고 사진을 찍은 백홍기 작가와 부부라고 한다. 작가의 직업이 번역가라서일까? 이 책 정말 끌린다.

오랜 친구였기에 부부가 된 후에도 여전히 친구 같은 두 작가. 두 사람이 가는 길마다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가을날 곱디고운 단풍이 고개
숙여 쓰다듬어 줄 것만 같은 따스함이 묻어난다. 물론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어째 이건 그저 한쪽의 투정으로 끝나버리니 그마저도 귀엽다. 부부가
새벽에 훌쩍 어딘가로 떠나 맞이하는 해돋이와 맛있는 아침 식사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올빼미족인 우리 신랑과 나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새해
다짐으로 몇 년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이 되기를 빌지만, 아직도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안타깝도다.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동안 조금씩 습관을 들이면, 2019년엔 아침형 인간과 주말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작가 부부가 다녀온
여행지를 되짚어 보자. 강화 교동도, 춘천, 파주, 횡성, 영월, 태백, 정선, 하동, 공주, 구례, 화순, 안동, 괴산, 청도, 거제도,
남해까지 총 16곳. 각 장소에서 방문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와 자세한 팁, 추천 일정과 먹거리,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등등 친절하고 세세한
정보에 감탄하며 이 정도까지 알려주는데 꼭 가봐야겠다 몇 번을 다짐했더랬다.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지도가 없다는 것. 작게나마 여행지가
지도상에서 어디쯤인지 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 외엔 전부 만족!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생기 넘치고 아늑한 사진에
따스하고 유쾌한 글이 더해져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던 책. 아직 운동화 끈도 매지 못했지만, 마음은 훨훨 날아 숲길을 거닐고 있던 행복한
순간. 급하게 서둘지 말고 느긋하게 다녀오자. 이 소중한 감성을 고이 간직한 채, 숲길에 바스락 첫발을 디디는 그 순간 아낌없이 뿜어내리라.
숲길, 기다려.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