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계절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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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타샤의 계절
지은이: 타샤 튜더
옮긴이: 공경희
펴낸 곳: 윌북

 

 타샤 할머니를 어떻게 알게 됐더라? 참 이상하다. 이렇게나 좋아하고 동경하는데 첫 만남이 기억나지 않는다니. 어쨌든 타샤 할머니의 따스한 그림이 좋아 시작된 관심은 할머니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알게 되며 절절한 팬심으로 바뀌었더랬다. 그때만 해도 아직 살아계셨는데 지금은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니 유난히 더 그립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할머니도 아닌데, 언제든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고 따스하게 안아줄 것만 같은 그 포근함에 내 나이도 잊은 채 한 없이 어리광부리며 파고들고 싶었다. 살아 생전에 한번이라도 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타샤 할머니, 그곳은 어때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타샤 할머니와의 만남은 또 다른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졌는데 그건 바로 윌북 출판사다. 타샤 할머니의 소중한 책을 예쁘게 출간하는 윌북 출판사. 덕분에 타샤 할머니를 추억하고 보고 싶을 때면 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타샤 할머니의 골수팬인 나에게는 은인인 셈! 한국어로 첫 출간된 후 세월이 흘러 타샤 할머니 책이 예쁜 옷을 입은 개정판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만난 『타샤의 계절』 역시 2014년에 출간됐던 『타샤의 특별한 날』의 개정판이 다. 구판과 신판 모두 모으는 재미가 있어서 자꾸 지나치지 못하고 욕심을 내게 된다. 『타샤의 계절』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까? 할머니의 소중한 열두 달을 훔쳐보자.

 

 

 

 

 한 해의 마지막 날, 모닥불을 피워 놓고 다 함께 춤추며 새해를 맞고 풍성한 새해 만찬도 먹는다. 1월 6일엔 염소 썰매 경주를 하는데 1등을 하면 상도 받는다. 저녁엔 옷을 차려입고 연극까지! 2월, 밸런타인데이에는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고 체리 파이를 만들어 먹고 3월에는 나무즙을 모아 메이플 시럽을 만든다. 4월, 부활절 달걀 트리를 만들고 5월에는 이웃집 문 앞에 몰래 꽃바구니를 선물한다. 6월, 세례요한 축일에 인형극을 하고 7월, 독립기념일에는 폭죽놀이를 8월에는 생일 축하 파티를 즐긴다. 9월, 노동절에는 인형 잔치를 열고 10월에는 사과 주스를 짜고 핼러윈 파티를 연다. 11월, 추수감사절 파티를 즐기고 12월, 1년 중 최고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날 밤에는 온 가족이 트리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간단히 적어서 그렇지 실은 더 많은 행사가 진행되어 타샤 할머니네 집은 1년 365일 중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 타샤 할머니가 물려주신 가족의 전통은 지금도 손자 손녀에게 이어져 잘 지켜지고 있다는데 온 가족이 모여 할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할 그 순간을 떠올리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나 보고 싶고 얼마나 그리울까. 다시 책으로 돌아가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타샤의 계절』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를 따스한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타샤 할머니가 직접 그린 특별하고 소중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할머니의 가족이 되어 파이를 먹고 꽃놀이 가고 정원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한없이 행복해진다. 물리적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똑딱똑딱 흘러가는 할머니의 변치 않는 시간에 흠뻑 취해 언제까지도 함께하고 싶어지는 『타샤의 계절』. 내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던 타샤 할머니의 보석 같은 열두 달. 이 감성과 따스함을 소중한 당신께도 전하고픈 깊은 밤, 오늘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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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개정증보판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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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지은이: 안광복
펴낸 곳: 사계절 출판사

 

 사상이라... 사상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떠올리지 않을까? 사상 차이에서 비롯된 전쟁으로 분단된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는 잘 대답했지만, 또 어떤 사상이 있냐고 물으면 우물쭈물 망설이며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인간이 살아온 수천 년 동안 과연 얼마나 다양한 사상이 존재했을까? 인문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내가 또 발동이 걸렸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어 차오르는 갈증.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고마운 책이 바로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이다. 사상을 다룬 책이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의 개정 증보판인 이 책은 교과서보다 훨씬 재밌고 어려운 전문 서적보다 쉬워서 쏙쏙 이해되니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우선, 책의 구성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은 32가지 사상을 정치, 철학과 예술, 국가, 경제, 사회라는 5개의 큰 줄기로 나누어 주제에 맞게 설명한다. 사상 한 꼭지가 끝나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철학 물음'이라는 코너에서 앞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여 생각해볼 문제를 제시해주고 '더 읽어 볼 책' 코너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도서를 추천해준다. 잘 공부하고 복습하며 혹시 헷갈리는 부분은 다시 찾아 읽으니 학창시절에 세계사와 윤리를 공부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아~ 옛날이여!) 외국에서 발생하여 퍼진 다양한 사상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와 접목하여 앞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니 굉장히 유익하다. 학교 교과서가 이 책이면 아이들도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텐데...

 다양한 사상을 접하면 접할수록 나의 무지함을 통감했던 부끄러웠던 시간. 계몽이란 무엇인가? 과학 혁명, 항해술, 인쇄술의 발전으로 지식이 폭발하여 모두 눈을 뜬 사상인 줄만 알았는데, 그 계몽주의가 실은 왕따의 씨앗이며 더 합리적인 사람과 덜 합리적인 사람으로 편을 가르는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셨는지? 민주주의라도 다 똑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며, 집단 이기주의와 민주주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보수주의라고 하면 그저 꼭꼭 걸어 잠그고 외부에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거라 배웠건만, 실은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는 입장이 보수주의라고 한다. 그 외에 나쁜 1%를 몰아내고 서민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퓰리즘이나 허무주의의 다른 말인 니힐리즘과 같이 낯선 사상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요점을 집어 간략하게 설명해주니 전공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그저 인문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일반인인 나에게는 쉽고 재밌게 사상을 접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곳곳에 컬러로 배치된 명화와 그림 등의 시각 자료도 최고!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ism)이 과연 어떤 사상일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술술 읽히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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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FIVE (특별한정판)
댄 자드라 지음, 주민아 옮김 / 앵글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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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파이브
지은이: 댄 자드라
옮긴이: 주민아
펴낸 곳: 앵글북스

 

 5년. 우리에게 5년이란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일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가장 형님인 6학년이 될 준비를 하고, 혹은 중1에서 고2 과정을 마친 예비 고3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첫발을 내딛는 기간.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의 매 순간은 정해진 여정이 있고 목표가 있기에 바쁘지 않고 한가한 5년이란 없었다. 하지만 20대 중반을 넘어 30대를 지나 40 혹은 5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면? 그 5년은 또 다르다. 이전까지는 누군가 정해준 대로 혹은 사회 분위기 대로 달렸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자신만의 리그가 펼쳐진다는 사실!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만난 『파이브』란 책은 이 순간부터 2023년 12월의 나를 만나기까지 앞으로 5년을 열심히 살아갈 든든한 동지가 되어 주었다. 그 긍정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늘 후회하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우리. '이러면 어떨까?'라는 삶의 가정법을 '이렇게 된다'라는 긍정 직설법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에게 하나의 약속을 부여하자. '사명 선언서'를 작성하여 인생에서 꼭 지킬 혹은 지키고 싶은 일을 선언하라. 5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써보자. 단순하고 작은 목표라도 좋으니 구체적으로 쓸 것! 매일 한두 시간씩 꾸준히 글을 쓰면 한 권의 책이 된다(이 부분에서 정말 뜨끔. 언젠가는 꼭 글을 쓰고 싶다고 말로만 떠들던 내 모습을 반성함). '언젠가'라는 섬에 갇혀 살지 말고 '까르페 디엠!' 지금 당장 삶을 즐겨라(이 책은 나를 꿰뚫어 보는 것인가? 내가 '언젠가'라는 섬에 갇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놀라울 정도로 멋진 자신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도록! 나는 멋진 사람, 특별한 사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세상 그 누구보다 내 편이어야 할 자신을 토닥이고 아껴주자. 나와 당신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니까!

 

 

 

 

 『파이브』란 책은 우리의 멋진 5년 후를 그리며 응원하고 힘을 북돋워 준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니 삶의 주인이 되라고, 후회 없이 실행하고 즐기며 원하는 삶을 거머쥘 기틀을 마련하라고 말이다. 삶에 관한 여러 조언과 명언을 읽으며 차곡차곡 쌓인 긍정 에너지가 책을 덮을 때쯤엔 마음에 가득 고여 찰랑찰랑 넘쳐흘렀을 정도! 부디 지금의 이 긍정적인 기운을 잃지 않고 더 크게 키우고 싶다. 용기, 실천, 의지와 긍정이란 소중한 기운을 나눠주는 보석 같은 책. 목표를 그저 마음으로만 품기보다는 소리 내서 말하고 적으며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9배는 더 성취할 수 있다고 하니 더 망설일 것 없이 당장 시작해보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조금 심란했는데, 이 책 덕분에 내년엔 더 멋진 날들이 펼쳐질 거란 믿음이 생겼다. 오늘도 좋은 날이었지만, 내일은 더 행복하고, 내년엔 눈물 날 만큼 기쁜 일로 가득할 테니 이 모든 소중한 하루를 알차게 살아볼 생각이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가슴 벅찬 응원과 긍정 에너지를 팍팍 쏴주는 『파이브』! 더 멋지고 행복한 내년을 맞이할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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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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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산의 마지막 공부
지은이: 조윤제
펴낸 곳: 청림출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내 마음. 어느 날은 아무렇지 않다가 어느 날은 한없이 괴로웠다가...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어른이 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슬프게도 녹록지 않은 현실.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나를 다스릴 순 없을까? 처음 택한 방법은 명상이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명상으로 여닫으며 머리를 비워 내려 시도했고 확실히 전보다 나아졌다. 곧 이어진 생각. '잘 비웠다면 잘 채워야 하지 않을까?' 무엇으로 마음을 채울지 고민하던 중에 적절한 해답을 찾은 듯하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가장 위대한 조선 시대 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마지막으로 매진했던 공부는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다산 선생이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말년에 유배길에 올라 고생하며 힘썼던 학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망하게 버려진 자신의 처지가 원통했을 법도 한데, 다산 선생은 '이제야 오롯이 학문에 정진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라는 대인다운 면모를 보인다. 다산 선생이 주목한 건 마음이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며 학문의 끝이자 결론이라는 것. 육경과 사서를 탐구하며 최고로 꼽은 소학과 심경.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리면 그야말로 현인이 된다는데... 과연 현인의 반의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책을 만났으니 일단 읽고 실천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첫발을 디뎠고 그 여정은 만족스러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37개의 짧은 글이 담겨 있는데, 글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의미 있고 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음을 다스리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한 호흡에 읽기보다는 잠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두 개씩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어른이 갖춰야 하는 거의 모든 됨됨이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용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일상을 돌아보며 노력했던 소소한 과정이 쌓인 끝에 태어나는 것이다.- p62", "어른이란 사소한 것에서부터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p69" 등등 직접 손으로 써서 남기고 싶은 문장이 한가득. 한 번 읽어서는 절대 마음에 다 담을 수 없으니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열어보라 권하고 싶다. 경전에 담긴 여러 좋은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글 덕분에 꽤 많은 것을 얻고 꽤 많은 것을 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한 번을 채웠으니 앞으로 매일 조금씩 나눠 읽는 두 번째 독서를 시작할 생각이다. 어렵고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재밌고 유익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하나하나 쌓아 올린 조약돌 같은 깨달음이 머지않은 날에 꼭 빛을 발하기를!

 고생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할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을 다스려줄 좋은 스승이자 동반자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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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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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난 잘 지내고 있어요
글쓴이: 밤삼킨별
펴낸 곳: 흐름 출판사

 

 

  감성 넘치는 잡지 PAPER. 페이퍼와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꿈 많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페이퍼에 실린 글과 사진을 보며 나는 얼마나 많은 소망을 품고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던가. 삶에 열중하느라 지친 지금과는 너무 달랐던 그 시절. 내가 그랬나 싶을 정도로 아련한 그 시절의 내겐 페이퍼가 자주 함께했었다. 페이퍼에 14년 동안 연재된 밤삼킨별의 글과 사진을 다시 만난 이 기회는 어쩌면 열심히 산 내게 찾아온 작은 선물 같았다. 반가워하는 나를 보며 책이 이렇게 속삭이더라. '안녕, 잘 있었니? 난 잘 지내고 있어'

 앞표지, 뒤표지의 구분이 없는 『난 잘 지내고 있어요』는 표지 방향에 따라 봄, 여름, 가을 한 묶음과 겨울 한 묶음으로 나뉜다. 구성이 상당히 독특하고 특이해서 '역시 범상치 않군'이라 중얼대며 고개를 끄덕끄덕. 일단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슴 터질 듯한 봄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그리고 차분하고 조금은 쓸쓸한 겨울까지 한 호흡에 내달렸던 시간. 고작 몇 시간일 뿐인데 정말 사계절을 지나 이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마치 1년이 흐른듯한...

 봄은 넘치는 사랑에 심장이 미칠 듯 설레서
 여름은 너무 사랑한 바람에 가슴이 시려서
 가을은 조금은 성장한 나를 담담하게 마주하며
 겨울은 추억이 되어가는 현재와 옛 추억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 밤삼킨별의 이야기에 흠뻑 취한 나는 전혀 울지 않아도 될 포인트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가슴 시린 쓸쓸함과 공허함 앞에서는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씩씩해졌다. 물리적 시간과 감각적 성숙이 더해져 함께 나이 든 작가와 나는 어쩌면 페이퍼와 함께했던 그 시절 우리와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였다. 오랜 친구를 만난 반가운 마음으로, 솔직하게 쏟아내는 그 이야기에 나는 한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또 듣고 '그랬구나, 맞아'라고 나지막이 대답해주었다.

 이 책엔 누군가를 가슴 벅찰 만큼 사랑했던 나. 너무 사랑해서 힘들었던 나. 아픔을 딛고 한 뼘 커버린 나. 그 모든 순간을 추억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나.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안타까워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만 뒤를 보게 됐던 그 순간이 이제는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지만, 이 소중한 만남이 끝이 아니기에 아쉬운 마음을 못내 감추며 다음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그녀가 또 찾아와 도란도란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그날도 기꺼이 어두운 방에 스탠드를 켜고 귀 기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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