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시도 때도 없이 불안에 시달리는 당신을 위한 마음 정리법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승빈 옮김 / 반니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지은이: 오시마 노부요리
옮긴이: 이승빈
펴낸 곳: 반니

 

 오늘도 역시 늦은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궁금했는지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어보는 신랑. 웬일로 책에 관심을 보이나 싶어 반가운 마음에 얼른 대답해주었다. '응,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라는 책이야'. 세상에, 제목 한 번 길다. 제목 말하다가 호흡 딸린 건 이 책이 처음인 듯. 리듬을 타며 다시 읽어보니 어쩐지 민요 가락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하튼 특이한 책이다. 귀여운 표지 일러스트에 흐뭇하게 쓱 미소 짓고 열심히 읽었던 책. 이 책은 일본의 심리 상담 전문가인 오시마 노부요리가 '불안'과 '자기 암시'라는 주제로 쓴 심리학 서적이다. 스트레스와 타고난 걱정으로 인해 늘 불안에 시달리는 소심족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 작가와 두 손을 맞잡고 조곤조곤 상담해보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이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건 어리석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도 그 교훈과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불안'. 우리는 불안이 만든 쓸데없는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면 그동안 한계라 여겼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고 하니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받아들이며 내 선택에 집중하고 선택의 내용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불안은 전염되므로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 다른 사람의 감정일 확률이 높다. 즉, 떨쳐버릴 수 없는 불안이 내 것이고, 해소하지 못하는 불안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된 감정이니 쿨하게 넘기도록! 불안을 극복하면 잠재 능력이 폭발하여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고 한다. 칭찬을 구걸하지 말고, 듣고 싶은 대답을 요구하지 말아라.

 저자는 이런 불안은 암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권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겉과 속의 아름다움 일치!', 타인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거나 답장이 안 와 불안하면 '높고 소중한 내 마음', 살이 안 빠져서 걱정이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면 '주목받는 내 모습!' 이렇게 말이다. 사실 암시에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의 실마리가 될 핵심 단어를 구호 혹은 주문처럼 딱 7번 반복하면 된다는 게 자기 암시의 법칙. 저자와 상담하며 불안을 극복하고 점점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환자들을 보며 꼭 내 일인 것처럼 반갑고 기뻤다. 빈도와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가슴 속에 불안함을 지나고 산다. 그 불안을 다스리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긍정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 있으니 나도 암시 구호를 외쳐볼까 싶다. 이사 문제로 돈 걱정이 많은 요즘엔 '준비된 부자!', 이대로 괜찮은지 문득 불안할 땐 '지금이 가장 예쁘다!', 어쩐지 기운 빠지는 순간에 '에너지 충전 완료!' 7번 암시 구호를 외쳐 불안을 이겨내자. 오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안하다면, 당신께 이 책과 캐러멜 3알을 처방합니다. 그까짓 불안 싹둑 끊어버리세요! 걱정 없는 당신, 지금이 가장 예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지은이: 동그라미
펴낸 곳: 알에이치코리아 / RHK

 

 지난번에 읽었던 『라틴어 문장 수업』 이후로 몇 주 만에 또 만나게 된 알에치코리아 출판사의 책. 이번엔 에세이다. '가장 공감받고 싶은 감성을 감싸 안는 작가, 70만 팔로워의 새벽을 함께한 동그라미의 짧은 편지'라는 눈에 띄는 띠지 문구. SNS로 스타 반열에 올라 책을 낸 경우구나 싶었는데, 책날개를 보니 이 책은 『새삼스러운 세상』, 『상처 하나, 위로 둘』, 『너에게 난』에 이어 네 번째 저서인가보다. 감성 에세이로 네 권의 책을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대단하다. '이 작가 뭔가 있겠구나!' 불쑥 솟아오른 기대감으로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1장, 우리에겐 늘 사랑이 존재하니까'에서는 꽃가루처럼 날리는 벚꽃 아래 서로만 바라보며 아름답게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 입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해서 자꾸 손이 가는 솜사탕처럼 언제 어디에 있어도 그냥 너와 함께여서 행복했던 순간들. 읽고만 있어도 가슴 벅찬 그 찬란한 추억이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된 건 '2장, 떠났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에서였다. 결혼할 줄 알았는데. 헤어진 건가? 남자는 여자를 죽도록 그리워하며 놓지 못하고 절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너라는 사람을 놓친 내가 얼마나 비참하게 무너졌는지, 그 모든 순간을 얼마나 기적이라 생각하는지, 현실이 힘들어 꿈에서나마 널 얼마나 그리는지, 슬픔에 잠겨 존재마저 부정하려 한다고 애끓는 그리움을 토해내는 남자. 날카로운 종이에 베인 듯 심장이 욱신거린다. 아프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문장 사이에 마침표도 찍지 못한 채 미칠듯한 그리움과 못난 나약함을 토해내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너를 그리는 남자. 실연이라는 두 글자를 주체할 수 없어 스스로 아프고 또 아프게 이별과 납득이라는 쇳물에 담금질해댄다. 참 아프다.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예쁜 귀염둥이까지 낳아 '삶' 자체에 집중하는 나이기에 이 크디큰 감성을 오롯이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몇 번의 이별을 겪었던 청춘을 떠올리며 스르르 지나간 추억에 잠기게 됐던 시간. 그래, 그때는 나도 참 많이 아팠다.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이 책은 이별에 가슴 아픈 모든 청춘이 공감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죽도록 사랑했고 너 같은 사람은 다시 없을 거고, 나 없는 너라도 행복하길 빌지만, 부디 적당히 행복하길, 혹시라도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두 번째 이별을 의미하는 것 같아 차마 손 내밀지 못하고 이젠 정말 너를 보내겠다는 남자의 슬픈 랩소디. 이 책이 당신의 이별을 대신 아파해줄 거다. 지금 이별하고 있다면 부디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어라. 그리고 괜찮지 않은 날들을 토닥이며 무사히 넘기기를 이별 선배로서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 - 상처받는 나와 상처주는 너를 위한 심리학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이은경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그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
지은이: 크리스티안 노스럽
옮긴이: 이은경
펴낸 곳: 행성B

 

연민이 넘치고 다정하며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이유 없이 갑자기 슬프거나 화날 때가 있다.
누군가 괴로워하면 함께 괴로움을 느낀다.       ≫≫≫≫ 그렇다면 당신은 '엠패스'!             
천성적으로 남을 돌보고 상처를 잘 견디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기가 빨린 듯 피곤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생각이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타인의 권리를 반복해서 침해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에너지 뱀파이어'!≪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폭력성도 자주 드러낸다.
명성과 인정을 갈구하면서 타인의 욕구와 감정은 알아주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이용하고 남을 시기하거나 남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믿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심리학 서적을 만났다. 상처받는 나와 상처 주는 너를 위한 심리학책, 『그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 이 책을 쓴 의학박사이자 산부인과 전문의 크리스티안 박사는 평생 건강 및 치유 분야에서 일하며 설명할 수 없는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수많은 여성을 만나고 치료했다. 그 과정에서 박사가 밝혀낸 놀라운 사실. 다른 사람의 기운을 쪽쪽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와 그런 무뢰한의 희생양이 되는 '엠패스'라는 부류가 있다는 것! 자신이 엠패스임을 밝힌 박사는 이런 인간관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럼,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엠패스일까? 아니면 에너지 뱀파이어일까? (위쪽 문항 참조) 물론 양쪽 다 아닐 수도 있다.

 천성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고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엠패스'는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하며 원하는 바를 남을 통해 이루려는 '에너지 뱀파이어'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현대판 호러 영화인지! 세상에... 피가 아니라 나의 에너지를 도둑맞고 있었다니 간담이 서늘하지 않은가?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빨린 엠패스는 우울감에 시달리고 무기력해지며 급기야는 마음의 병이 심해져 큰 병에 걸리고 만다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연구는 이제 25년 차라지만 생각해보면 에너지 뱀파이어와 엠패스는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렇게 위험에 노출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상처받은 원인과 엠패스라는 개념에 관해 설명하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방어 태세에 들어간다. 공공의 적인 에너지 뱀파이에 관해 알아보고 상처를 치유하며 어둠에서 벗어날 생존비결을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 사실 그 생존비결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우리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 우선, 우리는 적에 대해 잘 모른다. 왜 그 사람과 있으면 이렇게 상처받고 아픈지 말이다. 녀석이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걸 알게 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생존비결에 주목하라. 어쩌면 이미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그 글을 읽으며 좀 더 체계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단절하여 자신을 지켜낼지 생각과 정리 그리고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할 것! 결국 올바른 관계의 시작은 건강한 나에게서 비롯되니 말이다.

 상당히 특이하고 오묘하여 이게 과연 심리학 서적인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전생 이야기도 등장!) 읽다 보니 꽤 설득력 있고 일상생활에서 나 역시 겪어봤던 일이기에 인정할 수 있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대에게 자주 상처받고 괴로운 사람이라면 자신이 마음 여리고 착한 엠패스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보시길! 혹여 유전된 트라우마나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있는지 우리를 잘 살피고 보듬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나 깨나 에너지 뱀파이어 조심! 타인으로 인해 괴롭고 힘든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넬 『그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 '내가 엠패스네!'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명화로 보는 시리즈
호메로스 지음, 강경수 외 옮김 /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지은이: 호메로스
엮은이: 김성진, 강경수
펴낸 곳: 미래타임즈

 

 

 

 

몇 달 전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이라는 책을 참 재밌게 읽어서 미래타임즈 출판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은 그림이 알려주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 즉 화가나 그림에 얽힌 속사정과 함께 100명의 위대한 화가를 살펴보는 알찬 책이었다. 명화 자료도 상당히 많이 실려있어 여기저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추천했던 책! 그런 미래타임즈에서 이번엔 고전과 명화를 접목하여 또 멋진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2월에 출간된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에 이어서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와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 출간된 것! 3권 중에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중, 『오디세이아』와 인연이 닿아 가장 먼저 읽게 되었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 꼽히는 『오디세이아』! 사실 내겐 이 작품에 얽힌 씁쓸한 사연이 있다. 중학생이었던 시절 꼭 읽어보겠다며 서점에서 용돈을 털어 샀건만, 익숙지 않은 문체와 어려운 한자가 뒤섞여 누런 종이에 검은 글씨만 동동 떠다니던 그 책. 결국 서른 장이나 읽었을까? 고이 접어 책장에 넣어둔 그 당시 『오디세이아』는 어디로 쓸려 갔는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한 번 실패했던 아픈 전적이 있기에 이번 만남은 더 특별했고 꼭 완독하자는 의지로 불타올랐었다. 결과는 성공, 대성공! 이렇게 재밌고 흥미진진할 수가! 이 책이 정말 예전 그 작품이란 말인가?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 유랑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을 바탕으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생고생하며 고국으로 돌아가는 20년의 여정을 총 14부로 나누어 전한다. 500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아직 이 고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일단 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문에 충실하며 완독을 목표로 열심히 읽었다. 우선, 이 방대한 대서사시의 내용을 살짝 살펴보자. 이타케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이 발발하자 사랑하는 부인 페넬로페와 젖먹이 아들 텔레마코스를 고국에 남겨둔 채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전장에 나선다. 9년 동안 지독하게 싸웠지만, 전쟁이 끝날 조짐이 없자 그리스군은 꾀를 내어 트로이의 목마로 성내에 진입, 트로이아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다. 이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러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오디세우스. 하지만 트로이아 성에서 신성한 팔라디온 상을 훔치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하여 신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는 결국 동료를 모두 잃고 표류하다 아름다운 님페, 칼립소의 섬으로 흘러가 7년 동안 정을 통하며 살게 된다. 오디세우스가 고국을 떠난 지 어언 20년, 홀로 남은 페넬로페와 막대한 재산을 차지하려 오디세우스의 궁전엔 구혼자가 들끓고 그들의 횡포를 보다 못한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인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선다. 아테네 신의 가호로 결국 오디세우스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구혼자들을 처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오디세이아다. 이게 간단히 설명해서 이렇지 사실 오디세우스의 여정엔 어마어마한 사건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니 『오디세이아』는 장편 중에서도 장편이라 꼽을 수 있다.

 

 

 

 

 『오디세이아』를 읽다 보니 그간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세이렌, 바다 괴물과의 사투, 트로이아 전쟁 등 모든 이야기가 결국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줄거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편적으로 알던 그리스 로마 지식이 결국 이 대서사의 일부였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이제야 읽었을까 어찌나 후회되던지! 중간에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꽤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다 보니 책을 덮었을 땐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결국 또 밤은 샜다는 말씀!

 어렵다고 포기했던 『오디세이아』를 이토록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에 실린 여러 명화와 '오디세이아 상식' 등의 추가 설명 덕분이다. 똑같은 상황도 여러 화가가 그린 작품을 통해 보니 새롭고,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인물과 서로 얽힌 관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글로 읽고 명화로 확인하니 어찌나 재밌고 즐거웠는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 작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하더라! '명화로 보는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다른 작품도 출간될 것 같아 벌써 기대된다. 이 책들은 반드시 소장! 시리즈로 모아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자.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9점!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큰 그림 일부를 확대한 탓인지, 아니면 화질 좋은 자료를 구하지 못한 탓인지 뿌옇고 흐릿한 그림이 다수 있었고 책을 여는 머리말과 책을 닫는 작품해설에 거의 같은 얘기가 반복되어 좀 아쉬웠다. 그리고 머리말에 쓰인 '오기기아에서 7년간 성노예로 전락해 있는 오디세우스'라는 문구가 내가 읽기엔 좀 불편했다. '성노예'라니 어째서 그런 단어를 사용한 걸까... 죽을뻔한 오디세우스를 구하고 진심으로 사랑하여 극진히 보살피고 애정을 구한 칼립소가 이 얘기를 들으면 억울해서 한달음에 달려올지 모른다. 7년 동안 그를 놓아주지 않긴 했지만, 지문에 등장한 바에 따르면 오디세우스 자신도 칼립소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고 칼립소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극진히 대했다는 내용이 등장하니 머리말에 쓰인 '성노예'라는 단어는 좀 불편하다.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기술되었는지 모르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지문과 저 단어는 상당히 맞지 않으니 이 부분은 바뀌었으면! 이런 사소한 부분만 빼면 칭찬 거리가 훨씬 많은 책이니 적극 추천. 오디세이아 완독의 기쁨을 안겨준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는 오래도록 소장하며 자주 펴볼 생각이다. 이제 일리아스와 단테의 신곡이 남았구나. 남은 두 편도 미래타임즈의 명화로 보는 시리즈로 만나면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을 듯! 기다려, 우리 곧 만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글쓴이: 커트 보니것
옮긴이: 황윤영
펴낸 곳: 푸른책들 / 에프

 

 커트 보니것. 미국 최고의 풍자가, 휴머니스트이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라고 한다. 블랙 유머의 대가라는데 처음 접하는 작가라 난 그저 어리둥절. 우선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책을 읽자는 생각에 커트 보니것에 관해 살짝 알아보았다.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시절 끔찍한 폭격을 경험하고 반전 작가가 된 그는 『제5 도살장』 같은 굵직한 작품으로 반전 문학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 다양한 일을 하며 계속 글을 쓰다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는데... 왜 난 이 작가를 이제야 안 것인가? 역시 독서에 끝이란 없다. 이번에 읽은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작가가 기존에 쓴 25편의 단편을 모아 1968년에 출간됐던 소설집이라고 한다. 정식 한국어판으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반백 년! 50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지구 반대편에 혜성처럼 나타난 셈! 만날 사람은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꼭 만나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커트 보니것 세상에 첫발을 디뎠다.

 개별 포장된 초콜릿을 까먹듯이 바스락거리며 하나하나 읽어간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는 때론 너무 어둡거나 황당했고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훈훈하기도 했다. 사실 '블랙 유머'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리송했는데 글을 읽다 보니 조금 감이 잡히는 느낌! 씁쓸하고 허탈하지만, 그 와중에도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 듯하다. 개그맨 유병재 씨 느낌과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작가의 뇌 구조가 상당히 궁금했다. 대체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평등을 주장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 '해리슨 버저론'과 급격하게 늘어난 인구를 줄이고자 약물로 성욕을 잠재우고 자살을 조장하는 미래 세계에서 성행위의 본질과 의미를 잇는 저항자의 이야기를 담은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두 작품에서 만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했다. 연극을 하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 '이번에는 나는 누구죠?'와 소꿉친구의 결혼 소식에 군대에서 탈영하여 사랑을 고백하고 마음을 확인하는 '영원으로의 긴 산책'에서는 지금과는 좀 다른 느낌의 달콤함을 선사하여 즐거웠던 단편집. 그 외에 SF와 반전 소설다운 면모를 뽐내는 단편도 있어 구성이 상당히 풍성하다. 25편의 길지만 순식간에 지나버린 여정을 마치자 커트 보니것이라는 작가가 더 궁금해진다.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작가의 글솜씨에 반백 년이라는 세월이 무상할 만큼 유쾌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