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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글쓴이: 커트
보니것
옮긴이:
황윤영
펴낸 곳: 푸른책들 /
에프
커트 보니것. 미국
최고의 풍자가, 휴머니스트이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라고 한다. 블랙 유머의 대가라는데 처음 접하는 작가라 난 그저 어리둥절. 우선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책을 읽자는 생각에 커트 보니것에 관해 살짝 알아보았다.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시절 끔찍한 폭격을 경험하고 반전 작가가
된 그는 『제5 도살장』 같은 굵직한 작품으로 반전 문학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
다양한 일을 하며 계속 글을 쓰다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는데... 왜
난 이 작가를 이제야 안 것인가? 역시 독서에 끝이란 없다. 이번에 읽은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작가가 기존에 쓴
25편의 단편을 모아 1968년에 출간됐던 소설집이라고 한다. 정식 한국어판으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반백 년! 50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지구 반대편에 혜성처럼 나타난 셈! 만날 사람은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꼭 만나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커트
보니것 세상에 첫발을 디뎠다.
개별 포장된 초콜릿을
까먹듯이 바스락거리며 하나하나 읽어간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는 때론 너무 어둡거나 황당했고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훈훈하기도 했다. 사실
'블랙 유머'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리송했는데 글을 읽다 보니 조금 감이 잡히는 느낌! 씁쓸하고 허탈하지만, 그 와중에도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 듯하다. 개그맨 유병재 씨 느낌과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작가의 뇌 구조가 상당히
궁금했다. 대체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평등을 주장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 '해리슨 버저론'과 급격하게 늘어난 인구를
줄이고자 약물로 성욕을 잠재우고 자살을 조장하는 미래 세계에서 성행위의 본질과 의미를 잇는 저항자의 이야기를 담은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두 작품에서 만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했다. 연극을 하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 '이번에는 나는
누구죠?'와 소꿉친구의 결혼 소식에 군대에서 탈영하여 사랑을 고백하고 마음을 확인하는 '영원으로의 긴 산책'에서는 지금과는 좀 다른
느낌의 달콤함을 선사하여 즐거웠던 단편집. 그 외에 SF와 반전 소설다운 면모를 뽐내는 단편도 있어 구성이 상당히 풍성하다. 25편의 길지만
순식간에 지나버린 여정을 마치자 커트 보니것이라는 작가가 더 궁금해진다.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작가의 글솜씨에 반백 년이라는 세월이 무상할 만큼 유쾌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