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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제목: 신의 아이
1권
지은이: 야쿠마루
가쿠
옮긴이:
이정민
펴낸 곳:
몽실북스
베스트셀러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야쿠마루 가쿠의 귀환! 이 얼마나 기다렸던 신간인지! 소식을 듣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고 혹시라도 이삿짐에 쓸려갈까 싶어 이 책은 손가방에 넣어 직접 옮겼더랬다. 노을 지는 공원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의 뒷모습. 얼핏
보기에도 체격 차이가 나는 두 사람 사이엔 투박한 주먹밥이 놓여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서쪽으로 잠들기 전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나뭇잎 사이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에 고즈넉한 가을 향기가 피어오른다. 떨리는 마음으로 펼친 1권. 그렇게 난 외로운 소년 마치다를
만났다.
무책임한
여인이 대책 없이 낳은 아이, 마치다. 엄마라면 자식에 대한 모성애가 있기 마련이거늘 마치다의 엄마는 정상적으로 키우려면 돈이 든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애완동물 기르듯 아들을 방치한다. 학교에 다닐 기회는커녕 제대로 된 호적조처 갖지 못한 마치다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던 순간은 집안에 남자가 찾아와 쫓겨날 때뿐. 오갈 데 없이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던 마치다에게 어느 날 미노루라는 어눌한 녀석이 못생긴
주먹밥을 내민다. 덩치만 컸지 지능 수준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던 미노루는 그 이후에도 항상 주먹밥을 챙겨와 마치다에게 나눠주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들은 소식이 끊겼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호적이 없던 마치다는 미노루의 신분을 도용하는 한편, 옛정 때문인지 동정심 때문인지 늘
그림자처럼 미노루를 챙기지만,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미노루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보스의 명령을 거역하고 미노루를 살린 후 자진하여
소년원에 들어간 마치다. 죄명은 살인! 하지만 섯불리 물러설 조직이 아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의 손길을 알리 없는 마치다는 함정에 휘말려
아마미야와 이소가이라는 소년원 동기와 함께 탈옥을 감행하는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이 탈옥 이야기로 1부는 막을
내린다.
모든 상황을
알기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미노루처럼 어눌하게 연기하며 마치다에게 접근한 아마미야와 큰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이소가이. 이렇게 세 소년이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맞물린 채 실타래처럼 뽑아내는 이야기는 독자를 하염없이 빨아들인다.
소년원이라는
폐쇄된 작은 공간에서 극적으로 빚어내는 전개는 타고난 이야기꾼 야쿠마루 가쿠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마치 광활한 초원을 홀로 거니는
맹수처럼 차갑고 냉정한 마치다.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었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희미한 미소나 불평으로 가장한 채 도움을 주는 마음 씀씀이에
'어쩌면 마치다는 착한 녀석이 아닐까?'란 설레는 기대를 품게 된다. 마치다, 이 녀석! 어쩐지 여심을 흔드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랄까?
『신의 아이』 1권
2부에서는 소년원 출소 후 대학생이 된 마치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규 교육 한 번 받지 못하고 어떻게 대학인가 싶겠지만, 실은 마치다에겐
비상한 능력이 있었다. IQ 160 이상에, 한 번 본 것은 사진을 찍듯이 기억에 남길 수 있는 '직관상 기억'을 지닌 천재였던 것! 1부에서는
그 좋은 두뇌를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다 조직과 틀어져 소년원에 가게 됐지만, 2부에서는 학업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희망찬 이야기가
전개된다. 좀처럼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외로운 마치다는 도움의 손길을 내민 여러 좋은 사람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따스한 정을 품은 청년으로 한
걸음 성장하는데... 물론 마치다는 절대 인정 안 하겠지만, 가족과 친구라 부를만한 존재가 생기며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에 나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서 온 마을을 다해 응원하고 있었다. 사고로 다친 이소가이를 위해 끊임없이 의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2권에서는 대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이 몽실몽실!
515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었음에도 탁월한 가독성과 쫄깃한 몰입도로 절대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신의 아이 1권 』. 마치다와 가에데 가족, 미노루를 찾아
노숙자로 잠복한 아마미야, 마치다와 회사를 꾸리려는 대학생 다메이와 쇼코. 각자 깊숙이 뿌리를 내리던 3개의 이야기가 서로의 뿌리 끝을 톡톡
건드리며 접점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아쉽게 끝난 1권. 마치다와 미노루는 드디어 재회할 수 있을까? 아마미야는 소원대로 누나를 조직에서 빼낼
수 있을까? 다메이의 사업은 성공을 거둘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 내 눈길은 어느새 『신의 아이 2권』으로 향한다.
지긋이
조여들며 추격하는 검은 그림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와 추리소설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고, 상대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마치다의 모습에서 가슴
벅찬 성장 소설 감성을 뿜어내는 『신의 아이』는 촘촘하게 잘 짜인 감동 가득한 휴먼 드라마다. 온힘을 다해 이 소설을 썼을 작가의
정성이 느껴져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기에 그 강렬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렀다. 마치다의 다음은 과연 무엇일지
한없이 궁금한 상황. 덮어놓고 넘기기엔 괴로운 이 갈증이 어서 결론을 보라며 재촉하기에 밤늦은 시간 잠을 포기하고 2권을 조금이라도
탐독해야겠다. 마치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