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레시피 마음이 자라는 나무 23
선자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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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의 레시피

글쓴이: 선자은

펴낸 곳: 푸른숲주니어

 

 오랜만에 읽은 청소년 소설 『엄마의 레시피』. 잘 짜인 플롯, 치밀한 전개와 놀랄만한 반전이 담긴 소설도 좋지만, 때론 긴장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한다. 음식에 관련된 영화와 글이라면 무조건 챙겨보는 내 눈에 쏙 들어온 책 『엄마의 레시피』.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은 결국 '힐링'으로 연결되기에 이번 소설 역시 기대가 컸다. 어떤 달콤 쌉싸름한 사연이 담겨 있을지 행복한 기대감을 품고 중3 아율이의 삶 속으로 슬그머니 발을 들여보자.


 '아름다울 아, 밤 율', 태어났을 때 밤톨처럼 예뻐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가 군밤을 좋아해서였을까? 진아율. 아율이에게 군밤 같은 이름을 지어 주었던 엄마는 아율이가 9살이 되던 해에 이혼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요리를 배워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며 가버린 엄마를 아율이는 한 해, 두 해 애타게 기다렸지만, 중3이 된 지금은 그런 엄마가 밉기만 하다. 새엄마와 새엄마가 데려온 11살 형진이가 이젠 아율이의 새 가족이다. 계모는 모두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늘 살뜰하게 아율이를 챙기는 착한 새엄마. 하지만 완벽한 새엄마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요리에 젬병이라는 것. 아율이는 친엄마가 해줬던 음식이 그립다. 그러던 어느 날, 아율이네 학교에 프랑스에서 전학 온 구다진이라는 남학생이 등장! 아율이와 다진이는 앙숙인 양 티격태격하지만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청소년 요리 대회에 함께 출전하자는 다진이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던 아율이.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 대회의 멘토 중 한 사람이 그토록 기다렸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아율이는 다진이와 함께 출전하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아율이는 엄마와 기적처럼 재회하게 될까?


 각종 사건 사고로 시끄러운 요즘이지만, 『엄마의 레시피』에서 흘러가는 세상은 순수하고 평화롭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사춘기 소녀 아율이의 복잡한 심정을 상당히 적절하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보고 싶으면서도 밉고 그리우면서도 괘씸한 복잡한 심정.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요리라는 새로운 목표와 그것을 통해 우정을 쌓고 성장해가는 아율이의 모습이 참 흐뭇하고 대견했다. 아율이의 아빠, 새엄마, 남동생 형진이, 단짝 친구 새이, 전학생 다진이, 다진이 아빠네 식당 종업원 켄, 아이돌 미노, 아율이 엄마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한 사람 못되고 되바라진 인물이 없더라는... 그렇기에 더 훈훈하고 감동의 눈물도 찔끔! 아율이 친엄마가 해주셨던 오므라이스, 스테이크, 떡볶이, 삼색 샌드위치가 등장하면 어느새 입에 침이 고여 즐거운 비명을 질렀더랬다. 음식이 주는 위로와 행복 그리고 아율이의 의젓한 성장과 열린 결말이 잘 버무려진 맛있는 소설, 『엄마의 레시피』. 보고 있으면 배부르고 귀 기울이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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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칭찬 받고 싶은 날! 라임 그림 동화 19
제니퍼 K. 만 지음, 양병헌 옮김 / 라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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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은 칭찬 받고 싶은 날

글과 그림: 제니퍼 K. 만

옮긴이: 양병헌

펴낸 곳: 라임 출판사


 하얀 얼굴에 머리카락은 예쁜 홍당무 빛깔인 로즈. 초등학생인 로즈는 벤슨 선생님네 반이에요. 벤슨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글씨를 잘 쓰거나, 정리정돈을 잘하거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한 착한 학생들을 칭찬합니다. 어떻게 칭찬할까요? 칠판에 아이들 이름을 쓰고 별을 그려줘요. 우리의 주인공 로즈는 오늘 꼭 그 별을 받고 싶습니다.


 수학 시간에 번쩍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가 칠판에 문제를 푸는 로즈... 이런, 그만 계산 실수를 했네요.

국어 시간엔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소리 내 책을 읽는데... 이런, 아무리 크게 읽어 보려 해도 목소리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꿈 찾기 수업' 시간에 모두에게 나눠 줄 간식을 챙기는 착한 로즈... 어이쿠, 선생님 책상에 간식을 쏟아버렸어요.

수업이 끝나고 책상을 검사한다는 선생님... 세상에, 책상이 더러운 로즈는 가슴이 콩닥콩닥. 혼날까 봐 걱정입니다.

딩-동-댕!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고 책상 검사를 내일 받게 된 로즈.

우와, 착한 로즈를 하늘이 도왔나 봐요!

다음 날 일찍 와서 책상을 치운 로즈... 하지만, 하필 감사 편지를 쓰느라 책상이 엉망일 때 선생님이 검사하시겠답니다.

온통 물감 범벅인 로즈의 모습에 선생님과 아이들도 웃음이 터지고 어느새 웃음바다가 된 교실.

로즈가 그린 멋진 카드를 보며 칭찬하시는 선생님, 아이들이 카드를 모으는 동안 로즈는 책상을 치웁니다.

과연 우리 로즈는 오늘 칭찬 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종 치지 바로 직전, 칠판에 하나둘 아이들 이름이 적히고...

"로즈..."

우와, 드디어 로즈도 별을 받게 되었어요.

앞으로 나와 직접 별을 그리라는 선생님 말씀에 로즈는 자기 이름 옆에 예쁜 별을 그립니다.

그리고 벤슨 선생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커다란 별을 그려드렸어요.

칭찬받은 오늘, 로즈는 행복하답니다.

 

 

 

 

 『오늘은 칭찬 받고 싶은 날』은 칭창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화입니다.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고 귀염받고 싶어 열심히 노력하지만, 잘 풀리지 않아 조마조마하고 속상한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죠. 학창 시절 용기 내 손을 들었지만, 생각대로 잘되지 않아 핀잔을 듣거나 아이들이 웃어 속상한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잖아요? 우리의 주인공 로즈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칭찬 받기에 살짝 의기소침해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칭찬 별을 받게 되죠. 혹시라도 혼나거나 창피할까 봐 움츠리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고 씩씩하게 손 들 수 있게 응원해주는 이 책. 아이와 함께 읽으며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도록 이끌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칭찬 별을 받고 기뻐하는 로즈의 모습과 선생님 이름을 쓰고 직접 별을 달아주는 의젓한 모습에 제 마음도 흐뭇. 우리 꼬마도 로즈처럼 밝고 따스한 아이로 자라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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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에서 무를 빼는 가장 쉬운 방법 - 잠자는 의욕을 깨우는 48가지 심리 기술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김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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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기력에서 무를 빼는 가장 쉬운 방법

지은이: 나이토 요시히토

옮긴이: 김지윤

펴낸 곳: 흐름출판

 

 

 기운이여, 솟아라! 해가 갈수록 무기력한 날이 많아지는 것 같다. 1년 365일 매일 기운찰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늘 활기차고 즐겁게 살면 좋을 텐데... 이럴 땐 손오공이 되어 원기옥이라도 만들고 싶은 심정. '세상 사람들아, 나에게 긍정의 기운을 한 주먹씩만 나눠줘!' 이렇게 외치면서 말이다. 자자, 죽었다가 깨어나도 손오공은 될 수 없으니 정신 차리자. 소금 절인 배추처럼 늘어져 있던 내 눈에 번쩍 띈 책, 『무기력에서 무를 빼는 가장 쉬운 방법』! 이 책이 기력을 찾는 비법을 알려줄 것이다! (아... 알려주겠지?) 일단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작가의 책이니 믿고 읽어보자는 마음이 컸다.

 


'무기력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요시히토 작가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런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독자의 호감을 얻는다. 무기력한 일상이 너무 싫지만, 왠지 전부 내 탓인 것 같고 그로 인해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독자를 간파하는 작가, 역시 보통이 아니다. (이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 건 나뿐만은 아닐 테니...) 작가는 선천적으로 무기력한 사람은 없으니 의욕을 북돋는 심리 메커니즘과 테크닉만 알면 얼마든지 무기력을 퇴치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단순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는 그 무기력 퇴치법은 대체 무엇일까? 머리말을 읽으며 의구심보다는 비법을 알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컸다. 어서 비법을 공개해달라!

 

 

 

 

어떤 책이든 목차에서 얻는 내용이 상당히 많으므로 이글에 목차를 기록하는 게 좋겠다.


1장. 사소한 행동이 인생을 바꾼다. - 단순하지만 강력한 암시 테크닉

2장. 의욕이 넘치는 사람은 '이것'이 다르다. - 작지만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3장. 무기력도 습관이다. - 무기력에서 '무'를 제기하는 습관 기술

4장. 맨입에 되는 일은 없다. - 소소해도 괜찮아! 손에 잡히는 보상 전략


 작가의 말에 따르면, 부정적인 암시에서 탈출하여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정착하려면 최소 21일이 걸리지만 기간에 연연하지 말고 '대략 3주면 되겠구나'란 생각으로 노력하라고 한다.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는 뾰족한 것을 찾아 1분간 바라보면 집중력이 회복된다. 자고로 '의욕'이란 일단 움직여야 생기니 뭐든지 우선 '행동'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잠시 자신을 기다려줘라. 누구나 마감이 닥치면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니 스스로 마감을 앞당겨 설정하면 언제든 의욕을 끌어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정말 공감! 프리랜서로 사는 인생인지라 늘 마감에 시달리는데 제발 마감 좀 앞당겨 보자. 자신에게 엄격하게 굴지 말고 허들을 낮춰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정신력은 체력과 마찬가지로 총량이 정해져 있으니 충전될 시간이 필요하다. 소소해도 좋으니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보상을 해줘라 등등, 이렇게 하면 무기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꼭지에 2장 정도 되는 짧은 글을 통해 다양한 비법을 전수받으며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이유없이 무기력한 날은 자신을 질책하고 한심해하기 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기다려주고 정말 지친 날이 아니라면 일단 움직여서 의욕을 끌어올리자고 다짐에 또 다짐. 그리고 무엇보다 제발 마감을 앞당겨서 뭐든 일찍 처리하는 삶을 살아보자고 간절히 바란 시간이었다. 얇지만 내용이 꽤 알차서 만족스러운 책. 우리에겐 스카이 캐슬의 무서운 '쓰앵님'이 없으니 『무기력에서 무를 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스스로 다독이고 기운을 북돋워보자. 이 책을 읽는다고 만사형통, 일사천리로 기력이 회복되는 건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긍정적이고 건겅한 책인 건 확실!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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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1
유시 아들레르올센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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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유리병 편지

글쓴이: 유시 아들레르올센

옮긴이: 정장진

펴낸 곳: 열린책들


 나이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뒤늦게 깨달은 것인가! 예전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북유럽 미스터리가 요즘 사뭇 새롭다. 가독성과 흡인력 면에서 일본 추리 소설이 월등히 우세했기에 늘 일본 작품에 먼저 손이 가곤 했는데, 요즘은 북유럽 작품도 꽤 흥미진진. 이번에 만난 북유럽 미스터리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시 아들레르올센의 『유리병 편지』. 이름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친숙하지 않은 나라, 덴마크 사람이었다. 덴마크라... 덴마크 우유와 낙농업 정도만 떠오르는 이 무식쟁이가 유리병 편지 덕분에 덴마크에 대한 깨알 지식을 하나 더 추가. 유시 아들레르올센, 대단한 작가이니 꼭 기억하자. 『유리병 편지』는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도살자들>에 이은 3번째 특별수사반 Q 시리즈로, 아쉽게도 살림 출판사에서 출간했던 전편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이 시리즈가 현지에서는 7권까지 출간됐다고 하니 앞으로 다 모아볼 생각.


 프롤로그부터 상당히 강렬하다. 선박 창고 바닥에 갇힌 형제. 벌써 3일이나 갇혀 있던 터라 형제는 고통과 배고픔에 서서히 지쳐간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형은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띄운다. 발바닥을 깊게 찔러 받아낸 피로 이 끔찍한 상황과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둘둘 말아 넣은 유리병이 바다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한데, 이런 야속한 운명을 보았나. 10여년간 몇 명의 손을 거치며 경찰서에 오래도록 방치된 유리병 속 편지는 과학수사대 미란다의 눈에 띄고 덴마크의 특별 수사반 Q를 이끄는 카를이 사건을 맡게 된다. 수사반의 유능함 덕분일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의 단서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데, 편지의 단서를 통해 찾게 된 동생은 당시 상황과 편지를 썼던 형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사반은 범인을 찾아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이비 종교의 그림자와 범인의 검은 얼굴. 범인의 시점과 수사반의 시점을 통해 숨 막히게 돌아가는 사건 이야기는 세세한 감정 묘사와 미묘한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학대라는 슬픈 두 글자 아래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범인. 그 범인이 벌이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 사이비 종교와 아이를 잃은 부모. 범인을 잡아야 하는 수사반.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추격하는 여인. 이 모든 상황이 맞물려 빚어내는 잔혹하고 서글픈 한 인간의 잘못된 파멸. 우리의 삶 곳곳에 도사리는 어두운 그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북유럽 최고의 추리 문학상인 유리 열쇠상을 받은 작품답게 『유리병 편지』는 탄탄한 구성과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로 한 편의 영화 같은 범죄 스토리를 그려낸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미결 처리반 Q: 믿음의 음모>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이 책.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하나씩 퍼즐처럼 맞춰가는 사건 전개와 인간의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재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실로 대단하다! 앞선 두 권을 읽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인과관계도 있지만, 그 부분과는 상관없이 이 책만으로도 멋진 미스터리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니 꼭 읽어보시길! 그나저나 앞서 절판된 책들은 어찌 구할지... 좋아하는 작가와 더불어 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쳐드는 책 욕심에 오늘도 참 즐겁게 괴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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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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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스트 러브

글쓴이: 시마모토 리오

옮긴이: 김난주

펴낸 곳: 해냄 출판사


교수이자 화가인 아빠와 전업주부인 엄마.

풍족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며

아나운서를 꿈꾸던 미모의 여대생이

어느 날 아빠를 죽인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제159회 나오키상 수상작, 『퍼스트 러브』.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에 선이 고운 여인. 갓 스물이나 넘겼을까? 오뚝한 코와 탐스러운 입술. 비단 같은 머릿결 뒤로 숨어버린 눈이 궁금하다. 분명 예쁠 텐데. 왠지 모르게 지독하게 슬프고 쓸쓸한 이 장면에 해골 석고상이 음산함마저 더해 순간 섬뜩했다. 아름답지만 무섭고 두려운 오묘한 감정. 왜 이런 사진을 표지로 선택했을까? 제목과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첫사랑... 대체 이 책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임상 심리사인 유키는 한 용의자의 사연을 글로 써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대상은 아빠를 찔러 죽인 혐의로 체포된 여대생 칸나. 직접 만나본 칸나는 아나운서 지망생답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표정과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로 유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녀. 변호를 맡은 가쇼마저 의뢰인인 칸나의 속내를 알 수 없어 애를 먹는다. 형수와 도련님 사이인 유키와 가쇼.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는 두 사람 사이엔 뭔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듯한데, 어째 정리하지 못한 묵은 감정이 꽤 깊숙이 자리한 것 같다. 칸나는 대체 왜 아빠를 죽였을까? 유키와 가쇼는 칸나가 숨긴 진실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마침내 칸나는 재판대에 선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으로 재판장을 술렁이게 하는 칸나. 과연 그녀는 정말 아빠를 죽였을까? 그렇다면 칸나를 그렇게 몰고 간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미스터리와 추리적 요소를 지닌 이 책은 특이하게 형사나 검사 혹은 추격자가 사건의 진실을 좇지 않는다. 임상 심리사와 의뢰인의 변호사가 이야기의 주축이 되어 진실을 밝혀가고 그 속에 또 다른 여러 인생이 녹아 있다. 직접 손을 대거나 성적 학대를 가한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렸던 칸나의 모습을 보며 과연 아이를 학대하고 괴롭힌다는 게 어떤 방식으로까지 자행될 수 있을지 그 끔찍함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슬그머니 스며든 물에 어느새 흠뻑 젖어버린듯 칸나의 인생은 그렇게 목이 졸리고 칼에 베이며 그녀를 잘못된 방식으로 망가트렸다.


"내게는 존경할 만한 게 없으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단언하는 칸나가, 그야말로 텅 빈 인형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주위에 있는 어른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칸나 씨는 자기 아버지를 살해했어요.

하지만 그전에 칸나 씨의 마음을 수많은 어른들이 죽인 거야. - p280"


 부모님에게 상처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닌 유키, 가쇼와 칸나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참으로 씁쓸하고 허탈했다. 이 책의 제목은 왜 『퍼스트 러브』일까? 착한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유키, 이제야 마음의 빗장을 푼 듯한 가쇼, 아직 진짜 사랑을 만나지 못한 칸나. 모두에겐 지금의 상황 혹은 앞으로 닥칠 상황이 진정한 첫사랑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초반에 굉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이지만, 중반에는 살짝 나른한 진행. 하지만 진실과 진심이 밝혀지는 후반은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결말을 향해 내달리게 한다. 책을 덮은 후, 상당한 여운이 밀려왔던 작품. 슬프고 애처로우면서도 때론 이해가 안 되고 나라면 감당 못 했을 칸나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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