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1
유시 아들레르올센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 유리병 편지

글쓴이: 유시 아들레르올센

옮긴이: 정장진

펴낸 곳: 열린책들


 나이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뒤늦게 깨달은 것인가! 예전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북유럽 미스터리가 요즘 사뭇 새롭다. 가독성과 흡인력 면에서 일본 추리 소설이 월등히 우세했기에 늘 일본 작품에 먼저 손이 가곤 했는데, 요즘은 북유럽 작품도 꽤 흥미진진. 이번에 만난 북유럽 미스터리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시 아들레르올센의 『유리병 편지』. 이름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친숙하지 않은 나라, 덴마크 사람이었다. 덴마크라... 덴마크 우유와 낙농업 정도만 떠오르는 이 무식쟁이가 유리병 편지 덕분에 덴마크에 대한 깨알 지식을 하나 더 추가. 유시 아들레르올센, 대단한 작가이니 꼭 기억하자. 『유리병 편지』는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도살자들>에 이은 3번째 특별수사반 Q 시리즈로, 아쉽게도 살림 출판사에서 출간했던 전편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이 시리즈가 현지에서는 7권까지 출간됐다고 하니 앞으로 다 모아볼 생각.


 프롤로그부터 상당히 강렬하다. 선박 창고 바닥에 갇힌 형제. 벌써 3일이나 갇혀 있던 터라 형제는 고통과 배고픔에 서서히 지쳐간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형은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띄운다. 발바닥을 깊게 찔러 받아낸 피로 이 끔찍한 상황과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둘둘 말아 넣은 유리병이 바다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한데, 이런 야속한 운명을 보았나. 10여년간 몇 명의 손을 거치며 경찰서에 오래도록 방치된 유리병 속 편지는 과학수사대 미란다의 눈에 띄고 덴마크의 특별 수사반 Q를 이끄는 카를이 사건을 맡게 된다. 수사반의 유능함 덕분일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의 단서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데, 편지의 단서를 통해 찾게 된 동생은 당시 상황과 편지를 썼던 형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사반은 범인을 찾아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이비 종교의 그림자와 범인의 검은 얼굴. 범인의 시점과 수사반의 시점을 통해 숨 막히게 돌아가는 사건 이야기는 세세한 감정 묘사와 미묘한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학대라는 슬픈 두 글자 아래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범인. 그 범인이 벌이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 사이비 종교와 아이를 잃은 부모. 범인을 잡아야 하는 수사반.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추격하는 여인. 이 모든 상황이 맞물려 빚어내는 잔혹하고 서글픈 한 인간의 잘못된 파멸. 우리의 삶 곳곳에 도사리는 어두운 그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북유럽 최고의 추리 문학상인 유리 열쇠상을 받은 작품답게 『유리병 편지』는 탄탄한 구성과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로 한 편의 영화 같은 범죄 스토리를 그려낸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미결 처리반 Q: 믿음의 음모>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이 책.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하나씩 퍼즐처럼 맞춰가는 사건 전개와 인간의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재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실로 대단하다! 앞선 두 권을 읽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인과관계도 있지만, 그 부분과는 상관없이 이 책만으로도 멋진 미스터리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니 꼭 읽어보시길! 그나저나 앞서 절판된 책들은 어찌 구할지... 좋아하는 작가와 더불어 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쳐드는 책 욕심에 오늘도 참 즐겁게 괴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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