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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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신분석 강의

글쓴이: 지크문트 프로이트

옮긴 이: 임홍빈, 홍혜경

펴낸 곳: 열린책들

 

 

 

 인문학, 심리학, 소설, 심지어 에세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분에 관해 아는 거라곤 정신분석학자라는 사실 정도였다. 얕은 지식에 안타까워하며 언젠가는 꼭 읽어보자 다짐했던 그의 저서. 2020년 12월,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17년 만에 출간한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열린책들이기에 가능했던 이 대장정의 보석 같은 결과물에 감탄하며 총 15권의 전집 중에서 『정신분석 강의』를 택했다. 고군분투하며 읽었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독서 모임 친구들과 서로 이끌어주고 함께 토론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뜻깊은 독서를 이어갔다. (열심히 참여한 그대들, 모두 고맙습니다!)

 

 

 

 프로이트 입문서이자 프로이트 이론의 결정체라는 『정신분석 강의』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제2부: 꿈>, <제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제목만 봐도 '나 어렵지?'라고 기세등등한 주제들이라 마음 단단히 먹고 읽기 시작! 프로이트가 1915~1916년과 1916~1917년의 두 번에 걸친 겨울 학기에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 다른 책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넘치는 의욕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맨 앞줄에 앉은 의대 신입생이 된 기분이랄까? (물론 나는 의대 문턱도 못 넘어봤지만,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 같기에...) 프로이트는 청중이 지닌 지식과 상관없이, 모두 가장 기초적인 강의부터 필요한 사람이라 간주하고 강의하겠노라 표명한다. 천생 문과인 나에게 이보다 더 감사한 말이 있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프로이트 박사님의 강의는 때론 아리송할 정도로 어려워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지만, 감탄을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설득력 있고 기발한 주장이 가득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 우리가 저지른 행동, 정말 실수일까?

 

 다양한 실수 행위의 근저에는 망각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실수나 망각은 정상 상태에서도 발생하니, 건강한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 행위를 연구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이 연구의 첫걸음이다. 실수에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다. 여러 실수 행위의 사례에는 그 자체의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실수 행위의 반복은 집요함을 드러내고 그 집요함은 우연적인 일이 아닌 '의도'에나 잘 어울리는 것이기에 이건 의도의 문제다! 그렇다면 망각은 무엇인가? 망각, 즉 어떤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그에 적대적인 어떤 반대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로, 모든 실수는 의도적이다! 이런, 이런... 그럼 우리가 살면서 저지른 실수는 모두 마음의 소리였을까? 피하고 싶은 일을 홀딱 잊어버리고, 갑자기 배가 아프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착각을 일으켰던 그 순간들이 전부 '하기 싫은' 진짜 속마음이었다니. 프로이트의 말이 절대적 진실이라 볼 순 없지만,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이라 '실수란 의도적인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절대 공감!

 

 

 

 


 

 

 

 

 

제2부: 꿈 - 욕망의 실현인 꿈,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꾸시겠습니까?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떤 꿈을 꿀까? 예전엔 과학자, 대통령, 선생님 등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는데, 요즘은 아이돌이란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지만, 다시 프로이트 강의로 돌아오자! 이번 강의의 주제는 꿈이었다.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 노노!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은 우리가 잠자며 꾸는 그 꿈이다. 3부에서 이어질 신경증 연구를 위한 준비 단계로 꿈의 의미를 증명하는 게 목표다. 꿈은 실수 행위처럼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이다. 그럼 꿈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수면은 무엇이고, 정신 활동은 왜 잠들지 않는지 알아보며 꿈의 실체를 파헤친다. 프로이트는 꿈꾼 이가 자신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마 알고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다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모르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왜 우리는 그런 보호막으로 꿈을 부정하고 한걸음 멀어지려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숨겨진 욕망에 있다.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 즉 리비도는 대상을 아무런 제약 없이 선택하고 금지된 것을 가장 열렬히 선택한다고 한다. 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는 성적 상징물에 얼굴을 붉히며, 인간의 이 원초적인 본능이 꿈으로 나타난 여러 사례를 통해 꿈의 본질에 성큼 다가간 시간이었다. 꿈은 타협의 산물이자 소원 성취의 장이며, 이성적 검열을 피해 자유를 손에 쥔 일탈 행위다. 그렇다면, 오늘 밤엔 무슨 꿈을 꿔볼까나? 상상만으로 흐뭇!

 

 

 

 

 

 

 

 

 

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 신경증의 원인이 리비도라니!

 

 

 

『정신분석 강의』의 하이라이트 신경증. 약 1년의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된 마지막 강의에서 실수 행위와 꿈에서 다른 다양한 요소들이 대거 등장한다. 망상은 다른 증후에서 예측할 수 있는 무의식적 정신 과정에 관한 필연적 반응이다. 외상성 신경증 환자들은 꿈속에서 규칙적으로 외상적 상황을 반복한다. 신경증은 외상적 질환과 동일하게 볼 수 있으며, 통제력이 약해진 무기력한 상황에서 발행할 수 있다. 증상을 일으키는 무의식적인 사전 조건을 의식화할 수만 있다면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환자의 증상들은 동일한 의도에 봉사하는데, 그 의도는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응?) 사람들이 신경증에 걸리는 이유는 쾌락을 향한 욕망인 리비도를 만족시킬 가능성을 박탈당했을 경우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기승전 성에 관련된 증상이란 말인가! 대체 성이라는 원초적 본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지배하는 걸까? 쾌락 원칙에서 현실 원칙으로의 전환은 자아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라고 한다. 환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바로 예술이다. 자아가 약해지면 리비도의 요구가 거세지며,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치료 메커니즘 또한 리비도 이론 형식으로 완결짓는다. 억압을 새롭게 만들어진 갈등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 음... 뜻밖의 원인과 결과에 깜짝 놀라 이게 정말 옳은 말인가 몇 번이나 의심했는지... 한 노인의 장광설로 치부하기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으니 지금까지 정설이자 진리로 인정받겠지? 그래, 이번 강의도 인정!

 

 

 

 

 '그래? 그럼 내 심리를 파악해봐!' 심리학과를 졸업한 지인은 전공이 밝혀질 때마다 심리를 파악해보라는 무례한 요구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디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던가? 심리학보다 더욱 깊숙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파고든 프로이트 박사의 정신분석 강의. 짙은 안개가 깔린 듯 막연하고 모호했던 미지의 영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인물이기에 프로이트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은 존재다. 솔직히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재밌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은 틀림없다. 분명 눈으로는 읽고 있지만, 머리에 남지 않아 소리 내 다시 읽고 필기하기를 반복한 순간도 있었고 독서 모임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토론한 재밌는 순간도 있었다. 한마디로 희비가 수없이 교차했던 책. 고생 끝에 얻은 깨달음은 달콤하고 귀했다. 가장 공감하고 재밌었던 이론은 실수가 의도적 행위라는 점. 지난밤 꾼 꿈을 떠올리며 숨겨진 내 욕망을 찾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주변인을 떠올리며 원인을 파악하는 등 당분간은 프로이트 박사의 강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학구열을 불타오르게 할 듯하다! 함께 읽기와 완독의 기쁨을 안겨준 프로이트 『정신분석 강의』, 나의 인생 도서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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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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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의 시선

글: 김시선

그림: 이동명

펴낸 곳: 자음과모음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영화보다 좀 더 좋아하는 책에 관심이 쏠린 탓일까? 나의 유튜브 구독 채널 주제는 책, 좋은 습관 형성 (특히 미라클 모닝), 음악 정도였다.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정작 영화 유튜브 채널은 왜 눈여겨보지 않았는지, 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이번 책과의 만남을 통해 그쪽 세계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100만 구독자가 선택한 영화 관련 유튜브 '김시선' 채널. 그 채널의 주인장인 김시선 씨의 시시콜콜한 영화 생활이 담긴 에세이 『오늘의 시선』. 인기와 유명세에 힘입어 책을 내는 유튜버가 많아지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 책 『오늘의 시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영화에 관한 자기 생각과 인생관 그리고 영화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정성 들여 담아낸 글에서 진심과 성실함이 엿보이는 책!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글을 잘 쓰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데, 김시선 씨의 글을 뭐랄까... 그와 대화하는 느낌이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생각을 전달하고, 과격한 주장이나 비판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문장들이 '안녕'하고 수줍게 손을 흔든다. 이분, 글 잘 쓰시네! (부럽다) 우연히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는 시선 씨는 무언가 좋아하는 느낌은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주고 사랑하는 상대가 생기면 근거 없는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와 믿음은 다음 행동의 근거가 된다며, 믿음직한 말로 읽는 이의 마음을 훔친다. 사람들은 대부분 결말이란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듯 영화를 본다. 그리고 누군가 결말을 미리 스포일러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영화의 끝을 알고 보면, 결말에 끌려가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며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재미는 조금 덜 할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급히 질주할 때 놓친 멋진 장면을 되찾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프랑스의 감독이자 유명한 영화 평론가인 프랑수아 트뤼포가 제시한 영화와 가까워지기 위한 3단계!

1) 많은 영화를 본다

2) 극장을 나설 때 감독 이름을 적어라

3)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해보라.

 

 

 

영화를 좋아하는 척이 아닌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 3단계가 즐겁고 행복한 과정이리라! 내가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방법과 상당히 유사하여 역시 문화와 예술이란 일맥상통함을 다시 한번 공감. 책과 영화를 고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별점에 관한 이야기도 마음에 훅 와닿았다. 별점은 괜찮은 작품을 쉽게 고를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그 작품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장면을 차마 담아낼 수 없는 무색무취의 수단이며 영화가 가진 어떤 맛도 전해주지 못한다는 말. 한 출판사 사장님은 신간을 낼 때마다 출산하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다. 만든 이가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을 견디며 완성한 결과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자. 별점을 꼭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면 제발 한 번 더 신중하게!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와 더불어 거기서 뻗어 나온 시선 씨의 속 깊은 이야기와 인생 철학까지 엿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유튜브 채널 구독 신청하러 가겠습니다! 아차차, 새해를 맞아 더 와닿았던 문장 기록을 잊었다.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이 글에 살포시 공유합니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멈춰 있으면 우연은 생기지 않는다.

《오늘의 시선》 - p24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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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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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디, 얼지 않게끔

글쓴이: 강민영

펴낸 곳: 자음과모음

 

 

 

 새해를 맞아 이틀이나 소복하게 내린 눈이 살얼음 코트를 입고 반짝반짝 빛나던 어느 오후, 겨울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소설을 만났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새소설 시리즈 신간, 강민영 작가의 『부디, 얼지 않게끔』.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소설에서 시시각각 흘러가는 계절이 사뭇 새롭게 느껴진다. 출간 시기가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맞아떨어졌는지, 창밖에 펼쳐진 새하얀 세상과 시기적으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소설. 음... 뭐랄까, 이 작품은 아름답거나 희망적인 내일을 그리기 보다는 따스한 마음과 간절함 그리고 삶을 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덥고 습한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예고하는 뉴스와 함께 소설은 시작한다. 제목에서 물씬 느꼈던 겨울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색해져 당황했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이 왜 여름을 앞둔 순간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고개를 끄덕끄덕. 여행사 직원인 주인공 인경은 더위를 탄 적이 없다. 사회생활의 틀 안에서만 각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직장에서 인경의 인생에 성큼 들어선 인물이 나타난다. 그녀의 이름은 희진. 여행사 경리 직원을 꼭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한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더위에 쥐약인 희진은 인경과 함께 베트남에 가게 된다. 서먹한 사이였지만, 자신을 관찰하는 희진의 불쾌한 시선을 느낀 인경. 습하고 더운 베트남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인경은 희진 덕분에 자신의 이상한 몸 상태를 깨닫게 된다. 더위를 즐기고 추위에는 약한 변온 인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린 몸 상태가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인경은 차분하게 생존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그 곁엔 늘 희진이 함께한다. 운동, 영양제, 방수 제품, 월동 준비. 여름이 지나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을이 오고, 그리고 매섭게 추운 겨울이 도래하며 인경은 손가락 하나 들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해진다. 이제 때가 됐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는 겨울잠. 자신을 돕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힌 희진의 얼굴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무거운 눈꺼풀을 감은 인경은 따스한 봄이 오면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그녀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가장 처음 무엇을 보게 될까?

 



 

 

 

 

 

하지만 부디, 다시 눈뜰 수 있기를.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그래서 내가 겨울을 버터낸 이유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우리가 만난 행복한 여름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기를.

《부디, 얼지 않게끔》 - p200 중에서...

 

 

 

 처음엔 인경과 희진이란 인물이 동성이 아닌, 남녀 관계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별난 상황에 처한 남자를 여자가 도우며 사랑이 싹트고 봄이 오면 다시 함께하자고 서로를 꼭 끌어안는...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인경과 희진의 독특하지만 특별한 우정이 빚어낸 매력이 살지 않았으리라.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를 맞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인경. 인경의 목덜미를 타고 들어와 온몸을 잠식한 그 서늘한 냉기가 내 손끝과 발끝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몸이 마비될 정도의 추위. 소설 속 인경이 그랬듯이 나 역시 희진과 함께일 때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미약하나마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칫 너무 처절했을 수도 있는 인경의 겨울 준비를 묵묵하고 담담하게 그려내어 더 가슴이 뭉클했던 이야기. 인경과 희진 두 사람이 함께여서 다행이고, 봄이면 꼭 깨어날 인경을 기다리며 두 사람의 다음을 꿈꿔본다. 어쩌면, 지치고 힘든 우리의 마음도 겨울잠이 필요할지 모른다.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 테니, 부디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힘겨울 겨울이 지나면 우리의 사계절은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인생에 봄날은 또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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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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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믿고 읽는 서해문집의 신간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북펀드 참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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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 수술실에서 찾은 두뇌 잠재력의 열쇠
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이경민 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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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글쓴이: 라훌 잔디얼

옮긴이: 이한이

감수: 이경민, 강봉균

펴낸 곳: 윌북

 

 

 창의력 키우기, 치매를 예방하는 뇌 운동, 브레인 마사지 등등 인간의 뇌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는 주제다. 체중의 2.5%를 차지하지만, 1일 섭취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는 뇌.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 기관이자, 어쩌면 우리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뇌를 탐구한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윌북 출판사가 펴낸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단언컨대, 이토록 재미있는 뇌과학 책은 처음이다! 천생 문과인지라 책과 외국어 등, 언어에만 관심이 있는 내가 뇌과학 이야기에 흥분하며 몰입할 줄이야!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이며 현재는 대학교에서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는 라훌 잔디얼 박사. 똑똑한 분이란 건 분명한데, 이야기는 또 어쩜 이렇게 재밌게 하시는지! (게다가 외모까지 출중) 신의 실수인가? 너무 많은 걸 가진 완벽한 박사님 덕분에 끝까지 재밌게 읽은 뇌과학 이야기. 정말 생각할수록 반칙인 이 책은 혼자 알고 있기 아까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신경외과 의사 버전이라 보아도 좋겠다.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추천의 글 중에서...

 

 

 

 

 저자가 밝힌 이 책의 목표는 신경과학과 낭설을 분리하고 광고를 걸러낸 진짜 희망에 관해 알려주는 거라고 한다. 확실한 한 가지는 뇌는 질병이나 상해로 심하게 손상되더라도 회복될 수 있다는 점! 저자는 뇌 그 자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기억력과 창의력 같은 뇌의 기능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과 환자들을 집도하며 겪은 생생한 상황을 전달한다. 저자가 접한 뇌의 첫인상은 이미 죽고 피 한 방울 없는 쭈글쭈글한 베이지색 콜리플라워였다는데, 실은 살아있는 뇌의 빛깔은 굉장히 영롱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안으로 쏙 들어갈 정도로 부들부들한 뇌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없다는데, 이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뇌는 통증을 느끼지 않기에, 환자의 의식을 유지하며 언어 능력 부위를 비켜 수술했던 일화는 정말 대단하다. 안타깝게도 1년 3개월 후, 종양이 재발하여 다시 수술대에 올랐을 때는 언어를 관장하는 부위가 바뀌어 있었다는데...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뇌 절반을 들어내고, 마비됐던 왼쪽 신체를 3년 만에 다시 움직이게 된 제니퍼란 소녀의 이야기는 인간의 위대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다시 일깨우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뇌 훈련은 어느 정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치매 발생률을 낮춰주는데, 이는 수면 시간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니 성인이라면 하루에 7~9시간 잠을 자라고 권한다. 유전성 불면증으로 잠을 자는 능력을 상실하면, 6개월~30개월 정도 한숨도 못 이루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니, 세상에 뭐 이런 병이 다 있나 싶으면서도 잘 자는 지금의 내 상태에 감사함을 느꼈다. 가장 관심 있게 메모한 두 가지 팁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두뇌 운동과 잠을 잘 자는 법!

 

 

 

★ 두뇌 운동 ★

1) 딴생각을 해라: (창의력 강화) 딴생각을 많이 하면 멀리 떨어진 뇌 영역 사이의 연결 부위들이 많이 자극된다.

2) 놀이하듯 하라: 유년 시절의 자유로운 놀이는 성인이 된 후에 창의력의 기반이 된다.

3) 밖으로 나가라: 30분 걷는 것만으로 충분! 약간의 운동, 신성한 공기 한 모금과 계절감을 느끼면 두뇌 운동이 활발해진다!

 

 

 

★ 잠을 잘 자려면 ★

1) 같은 수면 패턴을 꾸준히 유지

2) 오후나 저녁에 카페인 섭취 금지 (카페인은 10~12시간 정도 작용한다.)

3) 20분이 지나도 잠을 못 이루면 일어나라.

4) 침대에서는 잠만 자라.

5) 저녁부터 조도를 어둡게 유지해라.

6) 잠들기 최소 30분 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해라.

 

 

 

 

 

 

 나의 오랜 관심사인 간헐적 단식, 양질의 수면, 습관,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다양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접근하여 살펴볼 좋은 기회였기에, 이 책 『내가 뇌를 처음 열었을 때』와의 만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듯하다. 1955년 4월 18일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떠나며, 화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하비라는 병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 240조각으로 자르고 방부 처리를 한 후, 그중 일부를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반인륜적 행위였지만, 그의 뇌를 연구한 덕분에 뇌과학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발전을 성취했다고 하니... (욕도 못 하고) 그저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아인슈타인의 명복을 빌었다. 숨을 멈추고서도 편히 잠들지 못한 안타까운 천재의 삶. 이런 놀라운 일화와 더불어 누군가의 기적 같은 회복,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알찬 지식이 가득한 이 책은 2020년에 만난 큰 선물이었다. 한 번 읽고 덮기엔 너무 아쉬운 이 책, 2021년에도 또 만나보자! 뇌과학이 어렵다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전하는 뇌과학만큼은 정말 재밌으니 모두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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