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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평점 :
제목: 사람사전
지은이: 카피라이터 정철
펴낸 곳: 허밍버드
단 한 문장으로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고, 감동을 끌어내는 언어의 마술사 카피라이터. 광고의 승패를 좌우하고 기가 막힌 설명으로 대상의 품격을 높여주는 그들의 말솜씨에 반해 마음에 드는 문장은 꼭 손글씨로 남겨놓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손글씨 조각들은 시간이 흐르면 어딘가로 흩어지기 일쑤였는데, 그런 아쉬움을 단박에 달랠 책이 등장, 두둥!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출간된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사람사전』. 어학 전공을 살려 말로 먹고사는 지라 여러 사전을 접한 나지만, 이렇게 따스한 감동을 선사하는 사전은 처음이다!
사전답게 세종대왕이 정해주신 대로 기역, 니은으로 시작해 히읗으로 끝나는 이 책엔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단어의 참맛이 실려 있다. 몇 가지 단어를 적어보자면...
#625 서민
보통이 넘는 양심을 지닌 보통 사람. 보통이 넘는 상식을 지닌 보통 사람. 보통이 넘는 욕심을 지니면 서민에서 밀려나 상류층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렇게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상류층을 돌려까며 서민을 높이기도 하고
#646 세월
2014년 봄 세상에서 가장 아픈 말이 된 단어. 세월이 가면 잊힌다지만 그날 그 바다를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한국 사람만이 공감하고 아파하는 가슴 저릿한 기억을 보듬기도 하고
#531 부부
한 글자로는 짝. 두 글자로는 하나. 세 글자로는 나란히. 네 글자로는 평생친구. 다섯 글자로는 사랑합니다. 열아홉 글자로는,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이렇게 부부라면 응당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재밌게 풀어주기도 하고
#1177 할머니
보고 싶다. 보러 단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이젠 쓸 수 없다.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볼 수 있을 때 보러 갔어야 했다.
이렇게 '나중에...'를 기약하며 못다 한 효도를 가슴 절절하게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단어 풀이가 워낙 재밌고 독특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게 되지만, 역시나 한 호흡에 다 읽기는 조금 무리. 하지만 펼친 자리에서 다 읽지 못 한들 어떠하랴. 이 책의 묘미는 문득 생각난 단어를 찾아보거나, 아무 장이나 펼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읽거나, 가슴에 와닿은 주옥같은 글귀를 손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게, '반가워, 마침 나도 네 생각을 하고 있었어'라는 뭉클한 말을 들은 느낌. 반가운 마음에 얼싸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저 서로 등을 토닥이는 먹먹함. 배꼽 잡고 웃고 피식거리고 돌아서서 한참 후에 떠올리며 배시시 웃게 하는 재치와 재미. 사람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덩달아 부푸는 마음 등등 『사람사전』이 주는 즐거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오랜 여행길에 딱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택하겠다. 국어사전에는 미처 담지 못한 단어 속 사람이 담긴 우리의 진짜 이야기, 『사람사전』으로 꼭 만나보시길!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