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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제목: 다람쥐의 위로
지은이: 톤 텔레헨
옮긴이: 정유정 / 그린이: 김소라
펴낸 곳: 아르테
굉장히 소박하고 잔잔하며 고요하면서도 풍요로운 동화를 만났다. 『다람쥐의 위로』. 네덜란드 출신의 동화작가 톤 텔레헨이 들려주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위로의 메시지. 우울과 슬픔에 휩싸인 큰 괴로움에 관해 이야기하진 않지만, 울적한 어느 날 혹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의기소침한 날 툭 던지듯이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랄까? 과하지 않아서 좋고 부담스럽지 않아 편안하다.
한 다리로 선 채 절대 넘어지지 않은 왜가리, 다람쥐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개미, 폭발한 이웃을 제자리에 맞춰 넣는 딱정벌레, 공중부양에 성공한 고슴도치, 위시리스트를 파는 상점을 연 귀뚜라미, 걱정 많은 거북이, 외로운 생일을 보내고 우울한 오징어, 너무 더운 나머지 몸이 녹아버린 코끼리 등등 이 책은 다람쥐만이 아닌 모든 동물과 곤충이 주인공이 되어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동물 우화인 시튼 동물기 같은 스타일은 아니니 그저 여러 동물을 통해 묵묵하고 소탈하게 전하는 담백한 위로와 토닥임이라고 보면 좋겠다.
어리숙한 말투로 뜬금없이 또렷한 인생철학을 전하곤 했던 보노보노가 떠오르는 이야기. 뭐가 어수룩하고 느릿느릿할 것 같은 다람쥐는 모든 친구를 보듬고 챙겨줄 만큼 넓은 마음과 고운 심성을 지녔다. 어느 날 아침 코끼리, 다람쥐, 거북이는 웅덩이 가장자리에 모여 앉는다. 갖가지 상상을 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낀 세 친구. 코끼리는 갑자기 이렇게 외친다. "왜 항상 원하는 것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아무도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거북이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우리, 생일이라고 상상해볼까?" 곧 서로의 생일이라 생각하며 축하하는 세 친구.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상상도 해본다. "이제 우리 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행복하다고 생각해" 코끼리와 다람쥐가 대답했다.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웃을 일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하면 좋겠다. 그 옛날 송대관 아저씨가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라고 목놓아 외쳤듯이 우리 인생엔 앞으로 화창한 나날이 무수히도 많이 펼쳐질 테니까. 안절부절못하며 늘 바삐 살던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상수리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람쥐와 친구들이 보내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가만히 함께했던 시간. 아무 걱정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은은한 미소와 몽글몽글한 감동을 전하는 『다람쥐의 위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