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 문을 열면

지은이: 오사키 고즈에

옮긴이: 김해용

펴낸 곳: 크로스로드

 

 

 평생 가볼 수 있을까 싶은 특별한 장소,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놀라운 순간. 그런 특수한 상황이 주는 신선한 충격은 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이야말로 우리의 삶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와장창 깨져버린 유리창처럼, 갑작스럽게 일그러진 일상은 더 큰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이런 심리를 잘 살린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크로스로드 출판사의 신작 『문을 열면』. 무심코 열고 들어간 이웃집에서 싸늘한 시신을 마주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 잘 생각해보자.

 

 

 

 이사할 마음으로 방 정리를 하던 주인공 유사쿠는 이웃 구시모토 씨에게 미처 돌려주지 못한 잡지를 발견하고 집을 나선다. 'ㄷ'자 모양 맨션 같은 층에 사는 두 사람. 구시모토 씨 집에서 기척이 없자 유사쿠는 잠기지 않은 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간다.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 없이 적막하기만 한 집에서 유사쿠는 구시모토 씨의 시신을 발견하다. 대체, 왜, 누가, 어떻게 그를 죽인 걸까?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순간적인 장면에서 탁자 위에 놓인 두 개의 홍차 잔과 손님용 고급 슬리퍼가 눈에 띈다. 방문객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렸던 유사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신고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고 그로 인해 뜻밖의 상황에 휘말린다. 유사쿠가 그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한 어떤 녀석이 유사쿠를 협박하며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한 것. 녀석의 정체는 고등학생 사사키 히로토. 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그 집으로 갔을 때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시간이 흐른 후 시체가 돌아온다. 이건 또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인가. 베일에 싸인 히로토와 차츰 가까워지며 두 사람은 구시모토 씨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함께 파헤친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엄청난 긴장감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없었지만, 제법 흥미진진했던 소설이다. 유사쿠와 히로토가 펼치는 콤비 플레이, 사이비 종교인지 의심스러운 건너편 맨션의 모임과 옆집 고양이, 의문의 여고생과 실종된 초등학생 여자아이 등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가 다수 등장하여 지루할 새가 없다고 할까? 일상 미스터리물이라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사건의 개연성도 설득력이 있고 부담 없이 편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이 재난인 요즘의 사태를 잘 담아낸 작품이 아닐지! 미치광이 살인마가 벌이는 잔혹한 참극에 잠시 지친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때론 이런 일상물이 더 가슴에 와닿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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