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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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지은이: 오은영

펴낸 곳: 김영사

 

 

 자식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부모님 마음을 조금 알 수 있다. 아이도 울고 부모도 울고 싶은 수많은 상황을 넘기며, 내 자식이니 사랑으로 보듬고 또 보듬는 부모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모의 역할과 마인드도 조금씩 변하여 이전 세대 부모들과는 여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쩌면 변치 않는 한 가지는 누구에게나 처음 부모가 된 순간이 있다는 것. 자식으로만 살다가 부모가 된 순간, 우리는 자식을 어떻게 대하고 키워야 할까.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그 숙제를 다정하고 명쾌하게 풀어주는 책을 만났다.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의 견해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며 각자가 아닌 부모로 자식을 대할 현명한 합의점에 도달하도록 이끌어준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울렁거리는 단어, '불안'. 엄마가 내 아이에게 갖는 '도를 넘는 걱정'과 아빠가 내 아이에게 보이는 '지나친 무관심'은 모두 '불안'이란 감정의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아이에 대한 불안은 엄마의 걱정 본능이며 이는 모성의 무한한 보살핌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남자의 뇌는 문제 해결 본능을 강하게 일으켜 '안 돼' 혹은 '돼'라고 답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 '육아는 내가 모르는 분야'라는 옵션이 더해지며 상황이 악화한다. 여자는 공감을 원할 뿐인데, 남자는 '고집과 회피' 그리고 경계심으로 엇나가기 쉽다. 하지만 남자의 이런 본능 역시 불안이란 감정이다. 결국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자녀에 관해 같은 걱정을 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마치 다른 행성 사람인 것처럼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이끈다. 불안을 인정해야 안정된 양육이 가능하다. 자식을 키우며 겪게 되는 여러 충돌 상황별 대처법이 참 인상 깊었다. 아이의 교육 문제, 아이의 친구 관계, 아이의 인성과 건강 그리고 안전 문제, 생활 전반의 다양한 문제라는 주제로 꼼꼼하고 현실적인 조언이 실려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꼭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초반부터 상당히 뜨끔했다. '아이에게 절대 소리를 지르지 말라.' 여기서부터 아이에 대한 존중이 시작되는 거라고. 문득 등원 준비로 바쁜 매일 아침이 떠올랐다. 꼼지락거리면서 어찌나 시간을 끄는지, 하루라도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는... 참 속상한 상황. 물론 내 자식이기에 될 때까지 끊임없이 믿고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늘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란 굉장히 힘들다. 우선,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칠 때 부모는 낮은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강한 모습으로 몰아세울수록 아이는 그 권위적인 힘에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부부가 서로를 대하는 말 습관도 중요하다고 한다. 노력하며 공부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 막막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할 거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내 곁엔 오은영 박사의 책이 곁에 있어 줄 거다. 박사님께 직접 찾아가기 힘든 세상 모든 엄마에게 추천하고 싶은 솔루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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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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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글쓴이: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김명주

펴낸 곳: 김영사

 

 

 언제나 무엇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학자 리처드 도킨스. 신념이든 과학이든 정치든 감정이든 가짜라면 질색하는 인물!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출간 이후 30년 이상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문제작이라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흥미롭긴 했지만, 완벽하게 이해하며 읽었다고는 볼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에 만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그나마 좀 더 친숙했다. (물론 워낙 수준 높은 글이라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볼 순 없지만...) 그가 미국에서 처음 출간한 글을 포함하여 30년간 쓴 수없이 많은 글 중에서 딱 41편을 추려 엮은 책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강연문, 칼럼,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통해 그가 지닌 세계관과 냉철한 지성만큼이나 따스한 시선을 엿보았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지적인 외계인>이라는 에세이에서는 1,000억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오직 지구에만 생명이 산다는 건 너무 무모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생각이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물론 저자 역시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순 없다고. 일부 종교와 외계인 이야기로 시작한 이 글은 '지적 설계론자'로 위장하는 창조론자의 논법까지 도달하여 1~3단계의 논증을 제시한다. 정신없이 몰아치다 도달한 결론에 '오잉?'하며 정신을 차리게 되는 글. 어찌나 과학적이고 논리정연한지... 저자와 말싸움을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겠구나 싶다. <혈연 선택에 관한 열두 가지 오해>에서는 '혈연선택은 드문 유전자에만 작용한다'와 같은 오해를 요목조목 따져가며 깨끗하게 정리하고 <시간에 대하여>에서는 불가사의하고 규정하기 어려운 시간에 관한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다분히 과학적이다 보니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다. 음, 그래. 이 책은 어렵지만 흥미롭다.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는 물론이고 진화론, 자연 선택, 종교, 과학철학까지 아우르는 리처드 도킨스의 멋진 글. 읽고 있으면 그저 '이 사람은 정말 똑똑한 인물이구나. 어쩌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일지도 몰라.'라는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와 다르면서도 닮았고,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양면성이 당황스러웠지만, 어려운 주제도 상당히 흥미롭게 풀어낸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위화감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내가 읽기엔 다소 어려운 책이었던 게 확실! 그래도 리처드 도킨스의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시간. 또한 지적 능력이 한 단계 정도는 상승하지 않았을까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나의 부족함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자, 이제 찬찬히 한 꼭지씩 음미하며 재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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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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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시리즈》

글쓴이: 배기정

펴낸 곳: 자음과모음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야심 차게 출간하고 있는 <트리플 시리즈>. 3개의 단편과 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찰떡 조합은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스릴과 코끝 찡해지는 뭉클함, 욱하는 감정, 살면서 겪는 각양각색의 희로애락 등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잘 녹여낸 작품으로 현실감을 더한다. 박서련 작가의 『호르몬이 그랬어』,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에 이어 세 번째 주자인 배기정 작가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 세상에, 전작 2권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정말 한 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마치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도 되는 듯 현실감이 넘쳐서 하염없이 빠져들었다.

 

 

 

 첫 이야기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단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이나믹한 한 여자의 인생이 펼쳐진다. 한데, 이게 고작 주인공 '나'의 인생에 몇 년분밖에 차지하지 않는 에피소드라니! 그래, 인간의 삶이란 이토록 파란만장할 수 있구나! 섞정, '몸을 섞다 생긴 정'이라는 알쏭달쏭한 신조어를 접하며 주인공의 인생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후재라는 친구이자 섹스 파트너와 모텔에 갔다가, 잔혹한 살인마에게 걸려 칼에 3번 찔린 후재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찔린 상처는 회복이 빨랐지만, 마지막에 머리에 떨어진 액자로 인한 뇌진탕 탓인지 그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깨어나지 못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어느새 해외로 눈을 돌려 '자하'라는 시골 마을로 향한다. 주인공이 그곳에서 겪었던 욕 나오는 불장난과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인생을 향한 겸허함을 느끼며 소심하게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인생 왜 이리 x 같냐!'라는 맨정신에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면서 말이다. 과거 좋아했던 인디 가수가, 팬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배달원으로 취업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끝나가는 시절>과 오빠와 여자 친구였던 레일라의 집에 계속 얹혀살며 직장 생활과 결혼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레일라>도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 <일일>에서는 배기정 작가의 멋진 글솜씨를 여지없이 감상할 수 있어 감탄에 또 감탄!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를 만나며 단편소설이 이토록 짜임새 있고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매번 실감한다. 단편이란 일단 물리적인 길이가 짧아야 하기에 그 안에 모든 것을 욱여넣어야만 해서 어지간한 글솜씨로는 맛깔나게 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트리플 시리즈>는 그건 너의 편견이라며 아둔한 독자와 어설픈 글쟁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배기정 작가의 글을 정말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더 미치도록 재밌었고 마치 나 혹은 지인의 삶을 몰래 훔쳐보는 듯 현실적이라 소름 돋았다. 이 작가 정말 글 잘 쓰네! 그녀의 재능이 한없이 부러워 질투하면서도 재밌는 소설을 읽어 한없이 업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 더 말하면 사족이 될 뿐, 자꾸 써서 뭐 하리. 배기정 작가의 단편 소설집 『남은 건 볼품없지만』 정말 미치도록 재밌었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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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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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지은이: 티키틱

펴낸 곳: 아르테

 

 

 

 봄날 화사하게 핀 개나리 같은 노란색 표지도 눈길을 끌었지만,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호탕하게 웃고 있는 청년 4명의 모습이 담긴 띠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사람들 대체 누군데 이렇게 배꼽 잡고 웃는 걸까? 티키틱? 이 말장난 같은 단어는 또 뭐지?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라는 제목에서도 뭔가 이렇다 할 힌트를 얻지 못한 나는 책날개에 실린 티키틱의 정보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어 짧지만 중독성 강한 작품을 제작하여 일단 보기 시작하면 정주행하게 된다는 그들의 영상.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책을 읽을 요량으로 편하게 기대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단숨에 컴퓨터를 켰다. 유튜브 접속, 티키틱 조회. 영상을 하나 봤는데... 어라? 재밌네? 하나만 더 볼까? 이거 뭐지? 웃긴다! 근데 생각보다 영상 수준이 높은데? 음... 이 사람들 재밌네!

 

 

 

 '티키틱 첫 책 내용 27초로 정리하기'라는 영상을 잠깐 정리해보자면... 티키틱의 결성 과정, 멤버들의 작품 철학, 대장의 작사 노트, 솔직한 속마음, 촬영장의 뒷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한다. 말 안 듣는 마리모 훈육 방법과 향후 10년 일기 예보, 실패할 일 절대 없는 김장김치 황금 비법은 아쉽게도 들어 있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굉장히 짧고 임팩트 있는 책 소개가 아닌가 싶다. 영상의 제목에도 주목해야 한다. '첫 책 내용' 분명 '첫 책'이라고 썼으렷다? 이들은 두 번째 책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맞죠?) Project SH로 홀로 활동하다 멤버들을 모아 티키틱이란 팀을 꾸린 영상 제작의 달인 신혁, 인터넷에서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한 베테랑이자 구독자 수 늘리는 일등공신 친구를 가진 세진, 티키틱의 막내이자 만능 디자이너이며 성공한 덕후 은택, 촬영 장비와 조명을 책임지는 티키틱의 해결사이자 10초 안에 잠들 수 있는 능력자 추추. 이 범상치 않은 4명의 청년이 만나 제대로 사고 친 채널 티키틱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이 책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에 담겨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른 몇 가지 단어가 있었다. 꿈, 열정, 우정, 성장통,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 지금도 어떤 영상을 제작할까 신나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티키틱을 생각하면 얼빠진 사람처럼 자꾸 히죽히죽 웃게 된다. 아무래도 이 친구들의 유쾌한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진 듯. 개인 방송이 메이저 방송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이 시대에, 나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충성 구독자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까? 열정 가득한 4명의 청년이 모였기에 가능했을 58만 구독 채널 티키틱은 오늘도 달린다. 친근하고 재밌고 때론 황당하고 어쩔 땐 정상인가 싶은 이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 부디 언제까지고 변치 않는 그 열정으로 구독자와 함께 멋지게 무르익어 가기를! 티키틱 모닥불이여, 영원히 타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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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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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글쓴이: 서미애

펴낸 곳: 엘릭시르

 

 

 

 잘 짜인 추리 소설을 읽으면 한여름에도 오싹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얼어붙는다. 귀신도 무섭지만, 사람은 더 무서운 세상. 과한 업무로 한창 번아웃 증상에 시달리며 독서가 즐거움이 아닌 버거움으로 다가올 때, 구원자처럼 내게 손을 내민 책을 만났다. 서미애 작가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작가를 모르는 독자도 있겠지만, 책을 좀 읽는다 싶은 독자라면 '서미애'란 특별한 고유명사를 기억하거나 《잘 자요, 엄마》,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등의 제목을 기억할 거다. 나는 작품 제목을 기억하는 후자였다. 굉장한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늘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지만 어쩐지 인연이 닿지 않았던 서미애 작가의 전작들. 《잘 자요, 엄마》의 주인공 하영의 5년 후를 그린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나를 찾아왔다.

 

 

 

 소설의 첫 시작 배경은 강릉. 중학교 3학년 유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심한 엄마가 월세로 마련해둔 70만 원을 몰래 챙겨 가출을 감행한 유리. 이 지긋지긋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유리를 괴롭히는 은수와 미나 패거리에게 새벽 도로에서 딱 걸린 유리는 여느 때처럼 두들겨 맞다가 그만 숨을 거둔다. 무면허로 차를 끌고 나왔던 지훈을 필두로 아이들은 유리의 사체를 유기하기로 한다. 장면은 급격히 전화되어 주인공 하영의 심리치료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희주가 등장한다. 하영의 갑작스러운 연락. 하영은 오래도록 진실을 꼭꼭 숨긴 채 희주와 숨바꼭질 같은 심리치료를 3년이나 받다 그만두었다. 아빠의 일방적인 이사 통보에 히스테리를 일으킨 하영은 희주를 만나 잠시 알쏭달쏭한 대화를 나눈다. 하영의 새엄마이자 희주의 친구인 선경은 갑작스레 임신한 상태. 이 임신은 계기로 이사하게 된 하영의 가족은 강릉에 있는 별장으로 향한다. 억울하게 죽어 암매장당한 유리, 하영이 봉인했던 엄마의 기억, 늘 미심쩍은 선경의 남편 등등. 얼기설기 얽힌 그들의 이야기가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 탄식을 내뱉으며 심장이 요동친다.

 

 


 

 

 굉장히 재밌었다. 전작인 《잘 자요, 엄마》를 읽지 못한 상태지만, 이 책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전작부터 이어 읽는다면 더 대단할 거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서로 연관 없는 듯이 흘러가던 이야기 조각들이 잃어버렸던 제자리를 되찾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소설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하영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선경이 느끼는 찝찝하고 기묘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하영의 친엄마는 어떻게 죽게 된 건지... 작가는 어느 한순간도 독자를 편히 놓아주지 않는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 절대 풀려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한없이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대단한 트릭과 엄청난 반전은 없지만, 구성이 상당히 탄탄하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가 담겨 있어 흥미를 돋운다. 서미애 작가는 미리 앞날을 내다보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된 이상, 그동안 미뤄왔던 서미애 작가의 전작들을 꼭 읽어봐야겠다.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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