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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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른 살 엄마의 열두 살난 딸 미진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싫다. 남의 눈을 피해 이사 다니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데 위축되는 것도 싫다. 그건 엄마가 열여덟살 고등학생 때 미진이를 낳은 것 때문이다. 너무 젊은 엄마와 흔적도 없는 아빠. 나날이 퉁명스러워지는 미진이를 대하는 엄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미진이의 아빠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학생이었고, 그런 이유로 미진이에게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2. 미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짝이 된 권나경은 아버지가 술로 나날을 보내며 폭력을 일삼았다. 나경이의 언니는 고등학생으로 임신을 해 집을 나갔다. 아버지의 폭력은 더욱 거세어졌다.
  3. 이들이 사는 곳은 영구임대아파트이다. 

어둡자면 한없이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 책 전체를 통해 마치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어느 쪽이 나을까? 아버지가 없는 것과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것. 또 이런 질문도 던진다. 열여덟살에 임신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게 나을까, 아닐까? 내 딸에게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를 낳으라고 할까, 말라고 할까? 열여덦살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길러야 할까, 알맞은 집에 보내야 할까? 참 고통스러운 질문이고,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흔하게 일어난다. 미진이 엄마나 나경이의 언니같은 어린 엄마들을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미진이의 엄마는 고등학생일 때 쉼터에 몸을 의탁해 미진이를 낳고, 그곳에서 배운 뜨개질을 생활의 방편으로 삼아 힘들지만 엄마 노릇을 해나간다. 미진이가 상처받고 힘들어할 때마다 미진 엄마도 고통스럽고, 가끔은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금세 도리질을 치며, 미진이라는 귀한 생명을 얻었음에 대해, 엄마라는 고귀한 역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러나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고, 미진이의 친구나 그 엄마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견디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가장 힘든 일은 자식의 원망 어린 표정을 견디는 일이다. 

책에서는, 미진 엄마가 매우 강단 있고, 마음이 깊고 곧아서 자신의 삶을 바로세우는 한편 자기 같은 처지의 어린 엄마들을 돕기까지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자식을 온전히 보듬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술에 절어 살며 폭력을 일삼는 나경이 아버지의 모습이 훨씬 흔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보통 지니는 감정과 인내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진이 엄마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건 그런 이유다. 진정한 의미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므로. 

책은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경쾌하게 진행된다. 어린이책답게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농도와 명암을 잘 조절해서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정도다. 특히 천우라는 긍정적이고 중심 잡힌 아이의 존재가 책 전체에 밝은 기운을 던진다. 그리하여 천우와 경찰관인 그 아버지의 존재, 시련을 견뎌내고 더 나은 삶을 향하는 굳은 의지와 인간에 대한 신뢰, 이웃간의 온정이 보태어져 등장인물들 모두는 화해와 포옹의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이 책, 딸 둘을 둔 엄마로서, 만일의 경우에 내 자식을 온전히 감싸안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책처럼 쉽게 화해되지 않는 게 세상이라서,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없고, 작가의 메시지에 선뜻 박수가 보내지지 않고, 머릿속으로 오랫동안 생각만 굴렸다. 명쾌하게 뭐라 하기에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앞으로도 미진과 그 엄마에게 닥칠 온갖 시련에 대해 미리 격려를 보내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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