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속의 아인슈타인 - 축구하는 금붕어부터 숫자 세는 앵무새까지 동물들의 환상적인 지능 이야기
클라우디아 루비 지음, 신혜원 옮김 / 열대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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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지 기억해 내기 어려울 정도로(혹은 기억력의 감퇴가 원인일 수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무슨 글인가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참고자료로 샀던 책 중에 <동물의 언어>라는 것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집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고래, 벌 그리고 온갖 동물들이 상호 소통하는 방식을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그때 생각했었다. '그런 소통을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 언어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기본적 소통을 넘어서서 '사유'라는 걸 가능케 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지적, 감성적 정보의 나눔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언어는 인간만의 고유의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은 한 마디로 인간과 여타 동물을 완전히 갈라 생각하는 일종의 오만이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만이 지닌 그 냄새 나는 오만의 산물. 이 책은 다양한 동물의 소통 및 생활방식을 서술해 놓아서 어찌 보면 그 옛날 <동물의 언어>를 더 구체적이고, 더 맛깔나게 구성한 것처럼도 보인다. 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 그러나 저 책과 비교했을 때 읽기가 무척 재미있고, 내용이 흥미롭다. 술술술까지는 아니어도 솔솔솔 읽힌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동물도 소통을 할 줄 안다.'가 아니라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소통하는 존재다.'라는 것이다. 인간이 손을 쓸 줄 알게 되고, 불을 쓸 줄 알게 되고, 점점 더 오래 사는 기술을 익히는 행운을 타고난 것을 다른 동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루살이'는 인간이 하루를 살았을 때는 도저히 익힐 수 없는 수준의 정보를 학습할 줄 아는 동물이며, 그건 인간의 삶의 기간이나 삶의 방식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떤 존재라도 학습할 필요가 있는 것은 충분히 학습하는, 인간과 똑같은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그게 착오였던 것 같다. 우리 기준으로 여타 동물들을 판단했던 것. 침팬지가 약초를 이용하면 본능이고, 인간이 약을 먹으면 과학이라는 우스운 착각.  하긴 제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기는 하다. 아무튼 책의 부제목처럼 동물들은 가히 환상적인 지능을 지니고 제 삶을 최고의 컨디션에서 살아간다. 도대체 어떤 동물이 얼마나 똑똑하고, 지능적인지는 책에 매우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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