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플라톤 국가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4
손영운 지음, 이규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만화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의 첫 번째 책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고 매우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마키아벨리즘에 대해 그처럼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같은 시리즈인지라 그 연장선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플라톤의 철학을 특히 국가에 대한 설계를 쉽게 설명해주기란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일테고, 그걸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설명하는 이상적인 국가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최고의 국가형태로 인식해온 민주정체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설득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터인데, 그걸 아이들 수준으로 맞춰 들려주자니 오죽 어려웠으랴 싶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어느 정도 감은 온다. 철인이 왜 다른 부류의 사람들보다 더 나은 국가를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 왜 계급을 나누어 알맞은 삶을 설계해 줄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 등등. 특히 언뜻 듣고서 이해되지 않았던, 시인추방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이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데아에 대해서는 오히려 헷갈리게 만든 측면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플라톤은 국가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고, 그 중 최고의 이상적인 국가는 탄생에서부터 제어되며 오랜 전문적 교육에 의해 이성적으로 훈련된 철인에 의해 다스려지는 철인정체이며, 나머지는 나쁜 국가로서 명예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 참주정체의 순으로 점점 더 나빠진다고 했다. 그가 민주정체를 낮은 순위에 둔 이유가 지금 소위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체의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였다.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정체는 관직이 추첨(재산이나 겉모습, PR에 의해 좌우되며, 이성보다 욕구에 의해 지배되는 다수가 똑같은 투표권을 행사하는)에 의해 할당되는 상태로서, 통치의 전문성이 무시되는 단계에 이르러 무제한의 자유가 곧 무정부주의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우생학까지 동원되는 계급체계라든가, 철저한 분리교육,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죄악시하며, 현세의 즐거움 역시 차원이 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등의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지금 사회의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2500년 전의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을 논외로 하지 않는 양성평등에 대한 생각 또한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 군주론>보다 조금 더 난해한 이 한 권의 만화책 속에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철학체계와 국가론, 인간론, 도덕론, 인식론 등을 담아내며 이해를 유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도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읽어서 무얼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그저 이름을 기억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쉽게 이런 고전을 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더 어필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읽고서 잘 삭혀서 이야기로 들려준 다음 다시 읽게 해야겠다는 나름의 방안을 세워 둔 상태.

  아무튼 '더 쉽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많은 내용을 다 집어넣기 보다 좀더 핵심을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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