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한시에 태어나서 늘 붙어다닐 것만 같았던 이란성 쌍둥이 형제. 하지만 어느 날부터 형은 동생을 피하고, 동생은 그런 형이 야속하기만 한데...으잉?젤리빈 한뼘BL이라 한뼘 만큼만 읽어야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손댔는데, 이건...대작으로 만들려다 아차, 한뼘이지?하면서 분량을 줄인 것 같은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도 이야기의 짜임새는 살아있어서 놀랍네요. 운명 탓에 자꾸만 엇갈리는 형제와 아마도 그들의 전생이었을 것 같은 황제와 그의 쌍둥이 동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고 다시 태어나서도 반복해서 같은 삶을 살아가는 순애보에 눈물 찔끔 흘리고 갑니다.
타인에게 들킬까 나 혼자 몰래 간직하던 소중한 첫사랑은 상대의 "어쩌라고? 병신 주제에."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나버리고 이제는 불편한 다리 탓에 직장에 오래 붙어 있을 걱정을 해야 하는 단태연은 '릴리에듀'의 구석진 곳에서 연구하는 연구원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그 곳에서 4년이나 버틴 그녀를 부른, 일면식도 없던 본부장은 태연에게 스타강사 '스텔라'의 개인 연구원이 되어주십사 부탁하는데, 그 스텔라가...첫사랑인 신세진이라고?많은 사람들의 추천글을 보고 왠지 모를 부담감에(나 혼자 재미없으면 어쩌지 울렁증) 쫄아서 책을 폈는데, 어쩌면 좋아요. 날 가져요, 세진 언니...꺄아!(세진이라면 벌레보듯 하면서 ㄲㅈ하겠지) 기우였네요. 어쩜 이리 묘사를 잘 하셨는지 첫 장부터 눈에서 하트가 뿜어져 나왔는데, 읽을수록 태연이는 외유내강의 진국인 인물이고 세진이믄 외강내유해서 귀여운(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보여주는 모습도 좀 치일 것 같은데, 태연이 앞에서만 보여주는 사랑스러움은...크으! 태연이 네가 착하게 살더니 그 보답을 받는구나ㅠ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태연이랑 세진이 케미도 좋지만 그 외에 나오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한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누구 라나 매력으로는 뒤지지 않는군요. 첫 페이지에서 마음을 콱! 주지 않았다면 흔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진이 너는 운 좋았던 거니까 태연이한테 더 잘하렴.장르를 크게 타지는 않지만 여중 여고를 나와서 그런지 GL에는 큰 환상이 없었는데 제대로 치이는 백합을 만났네요. 분량도 호덜덜해서 뷰어가 작동을 제대로 못하고 자꾸 꺼지는 것을 달래가며 읽었습니다. 이렇게 긴 이야기에 텐션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놀라운데 끝까지 감정선이 살아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어요. 장르불문 잘 쓰인 글은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윤희는 밤새 수업준비를 하고 지쳐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세상이라는, 차원이동을 하게 됩니다. 언어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것이 마법이 운용되는 방식이 수학이라는 것이었고 공대생의 위엄으로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것을 계기로 마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연을 시작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죽어서 이 세계에서 처음 시작했던 시점으로 회귀하게 되는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존재인 라비엘과 함께 차원이동과 회귀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당분간 피폐물은 읽기 싫은 기분이라 피폐 키워드에 구매를 심하게 망설이게 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표지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맞았습니다. 회귀와 차원이동이라는, 여기저기서 많이 우려먹은 소재를 택하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독특한 방식이나 짜임새 있는 세계관 그리고 개성도 있고 개연성도 있는 등장 인물들의 성격 덕분에 정통 판타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소재에 묻히지 않고 책을 읽어 나가게 등을 떠밀어 주는 필력도 지치지 않고 읽게 도와주는데 큰 역할을 했고요.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천 년 제국의 역사라는 큰 이야기가 되지만 과하다는 생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좋았습니다.현실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윤희(유니)나 제피로스라 불리는 것에 익숙해져 타인이 불러주는 이름이 낯설 정도로 감정을 절제해야만 했던 라비엘 두 사람이 여러 번의 회귀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을 키워가는 것에서는 찐~한 로맨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일 잘하는 제피로스지만 유니 앞에서는 세상 달달한 라비엘이겠지...부럽다...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읽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마법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약소국인 아메탄에서도 약자의 입장에 있는 왕녀 아셰는 자신을 제국에 팔아 넘기려는 태자에게 반발하여 그를 살해합니다(1부인 꿈속의 기분과 연관된 이야기)그 죄로 5년간 왕녀의 성에 감금되었던 아셰는 아메탄에 숨어들어온 제국의 2황자 이단 엔리히와 재회하게 되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마는데...한시내님의 전작들을 감명깊게(!) 읽고 이 작품도 연재로 달리려 시도하였으나 실패해버린 <나의 자리>입니다. 읽고 보니 거의 다 읽었는데 포기한거였네요. 하핫; 연재로 읽기엔 너무나 감질났던 것이, 갇혀 있는 왕녀 아셰는 너무도 당당하고 아름다웠으며 세상에 무심하고 또 자신의 욕망(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리고 아셰에게 반해서 그녀의 궁에 잠입한 이단은 미친 놈이지만 매력적으로 미친 놈이라서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속박하고 싶지만(실시간으로 미침이 심화중이지만) 너를 정말 사랑하기에 미친 것도 숨기고 배려하려 하는 바람직한 미친놈(...)이라서 참신한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네 세상을 나처럼 황폐하게 만들어서라도 나만 담게 하고 싶어. ...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이 결국 네 날개를 꺾는 일이지."캬~ 외조의 정석! 바람직한 미친 놈의 정석이네요. 그런 둘이! 아메탄의 사정 및 제국의 처지 탓에!헤어져 있어야 하고! 막! 그러는데 제가 애가 타겠나요, 안 타겠나요? 결국 아셰에게 큰 불행이 닥쳤을 때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단행본만 기다렸는데 아...역시나 이 책은 단행본으로 끊기지 않고 읽어야 합니다.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셰의 왕녀다운 당당함과 공무원 같은 꼼꼼함, 그리고 이단의 미친 매력은 쉴 틈 없이 읽어야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아셰의 빠릿함 덕분에 암담한 시국에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힘내 주는 공무원이 있는 덕분이라는 것을 현실에서도, 책에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로판인데 왜 이렇게 현실감 돋는지 모를 일입니다.근래에 읽은 로판 중에서 가장 세계관이 탄탄하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그게 머리 아프지 않고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위라는 점도 이 시리즈를 계속 기다리게 만드는 요인 같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삼국의 이야기라 같은 세계관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세밀함 덕분에 읽는 재미가 더해지거든요. <나의 자리>와는 다르게 속 터져서 읽다 포기한 <보호자의 역할>도 단행본으로 읽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재미있을지 기대됩니다.
다섯 연맹 중 힘을 숭상하는 적의 연맹에서도 세력가였던 일루미난의 고명딸 이릴카는 동맹 가문이자 약혼자이고 믿었던 친구이기도 한 세너루스 타츨리카에게 가족을 살해당합니다. 간신히 몸을 피하고 용병단을 전전한지 10년. 이제는 잊었다 생각했던 과거의 일이 다시 그녀를 쫒아오고 스스로를 '카사르'라 소개한 정체불명의 기사에게 납치당하게 되는데...이 기사, 납치범 치고는 묘하게 예의바르고 매력적인데?하는 이야기 입니다. 국가 간의 알력관계가 상당하고 용병단의 관계도 그렇고 연맹 중에 신성국가도 있어서 그들의 지위도 특수하고 등등 설정이 많은데 그걸 짧은 이야기에 때려넣으려다 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정치 이야기 빼고 읽으면 혼자 10년 구르면서도 기죽지 않는 당찬 여자 이릴카가 세상에 무심한 성기사 카사르를 홀랑 잡아 먹는 이야기 입니다. 금욕적으로 생긴 흑발 흑안의 성기사가 성욕에 굴복하여 무너지는 것이 포인트~(아님)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마음의 상처가 많은 이릴카에게 평생 그녀만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 카사르의 존재는 찰떡같고 좋았습니다. 정력남이고...둘 다 훈련받은 사람들이라 지치지도 않고...좋아요(흐뭇) 좀 더 길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어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폴 가문의 매력 터지는 6형제 중에서 나머지 다섯 형의 이야기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