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윤희는 밤새 수업준비를 하고 지쳐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세상이라는, 차원이동을 하게 됩니다. 언어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것이 마법이 운용되는 방식이 수학이라는 것이었고 공대생의 위엄으로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것을 계기로 마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연을 시작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죽어서 이 세계에서 처음 시작했던 시점으로 회귀하게 되는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존재인 라비엘과 함께 차원이동과 회귀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당분간 피폐물은 읽기 싫은 기분이라 피폐 키워드에 구매를 심하게 망설이게 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표지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맞았습니다. 회귀와 차원이동이라는, 여기저기서 많이 우려먹은 소재를 택하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독특한 방식이나 짜임새 있는 세계관 그리고 개성도 있고 개연성도 있는 등장 인물들의 성격 덕분에 정통 판타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소재에 묻히지 않고 책을 읽어 나가게 등을 떠밀어 주는 필력도 지치지 않고 읽게 도와주는데 큰 역할을 했고요.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천 년 제국의 역사라는 큰 이야기가 되지만 과하다는 생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좋았습니다.현실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윤희(유니)나 제피로스라 불리는 것에 익숙해져 타인이 불러주는 이름이 낯설 정도로 감정을 절제해야만 했던 라비엘 두 사람이 여러 번의 회귀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을 키워가는 것에서는 찐~한 로맨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일 잘하는 제피로스지만 유니 앞에서는 세상 달달한 라비엘이겠지...부럽다...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읽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마법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