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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평점 :
선암댁, 아니 정읍댁. 밤공기가 소삽하오. 이제 들어갑시다.
나 정읍댁 아니오.
정신이 들었소?
나 정읍댁 아니라고.
정신이 들었구려.
정읍댁이 누군지 참말로 모르시오.
자네가 정읍댁이지.
나 아니오.
그럼 누구란 말이오.
우리 딸 말이오.
우리 딸?
첫 애기. 포천서 얻은 우리 첫딸.
.......
아내를 업고 걷는 탓인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맞혔다.
자네, 그 딸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고말고.
폐렴으로 잃은 것도?
아무렴요.
내가 묻은 것도?
나 그게 포한이 되었소.
자네가 아무 말 없어서 난 몰랐네.
나도 가보고 싶었소.
시방이라도 갈 수 있네.
데려다주시오.
근데 왜 우리 딸이 정읍댁인가.
다 키워서 서울로 시집노낼 거였은게.
자네 혼자 큰딸을 키우고 있었네그려.
데려다주시오.
그래, 가세.
그는 길가에 조심스레 아내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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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업어주니 좋은가.
언제 업어준 적 있소.
많지.
퍽도.
오래 살기나 하소.
오래 못 살면.
나도 못 살어.
퍽이나.
남정네 죽으면 여편네 스무 해라지만 여편네 죽으면 남정네 두해라네.
당신 살자고 나 죽지 말란 말이오.
그렇게라도 산다면야.
그렇게라도 살아봅시다.
여보 임자. .......말 안 해도 알지?
말 안 하면 모르오.
말 안 해도 아는 걸로 믿겠네.
맘대로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