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떠나는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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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촛불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은

불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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