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눈물을

 

 

 

 

나에게 말씀을 주십시오

사랑한다는 말씀보다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울게 할...

 

 

 

울며 눈물이 흐르는 시간은

- 비로소 당신을 느끼는

나의 가장 순수한 시간이외다.

 

 

 

그리고, 이 마음은

비록 가난하오나

당신으로 해서 풍성한 마음이 되옵니다.

 

 

꽃잎이 이슬이 고이듯

맑은 늪에 파란 별이 비취듯

마음에 고이는 눈물

 

 

 

오늘도 당신 곁에서 밤새도록

울게 하시고,

내일도, 모래도, 그리고 영원히...

당신 곁에서 고요히 울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눈물은

당신을 모시는 속죄의 눈물이 되게 하소서.

떠날 수 없는 당신과 나를 사이한 그 죄를...

 

 

_김원각, <대한불교>, 1964년 9월 27일.

 

정물 ㅡ 거리

 

 

 

 

한 쟁반 위에

한 사과 알의 빛을

이만치서 바라보다

날 저물고

 

 

 

이제

과일이란

맛보다도

바라보는

그리움

 

 

 

은하 건 별을

두고 살 듯...

 

 

- 너무 가까이 서지 맙시다

- 너무 멀리도 서지 맙시다

 

 

_법정, <대한불교>, 1964년 3월 1일.

 

병상에서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르르 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 수가 없는데...

지난 밤에는

열기에 떠

줄곳 헛소리를 친 듯한데

무슨 말을 했을까

 

 

앓을 때에야 새삼스레

혼자임을 느끼는가

성할 때에도

늘 혼자인 것을.

 

 

 

열이 오르네

사지에는 보오얗게

토우가 내리고

가슴은 마냥 가파른 고갯길

 

 

 

이러다가 육신은

죽어가는 것이겠지...

 

 

 

바하를 듣고 싶다

그 중에도

<톡카타와 후우가> D단조를

장엄한 낙조 속에 묻히고 싶어...

 

 

어둠은 싫다

초침 소리에 짓눌리는 어둠은...

불이라도 환히 켜둘 것을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 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 수가 없는데...

 

 

_법정, <대한불교>, 1965년 4월 4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