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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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침묵을 지켰다.

"한데, 무슨 일로 아이를....?"

남자는 계속 말이 없었다.

최형사는 의자를 좀 더 앞으로 당겨 앉았다.

"이제 정식으로 고소장이 접수된 일이라서요, 저희도 경위 같은 것을 작성해야 하거든요."

남자는 잠깐 허공을 보면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게.... 태연 양 때문에 그랬습니다."

"누, 누구요? 태, 태, 뭐요? 그게.... 누군데요?"

"왜, 소녀시대 태연 양 있지 않습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운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최형사는 무연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예전부터 태연 양에 대해서 험담을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서도..... 그래서 제가 참을 수 없어서....."

최형사는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이게 뭔가?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사생팬'이라는 건가? 오십대 남자가? 그것도 검도 사범이?

"저도 화해하거나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후회도 없고요. 그냥 법대로 해주십시오."

"아니, 선생님. 이게 그렇게까지 갈 사안도 아니고.... 서로 좋게 좋게...."

"아니죠. 그러면 누굴 사랑하는 게 아니죠.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최형사는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노트북 전원을 켰다.

봄이니까. 봄이니까. 최형사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창밖에선 또 한 번 난분분,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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