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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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녕 아이가 있을까요?

"으으으.... 으으으..."

비밀의 방 안쪽 구석에서 남자가 벽에 머리를 찧고 있었어요.

쿵쿵쿵. 쿵쿵쿵. 남자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벽에 튀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죠.

그리고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작은 방 안에는 머리에 피흘리는 남자뿐이었어요.

오랫동안 자르지 않아 긴 머리에 새빨간 피를 묻히고 남자는 벽에 기대 울었어요.

아이는 없었어요.

짠내 나는 홀어머니의 말이 맞았어요.

마을 사람들 모두 틀렸고요.

대신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소금산이 있었어요.

짠내 나는 홀어머니가 젓갈을 담그는 데 쓰는 소금이 피라미드처럼 방 한가운데 쌓여 있었어요.

음식이 썩는 것을 막아 주고 나쁜 균을 없애 주는 소금 가루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고요.

모든 사람의 얼굴이 소금처럼 하얗게 질렸어요.

그러나 그중 눈 밝은 사람이 바들바들 떨며 울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면서 소리쳤어요.

"쟤는 한 많은 차남이잖아!"

 

 

 

"그럼... 틀어박힌 남자는 어디 있는 거지?"

 

 

"나는... 밖으로 나오라고.... 나오라고 그랬던 건데..."

피 흘리는 남자가 입을 열어 말을 했어요.

사람들은 추위에 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어요.

오싹 소름이 돋은 얼굴로 사람들은 소금산을, 방 안에 쌓인 소금산을 바라보았어요.

 

 

"죽으라고 때린 게... 아니었는데..."

소금은 죽은 것을 썩지 않게 하니까.

이 집에 소금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이 집에 많은 건 소금뿐이니까.

사람들은 비밀의 문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요.

아이가 없었거든요.

방 안엔 오래전에 죽은 엉뚱한 시체 하나가 소금에 절여져 바싹 말라 있었을 뿐이에요.

이런 결론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비밀의 문을 열기 전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한편으로 두려워한 상황이 모두에게 한꺼번에 닥치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낮은 곳에 임한 목사님이,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높은 집에 사는 여자가, 반장의 엄마가, 국어 선생님이, 구멍가게 여자가, 장터에서 열쇠를 깎는 노인이,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은 조용히 서로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과연 잃어버린 아이를 남김없이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과연 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인하여 우리 곁을 떠난 아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동시에 우리가 왜 아이를 잃어버린 것인지 그 이유도 알아낼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해하며 그들은 서 있었어요.

옛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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