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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화사 4 - Novel Engine POP
정연 지음, R.알니람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그의 이야기가 들여왔다.
벌써 삼십 년 전인가.
그때만 해도 나는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였다.
백 년 만에 태어난 기재ㅏㄹ면서, 우리 한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도 당연히 한 번에 급제할 줄 알았다.
남들은 보름이 걸리는 거리를 열흘 만에 갔다.
맹수가 나타난다는 험준한 고개도 무섭지 않았다.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활쏘기를 배워서 그 또한 자신이 있었거든.
고개를 중간쯤 넘었을 때,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직 어린 짐승 같았다.
무심코 고래를 돌렸더니, 시커먼 구렁이가 노루 새끼를 칭칭 감고 한입에 삼키려는 참이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활을 당겼다.
내 화살은 단번에 구렁이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런데 그 순간, 구렁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을 열어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선비님, 내가 무엇을 잘못했소?
그저 배가 고파서 먹이를 먹으려 했을 뿐이오.
그런데 왜 나를 죽이시오?
작고 여린 노루 새끼는 죽으면 안 되고,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흉측한 구렁이는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나를 잘 보시오.
그러더니 그것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배가 남산만큼 부푼 부인이었다.
머리에는 내 화살이 꽂혀 피투성이가 되었고,
사람꼴을 거의 다 갖춘 태아들이 탯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빠져나와 있었다.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나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달아나고 싶었으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구렁이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원망하면서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
나는 그제야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그곳에서 도망쳤다.
아니,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그녀가 또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그 참혹한 모습으로.
잘못했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그녀는 그저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매일같이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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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숲 이야기 中
- 205~20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