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空 - 저는 어디에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이현주 글.글씨 / 샨티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주인어른 말씀인즉,

내가 내 몸으로 하는 일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라 하시는데,

그 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고생이 심하구먼, 허허허.   12~13페이지

 

 

 

 

 

 

 

70점의 붓글씨가 담긴 공 空!!!

다 찍어서 올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몇 장 찍어서 올려봅니다.^^

좋은 글들도 참 많았습니다.

작년에 선물로 받고 이제야 올려보네요.^^;;;

좋은 책을 선물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잡으러 하지 마라.
아무것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잡지 말라 하지 않고
잡으려 하지 말라 한 것은
네가 잡을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들려서 듣는 거다.
들어서 들리는 게 아니다.



보여서 보는 거다.
보아서 보이는 게 아니다.


보이는 것이나 보고
들리는 것이나 듣고
되는 일이나 하자.
그것만으로도 세월이 모자란다.

가본 곳보다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다.
먹어본 음식보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훨씬 많고
겪어본 일보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 훨씬 많다.
백 년쯤 더 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한 오백 년 더 살아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인생에 미련을 두는 것이야말로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가본 곳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그동안 먹어본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그동안 겪은 일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다.
더 두리번거릴 이유가 없다.

새처럼 날고 싶은가?
구두 벗고
양말 벗고
바지 벗고
외투 벗고
모자 벗고
안경 벗고
속옷까지 벗어라.
새는 옷을 입지 않는다.

사랑은 아플 수 있지만 괴로울 순 없는 것.




우리 많이 아파하자.
그러나 괴로워하진 말자.



사랑 때문에 신음할 수는 있지만,
사랑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순 없는 일이다.

소리가 북을 만나 북소리를 낸다.
소리가 종을 만나 종소리를 낸다.



소리가 북한테서 북소리를 내는 것은
북이 깨끗하게 비어 있어서다.
소리가 종한테서 종소리를 내는 것은
종이 투명하게 비어 있어서다.



나도 저렇게,
몸만 있고
마음만 없으면,
그러면 저렇게 맑은
사람소리를 낼 수 있을까?
소리가 나한테서 사람소리 낼 수 있을까?

슬프다.
아프다.
고프다.

......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쓸쓸하구나.
쓸쓸하구나.
누렇게 읽어가는 가을 저 들판.
오냐,
맘 놓고 쓸쓸하여라.

놔두고 즐기자.
붙잡으면 붙잡힌다.

저기 저 산 절로 푸르고
저기 저 물 절로 흐르고
우리네 인생 또한
절로 흘러 푸른 바다 사랑이어라.

"들꽃은 햇빛을 찾아 옮겨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
햇빛도 들꽃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모든 때가 지금이고, 모든 곳이 여기다.
무엇을 따로 하러,
누가, 어디로, 갈 것인가?

모두 버리지 못하겠거든 차라리 모두 잃어라.
물건을 방치하면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제 눈길을 허공에 두어라.
마침내 너 또한 텅 빈 허공임을,
네 몸의 세포 한 알 한 알이 깨달을 때까지.
그러면 너에게 아무것도 없어서,
잃을 것이 없거니와 얻을 것도 없으리라.

꽃을 피우는 것은 꽃이 아니다.
허리를 굽히는 것은 허리가 아니다.
네 몸으로 네가 산다고 착각하지 마라.

네 안에 있는 친구를 진심으로 포옹하라.

가시에 찔렸다.
아프다.



그래, 내가 가시에 찔려 아픈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두자.
내가 가시에 찔린 건 그렇다, 맞다.
그러나 가시가 날 찌른 건 아니다, 틀렸다.



당신이 내뱉은 말 한 마디로
내가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신의 말 한 마디가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한 건 아니다.

침묵은 없다.
아직 저를 나타내지 않은 소리가 있을 뿐이다.



허공은 없다.
아직 저를 나타내지 않은 사물이 있을 뿐이다.


중생은 없다.
아직 저를 나타내지 않은 부처가 있을 뿐이다.

명심하자, 누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는 뜻이 아니다.

너는 나무가 아니다.
한 그루 소나무 또는 한 그루 참나무다.


소나무한테 도토리를 내라 하고
참나무한테 솔방울을 내라 하면 그럴 수 있겠느냐?

꽃과 별이 서로 산다.
벌은 꽃을 살리고 꽃은 벌을 살리고,
그렇게 `둘이` `하나`로 살리면서 살아간다.

겁나는 개가 있어서 겁이 나는 게 아니다.
속에 겁이 있어서,
그래서 겁나는 개가 있는 것이다.



나무로 깎아 만든 소는 호랑이를 겁내지 않는다.

나는 너를 볼 때 너만 보지 않고
너를 보는 나를 아울러 보겠다.



너도 나를 볼 때 나만 보지 말고
나를 보는 너를 아울러 보아라.



그때 비로소 우리 눈이 열려
서로를 제대로 보게 될 것이다.

누가 달팽이를 느리다 하는가?
달팽이는 느리지 않다.



제비가 제 속도로 날아가듯이
달팽이는 제 속도로 기어갈 뿐이다.



달팽이는 느리지 않다.
물론, 당팽이는 빠르지 않다.

흘러가 버리는 것은 강이 아니다.
강은 줄곧 흐르면서 언제나 그곳에 있다.

나를 보고 있는
나를 본다.


저 나는 언제 어디서나 이 나를 지켜보고
이 나는 가끔 어쩌다가 흘낏 저 나를 보지만



얼마나 황홀한 순간인가?
나를 보고 있는 나를 보다니!

내 행복은 네 문턱에 있고 네 행복은 내 문턱에 있다.
언제든지 맘대로 들어가(오)고 맘대로 나올(갈)수 있는
너와 나의 문턱에 우리의 행복이 흐른다.



넘어 들어가 소속하되 얽매이지 않는,
넘어 나와 자유롭되 쫓겨나지 않는,
너와 나의 무턱 위로 우리의 행복한 사랑이 흐른다.

무엇을 이만큼 비운다는 말은
그만큼을 허공으로 채운다는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도
허공이 주는 것보다 좋은 것을 우리에게 줄 수 없다.
허공 아니면 숨도 쉬지 못하는 게 우리 아닌가.

사랑은 베알이 없다.
만물의 아픈 신음을 온몸으로 들으면서
그것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관음觀音`의 비결이 `텅 빈 배알`에 있구나!


젖먹이의 어미 된 여인은 복되도다!
제 본향인 `관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온몸으로 밟고 있으니!

내가 강이다
나를 타고 내가 흐른다.



내가 밥이다.
나를 먹고 내가 자란다.



내가 길이다.
나를 밟고 내가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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