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송진한님 풀어씀 <도술이 유명한 서화담>~ 한국소설
하루는 선생이 화담 옆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서 더위를 피하는데, 허운이 모시고 앉아 있었다.
마침 어디서 키가 크고 얼굴이 사납게 생긴 스님 하나가 와서 바랑을 벗어 놓고 갓을 숙여 쓰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여 선생께 문안을 드리며,
“소승이 오늘은 갈 곳이 있는데, 선생께 옳은지 그른지 그 결정을 묻고자 왔습니다.”
하니 선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신다.
그 스님이 선생께 작별을 고하고 간 후에 허운이 의심이 나서 선생께 여쭙기를,
“지금 왔다가 간 스님은 어디서 온 스님이며, 어디로 가는 스님입니까?”
선생은 눈을 들어 허운을 보다가 손을 들어 송악산을 가리키며,
“그 스님은 저 산속에서 내려온 스님인데, 실은 사람이 아니라 수백 년 묵은 호랑이가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서 다니는 것이니라.
오늘 가겠다고 하는 곳은 해주(海州) 서면(西面) 청산리(靑山里)에 사는 장 부자 기연(基淵)의 집이다. 장기연의 딸이 십팔 세로 이름은 소애(小愛)니라.
그녀는 오늘 밤에 호랑이에게 당하는 해를 만나 죽을 수가 있으므로, 그 중이 산신의 허락을 받아서 그 여자를 잡아먹으러 가는 길에 나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몰라서 알고자 하여 온 것이니라.
그러나 하늘의 마음은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시며 또 사람의 목숨이 중대하니, 사나운 짐승이 죄 없는 사람을 해치려 할 바에는 알고서 도와주지 아니함은 천리와 인정에 어긋나는 것이니라.
내가 그 호랑이에게 쾌히 허락한 일이 없으니, 네가 급히 그곳에 가서 그 호랑이를 마음대로 다루어 그 여자를 살려라.
그 호랑이는 신통술을 가진 호랑이이므로, 창이나 칼로는 마음대로 다루기 어려우니, 하늘과 땅에 도술 그물을 치고 부적을 붙인 후 주문을 읽으면서 네가 그 여자의 곁을 떠나지 아니하여야 구하리라.
여기서 그곳이 이백여 리니 오늘 오후 세 시 전에 도달하여 미비함이 없이 일을 처리하였다가 오는 새벽 한 시만 지나면 무사할 것이니 지체 말고 어서 길을 떠나거라.”
―<허운으로 하여금 신부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를 물리치게 하고 그녀와 결혼하게 하다> 중에서
고은님의 <5대 가족> 그림책~
[<5대 가족> 전문]
온전히 검은 바위산 비탈 밑
거기 숨어 있는 풀밭이 있다
어김없이 유목 살림 천막이 처져 있고
양 떼 있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막내아들 여섯 살배기 텐진
텐진이 달려왔다
“할아버지
한 마리 태어났어”
그러자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가 함께 대답하였다
“아 그래”
“아 그래”
고조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그냥 할아버지도
다 할아버지였다
다만 고조할아버지는
귀머거리라
어린 양이 태어난다는 뜻 모르고
다녀왔어요라는 인사로 알고
“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