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5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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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2 – 11:02 일어나기
2.11:03 – 11:30 깨끗이 씻기 1
3.11:31 – 12:20 아침 먹기
4.12:21 – 14:32 소화시키려고 잠자기
5.14:33 – 15:15 공부하기
6.15:16 – 16:00 명상하며 머리 식히기
7.16:01 – 17:00 점심 먹기
8.17:01 – 17:30 소화시키려고 잠자기
9.17:31 – 17:35 체조하기
10.17:36 – 17:59 깨끗이 씻기 2
11.18:00 – 19:00 생수와 과자 먹기
12.19:01 – 20:00 공부하기
13.20:01 – 20:15 청소하기
14.20:16 – 21:15 저녁 먹기
15.21:16 – 21:43 깨끗이 씻기 3
16.21:44 – 22:45 공부하기
17.22:46 – 00:15 또 공부하기
18.0:16 잠자기- 9~10쪽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괜히 힘을 쓰는 일이 없도록 모든 계획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파에서 해치웠어요. 그러다보니 소파가 길이 들여, 앉는 자리에는 큰 언덕과 연못이 생겼어요.
하루에 딱 한 번, 뒹굴이는 어쩔수 없이 자신이 잘 길들여 놓은 소파를 떠나야 했어요.
특별한 곳에 가야만 할 때였죠.
바로 정원 뒤쪽에 있는 세상 끝으로 말이에요.- 11~12쪽쪽

하루 하루 시간이 흘렀어요.
일어나기, 깨끗이 씻기, 아침 먹기, 루디에게 화내기, 소화시키려고 잠자기, 공부하기, 명상하며 머리 식히기, 점심 먹기 등등.

아느 날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에게 어떤 느낌만 들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그대로 아주 좋았을 거예요.
하지만 뒹굴이로서는 그 느낌을 도저히 그냥 참고 넘길 수 없었어요. 하필이면 루디가 놀이를 막 시작한 그때 말이에요!
뒹굴이는 일단 급한 볼일을 미뤄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루디가 놀이를 멈추지 않자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로서도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당장 가야만 했어요- 17~18쪽쪽

처음에는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픈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물렸어요.
그리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뒹굴이는 물린 자리를 앞발로 세게 문질렀어요.
그때 꽉! 또 다시 물렸어요.
이번에는 머리에 물렸어요.
그러다가 배도, 등도 물렸어요.
이렇게 뻔뻔할 데가! 뒹굴이는 짜증이 났어요.
혹시…… 아닐까……?
엄마가 늘 조심하라고 했던 그것 말이에요!

그러니까…… 벼룩?

깊은 밤이 되어서야 깨무는 게 점점 약해졌어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완전히 지친 데다 괴로웠어요.
벼룩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뒹굴이는 일단 텔레비전을 켰어요.- 25~26쪽쪽

파리를 잡으면서 뒹굴이는 벼룩이 맛있는 암소 냄새를 잘 맡고 편안하게 암소에게 옮겨 갈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주위에 파리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게 되자,
왕눈이 암소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어요.
"이 초원에서 이렇게 조용히 있을 수 있다니!"
왕눈이 암소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에게 고맙다며
신선하고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었어요.
파리를 잡느라 목이 말랐던 뒹굴이는 우유가 말할 수 없이 달콤했어요.
그래도 뒹굴이는 얼른 왕눈이 암소와 헤어져 가까운 모퉁이를 돌았어요.
그러고는…….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꽉! 아, 안 돼요!
벼룩은 아직도 뒹굴이 몸에 있었고 또 다시 물었어요!
"암소 냄새가 너무 지독했나 봐.
냄새가 좀 덜 나는 동물을 찾아야겠어!"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가 생각했어요.- 39~40쪽쪽

여자아이는 뒹굴이의 귀 뒤를 부드럽게 어루만졌어요.
벼룩이 가능한 편안하게 옮겨 가도록 뒹굴이는 일부러 아이의 팔에 푹 안겼어요.
놀랍게도 여자아이의 손은 끈적거리지 않았고, 냄새도 아주 향긋했어요.
여자아이가 털을 어루만지자 게으른 고양이는 온몸이 기분 좋게 떨려 왔어요.
뒹굴이는 청소기처럼 웅웅 소리를 냈어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가 봐야겠어, 귀여운 고양이야. 또 보자!"
여자아이는 고양이 귀에 대고 속삭이더니 세상에서 가장 쓰다듬기 좋은 고양이를 살포시 내려놓고 뛰어갔어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여자아이의 손길이 얼마나 좋았던지 아직도 기분이 멍했어요. 그러다가 뒹굴이는 얼른 세어 보았어요.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앗, 꽉, 꽉! 오, 안 돼요. 벼룩은 아직 뒹굴이 몸에 있었어요!
이번에는 더 세게 물린 것 같았어요.
뒹굴이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어요!
불쌍한 고양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뒹굴이는 몸을 긁적이는 동안 날은 점점 어두워졌어요.- 47~48쪽쪽

달님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위는 더 조용해졌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잘 부르지는 않았지만 느낌은 좋았어요!
또순이 고양이가 지붕 위에서 달에게 불러 주는 노래였어요.

"좋은 기회야!"
벼룩이 뒹굴이 몸을 편안하게 여긴다면 다른 고양이에게 쉽게 옮겨 갈 수도 있지 않겠어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끙끙 신음 소리를 내 가며
지붕 위로 올라가 잠깐 숨을 돌린 뒤 상냥하게 말했어요.
"안녕! 난 유명한 가수야. 오늘은 가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릴 겸 원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게. 공짜로!"
또순이 고양이는 무척 예쁠 뿐만 아니라 아주 똑똑했어요.
다 잘 부르려면 노래 수업을 당장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지요.
"그래, 해 줘!"
또순이 고양이가 '야옹' 하며 대답했어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아주 기뻐하며 당장 일을 시작했어요.- 49~50쪽쪽

하지만, 하지만…… 어쩐지 소파가 예전만큼 편하지 않았어요.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몸을 뒤척였어요.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의 털을 닦고 빗었고요.
늘 하듯이 말이에요.
그리고 금방 몸단장을 끝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용사에게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거든요.
왼손으로는 가련한 집파리들을 잡았는데 숲이나 초원의 벌레를 잡는 사냥꾼에게는 이것 역시 우스운 일이지요.
효과 만점 체조 연습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코치에게는 당연히 식은 죽 먹기고요.
마지막으로 텔레비전을 켰을 때 형편없는 오페라 공연이 나오자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갑자기 깨달았어요.
너무 따분하다는 걸!
뒹굴이는 다시 벼룩이 필요했어요. 지금 당장!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마음을 먹었어요.
벼룩을 다시 가져 오기로 말이에요!
뒹굴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파 연못에서 행복하게 잠이 들었어요.- 5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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