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산이 험하고 땅이 북쪽에 가까워 큰눈이 많이 내려, 매양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고 쌓인 눈이 산을 덮고 골짜기를 평지로 만든다. 산에 다니는 사냥꾼들은 대부분 썰매를 타고 다니는데, 긴 판자때기를 양 발에 신고 높은 산봉우리를 달리는 것이다. 그건 마치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가 넓은 거리를 달리는 듯하다. 유점사楡岾寺의 탑은 높이가 열 길인데 탑 꼭대기에 달린 뾰족한 쇠가 썰매에 부딪혀 기울어졌으니 쌓인 눈의 깊이를 상상할 수 있다.
고성군高城郡은 금강산 아래에 있는데, 가정嘉靖(1522~1566) 연간에 큰눈이 산을 덮어 산에 길이 없어진 지가 여러 달이나 되었다. 태수가 밤에 꿈을 꾸니, 한 신인神人이 관아의 문을 엿보며 말했다.
"나는 월출봉月出峰의 산신령이오. 적조암寂照庵의 중이 눈에 막혀 음식을 못 먹은 지 이미 닷새가 되었소. 태수가 그를 살려 주기 바라오."
꿈에서 깨어나 기이하게 여기고는 사냥꾼을 불러 마른 양식을 싸서 썰매를 타고 월출봉을 찾아가도록 했다. 적조암의 중을 부르니 그가 깊은 눈속에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눈을 뚫고 양식을 주었는데, 중은 굶은지 이미 닷새째였다.-6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