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 2006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사람은 외진 변방에서 태어나 비록 전적에 의거하여 글의 뜻은 대강 안다 하지만, 한단지보邯鄲之步*나 요동지시遼東之豕*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좌전』에 이르길,
"화살이 내 손을 뚫고 팔꿈치에 미쳤으나 내가 부러트리고 말을 몰았다."
라고 했는데, 나는 이를 화살을 뽑아 그 화살을 부러트렸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임진왜란 때 중국 병사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얼굴에 나 있는 상처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평양성 싸움에서 화살이 얼굴을 관통했지요. 뽑아서 버리려 했는데 피가 화살 구멍에서 쏟아져 나와 금방 현기증이 나 쓰러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화살의 반 쪽은 부러뜨리고 나머지 반 쪽은 얼굴에 남겨 둔 채 죽기를 작정하고 싸워 왜놈 둘을 베었지요. 진중에 돌아와 그 화살촉을 뽑고 약으로 상처 구멍을 막아 죽지 않을 수 있었소."
대개 군사가 싸우는 법은 자고로 이러할 터이니, 진중에 임한 자들은 배워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내가 처음에 듣고는 기이하게 여겼으며, 이에 『좌전』의 기록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62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