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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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 대표를 뽑을 때는 물론이고,
집이나 음식을 나눌 때도,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45쪽

연달아서 이기거나 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규칙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영원히 지기만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한 사람, 이 규칙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마을의 위험한 일을 맡았다가 손을 다친 후로 주먹을 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46쪽

처음 한동안은 주먹만 내는 것으로도 웬만큼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그가 주먹밖에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고,
그와의 대결에서는 모두가 보자기를 내었습니다.-47쪽

순식간에 그는 마을의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가장 나쁜 집과 안 좋은 음식만 가질 수 있었습니다.-48쪽

다음에 가위바위보를 할 때는 왼손으로 하게 해주세요.

아무래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그는 마을 대표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무슨 소린가? 우리의 규칙은 신성한 것이야.
신성한 일은 언제나 오른손으로만 하게 되어 있어!!

"그렇지만 전에도 가끔 왼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없었잖아요?!"
"그때는 우리가 이 규칙의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거지.
이제라도 반성하고 철저히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게 하필 왜 지금부터인가요?
저를 죽을 때까지 노예처럼 부려먹으려는 것 아닌가요?"
"규칙을 철저히 지키자는 말에 때가 따로 있나?
규칙이란 언제 어디서나 지켜져야 하니까 규칙인 거야!!"-49~50쪽

하지만 이건 너무 억울합니다.
마을 일을 하다가 다친건데......!!
규칙을 지키면서 규칙을 고치는 방법이 있지.-51쪽

그... 그게 뭔가요?
이 규칙을 걸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지.
우리 모두를 이기면 자네 맘대로 규칙을 바꾸는 거야.-52쪽

자, 가위~ 바위~-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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