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 비파나무 그늘사이로 1
김현 지음 / 동아 / 2011년 11월
품절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는 선아에게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뭐라고 시끄럽게 묻는다.
'왜지? 저들은 누구지?'
"이봐요. 학생. 학생."
소방대원이 뒤집어진 차에 깔려 있는 선아를 애타게 부르지만 선아는 자신을 어째서 부르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정신을 잃어가는 선아를 계속해서 부르며 말을 시키고 있었다.
그 119구급대원의 안쓰러워하는 얼굴과 외침에 사고로 막힌 차들의 운전자들이 하나 둘씩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러다 구급대원들이 곁으로 다가온 이를 알아보고 말한다.
"대장님, 출혈이 너무 심합니다. 어서 차를 치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때 사고 현장을 누비고 다니던 소방대원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이 자식아, 내가 그걸 몰라? 지금 저쪽 뒤집어진 버스 때문에 손이 부족한 것을......."
선아를 담당한 구급대원은 안타까움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7~14쪽

한강을 잇는 **대교에서 아직 초저녁임에도 술을 먹고 오토바이폭주를 하던 아이들이 보슬보슬 내린 비에 도로가 젖은 줄 모르고 속도를 올리다 선두에선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 차선을 가로질러 미끄러진 것이다. 그것을 피하려고 하던 차가 급정거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또 다른 차가 그 차를 들이박고 뒤 따라 오던 버스도 급정거를 하느라 뒷바퀴가 돌아 차 뒤쪽이 빙그르르 돌아 가드레일에 들이박고 멈추었다. 그에 뒤차들이 줄줄이 피하지 못하고 잇따른 충돌로 사고현장은 구급차가 진입하기도 여러 울 만큼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튕겨져 나와 도로에 널부러진 사람들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비명소리와 신음소리, 구급대원은 이 순간 신이 있다면 제발 이들을 다 살릴 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라며 보슬비에 섞인 눈물을 감췄다.

서울 **병원, 사고 현장에서 실려 온 환자들 중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이 실려 온 병원이다.
병원응급실 앞에서는 초조하게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사고소식에 안타까운 얼굴인 응급실 당직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때마침 구급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각기 조를 이뤄 재빨리 구급차로 달려갔다.-7~14쪽

그중 선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구급차 뒷문이 열리고 구급대원들이 선아를 실은 간의 침대를 끌어내리니 젊은 레지던트가 다가와 물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구급대원은 의사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선아의 숨을 유지 시켜주는 인공호흡장치의 펌프를 의사에게 넘겨주고 급하게 침대를 밀어 응급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눈을 감았다 뜨니 이제는 눈이 부신 천정에 불빛이 보이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선생님, 맥박이 떨어집니다."
간호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화처럼 삐- 소리와 함께 선아의 심장이 멈췄다.
"CPR(심페소생술) 준비해요."
"네."
다급한 젊은 의사는 두 손으로 선아의 가슴을 눌렀다.
"하나, 둘, 셋! 펌프!"
곁에 있던 간호사가 호흡기의 펌프를 의사의 구령에 맞게 눌렀다.
의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혼신을 다하는 정성이 통했는지 다시 심장박동이 뛰기 시작했다.
"선생님, 뜁니다. 뛰어요."
호흡기의 펌프를 누르며 모니터 하던 간호사의 목소리가 상기되었다.

멀어지는 의식에 선아는 어렴풋하게 죽음을 예감했지만 소란스럽게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7~14쪽

그러다 침대 끝에 앉아 선아를 보며 웃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려는 화려하며 아름다운 여자였다.
입에 문 기다란 담배의 연기를 내뿜으며 입술의 모양만으로 선아에게 말했다.
선아는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녀로 인해 죽음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이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딴 매달을 입에 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선아와 아빠의 사진이 아나운서 옆으로 나타나며 아나운서가 침울한 얼굴로 말을 꺼낸다.
[다음 뉴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이 년 동안이나 혼수상태였던 김선아 양이 어제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녀를 전담했던 **병원 김일산박사님을 송 기자가 만났다고 합니다."
화면은 선아를 돌았던 전담의사에게로 넘어가고 그는 병원에 있는 정원 어느 켠 잔디밭에 선아의 사진과 수많은 꽃들이 놓인 곳을 한 번 보고 기자를 바라본다. 그러자 여기자가 화면을 보며 말한다.
[네, 저는 안타까운 사연의 고 김선아 양을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곳으로 나와 있습니다.-7~14쪽

박사님, 고 김선아 양의 전담의셨죠? 듣기로는 선아 양을 그전부터 알고 계셨다는 맞습니까?]
[네, 그녀 어머니의 전담의였습니다.]
[어머니요? 어머니는 선아 양이 중학교 때 돌아가셨다는고 들었는데요?]
[네, 암이셨습니다. 제 손으로 두 모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김 박사는 살짝 나온 눈물을 훔쳤다.
그 모습에 당황한 여기자가 화제를 돌린다.
[네, 안타까운 사연인 김선아 양이 그녀의 사후 선행이 밝혀지면서 모든 이들을 감동 시키고 있는데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죽었을 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며 아버지와 웃으며 찾아 왔었는데.]
의사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자 여기자가 얼른 마이크를 자신 쪽으로 돌리고 말을 잇는다.
[네, 그렇습니다. 故 김선아 양은 그 당시 열일곱 살의 매우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기증센터에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고를 당하기 일주일 전까지 매주 이 병원을 찾아와 소아암병동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7~14쪽

그녀의 아버지는 생전의 고인의 뜻대로 그녀의 사고로 나온 보상금과 보험금을 모두 소아암병동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태권도 요정으로 사랑받았던 김선아 양이 남겨준 장기로 인해 열 명이 넘는 생명이 새 생명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레에게 많은 사랑을 남겨주고 떠났습니다.]
현장기자의 화면이 사라지고 다시 여 아나운서의 모습이 비춘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뉴스입니다.]

병원 대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 나온 선아의 사진이 사라지고 다음 뉴스가 나오자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며 상복을 입고 대기실 의자에 주저앉는 선아의 아버지를 알아보고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네고 갔다.
그중 선아가 봉사활동 하던 소아암병동에 있는 아이 엄마가 선아 아빠를 알아보고 다가와 옆에 앉았다.
"선아학생은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러나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암울할 거라고 생각한 그녀의 예상을 깨고 그는 저만치 먼 곳을 응시하며 지긋이 웃고 있었다.
"네, 그렇다더군요. 그럴 겁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더욱 그가 측은하고 안타까워 눈물을 훔치며 황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7~14쪽

그녀가 자리를 떠났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한곳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기다란 담배를 문 여인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7~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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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2-04-03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시대물 중에서도 조선시대 로설을 제일 좋아하고 소장한다.
물론 다른 시대물 로설들도 소장을 하지만 내가 1위로 뽑는다면 바로 조선시대 로설이다.
가리는 게 있다면 바로 퓨전 로설이다.
퓨전 로설은 재밌다고 하지만 난 영...

자세한 책 정보가 있었더라면 이 책을 구매하지는 않았을텐데...
책 값이 아까워서 읽기로 했지만 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