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힘이 세다 - 안젤라 카터의 세계 여성 동화집
안젤라 카터 지음, 서미석 옮김, 코리나 사굿 삽화 / 민음사 / 2009년 12월
절판


옛날에 식초병에서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요정이 근처를 지나다 할머니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창피한 일이야, 아이고 창피해, 식초병에 살아서는 안 되는데. 담에는 온통 장미꽃이 만발하고 지붕이 있는 근사한 작은 오두막에 살아야 하는데, 그렇고말고."
그래서 요정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아침이 되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에요."
할머니가 자기 전에 세 번을 돈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침이 되니 담에는 온통 장미꽃이 만발하고 지붕이 있는 근사한 작은 오두막에 있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매우 놀랍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지만 소원을 들어준 요정에게 감사할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

요정은 해야 할 일을 찾아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봐야지. 아마도 소원이던 작은 오두막에서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현관에 서자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206~210 쪽

"정말 창피한 일이야, 아이고 창피해, 정말 창피해. 이렇게 작은 오두막에서 나 혼자 살아서는 안 되는데. 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문에는 청동 쇠고리가 달려 있고 밖에는 홍합과 조가비 파는 사람들도 있는 유쾌하고 즐거운 집들이 죽 늘어선 곳에 있는 멋진 아담한 집에 살아야 하는데. 그렇고말고."
요정은 조금 놀랐지만 이번에도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그러면 아침이 되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에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기 전에 세 번을 돈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침이 되니 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문에는 청동 쇠고리가 달려 있고 밖에는 홍합과 조가비 파는 사람들도 있고 유쾌하고 즐거운 집들이 죽 늘어선 곳에 있는 멋진 아담한 집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매우 놀랍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지만 소원을 들어준 요정에게 감사할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206~210 쪽

요정은 해야 할 일을 찾아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봐야지. 분명히 지금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집들이 죽 늘어서 있는 곳에 이르자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창피한 일이야, 아이고 창피해, 정말 창피해. 이렇게 양쪽에 평범한 사람들의 집들이 늘어선 곳에 살아서는 안 되는데. 주위에는 온통 커다란 정원이 있고 벨만 눌러도 하인들이 달려올 시골의 대저택에 살아야 하는데."
요정은 매우 놀랐고 조금 화가 났지만 다시 할머니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그러면 아침이 되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기 전에 세 번을 돈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침이 되니 주위에는 온통 커다란 정원이 있고 벨만 눌러도 하인들이 달려올 시골의 대저택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매우 놀랍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고 고상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지만 소원을 들어준 요정에게 감사할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206~210 쪽

요정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다녔다.
그러다 얼마 후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봐야지. 분명히 지금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할머니의 응접실 창문가에 이르자 할머니가 고상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창피한 일이야, 아이고 창피해, 정말 창피해. 이렇게 친구들도 없는 이곳에서 적적하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옆에는 종복을 넷이나 거느리고 내 마차를 몰고 있는 골작 부인이 되어야 하는데."
요정은 아주 많이 놀랐고, 아주 많이 실망했지만 꾹 참고 대답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그러면 아침이 되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기 전에 세 번을 돈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침이 되니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옆에 종복을 넷이나 거느리고 자기 마차를 몰고 있는 공작 보인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매우 놀랍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준 요정에게 감사할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
요정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다녔다.-206~210 쪽

그러다 얼마 후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봐야지. 분명히 지금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거야. 이제 공작 부인이 되었으니."
그런데 할머니의 으리으리한 대저택 창가에 이르니 할머니가 전보다도 더욱 고상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겨우 공작 부인밖에 안 되어 여왕에게 굽실거려야 하다니 정말 너무너무 창피한 일이야. 왜 나는 여왕이 되어 머리에는 황금 왕관을 쓰고 모든 조신들을 대동한 채 황금 옥좌에 앉아 있지 못하는 걸까."
요정은 아주 많이 놀랐고, 매우 화가 났지만 이번에도 꾹 참고 대답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그러면 아침이 되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기 전에 세 번을 돈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침이 되니 왕궁에서 자기가 여왕이 되어 머리에 황금 왕관을 쓰고 모든 조신들을 대동한 채 황금 옥좌에 앉아 있었다. -206~210쪽

할머니는 뛸 것처럼 기뻤고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준 요정에게 감사할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
요종은 해야 할 일을 찾아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다녔다.
그러다 얼마 후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봐야지. 분명히 지금은 매우 만족해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옥좌에 다가가자마자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 세상을 다스리는 대신 겨우 이렇게 작은 땅뙈기의 여왕이라니 대단하나 수치야. 너무 창피한 일이야. 정말로 나한테 어울리는 자리는 바로 이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다스리는 교황이야."
그러자 요정이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세 번을 돌고 눈을 감아요. 그러면 아침이 되어 당신이 보게 될 것을 알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한껏 자만심에 부풀어 잠자리에 들었다.
세 번을 돈 후에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침이 되니 어느새 식초병 안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206~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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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2-03-02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이 너무 지나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