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地神)이란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이다. 집터라는 말은 집이 들어앉은 밑자리의 땅으로 울안을 총칭하는 말이다. 울안에는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가족들의 주거공간인 가택이 자리하고 집안의 규모에 따라 보조시설물들이 안치되어 집의 터가 형성되는데, 그 터에는 터를 관장하는 지신(地神) 즉 터주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지신은 울안의 터를 관장하여 땅속으로부터 올라오는 사악한 기운을 누르고 악한 귀신들을 다스려 거기 사는 사람들을 안온하게 보호한다. 그리고 그 집에서 경작하는 논밭의 땅힘(地力)까지도 비옥하고 풍성하게 하여 농사가 잘 되도록 하는 영력(靈力)까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으나, 지신은 앞뒤의 마당 가운데 살면서 액을 몰아내고 농사가 잘되고 못되고를 모두 관장하여 지신이 논밭을 한번 둘러보기만 하여도 콩이나 나락의 밑가지는 스무가지, 웃가지는 삼천가지로 불어나 곡식 열매가 많이 붙어 농사가 잘되고, 잿간에서는 거름을 많이 불려 주는 집안의 큰 신이라고 한다. 지신은 이처럼 큰방의 문과 마주하는 앞마당 한가운데 산다고 하며, 그 신체(身體)는 오쟁이를 만들어 그 안에 베 석 자와 짚신 한 켤레를 넣어 나무 등에 걸어두기도 하고 햅쌀이 나는 음력 10월 중순쯤 마당의 중앙을 다섯 치쯤 파고 한 홉쯤의 쌀을 백지나 베에 싸서 묻으며, 묻은 곳이 지상으로 약간 볼록하게 솟도록 하여 그곳에 터주신이 깃들어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의 고사 때나 정초의 마당밟이굿을 칠 때 이곳에 제상을 차려 놓는다. 지신을 제사하는 시기는 대략 음력 섣달 그믐밤부터 정초의 대보름까지이다. 이때 제의행위는 마을 풍물굿패들에 의하여 행해지게 되는데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 밤 매귀(埋鬼)굿으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매귀란 못된 귀신들을 땅속 깊이 묻는다는 뜻으로, 집안의 모든 사악한 기운과 악귀들을 땅속에 묻고 밟아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는 주술적인 제의행위다. 집집마다 새해를 맞기 위하여 섣달 그믐밤 처마 밑에 복을 맞이하는 등불을 밝혀 달면 마을의 풍물굿패들은 매귀굿을 치며 마을의 고샅을 돌고 집집에 들러 그 집의 터주신을 위로하고 달래며 악귀를 묻고 밟는 지신밟이, 마당밟이 굿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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