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왕은 명부의 시왕 중 두 번째 왕이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명부라 하는데, 명부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이 지장보살과 시왕이다. 시왕은 한자의 의미로만 본다면 ‘열 명의 왕’이라는 단순한 뜻에 지나지 않지만, 불교와 도교에서는 특별히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 즉 진광대왕(秦廣王), 초강대왕(初江王), 송제대왕(宋帝王), 오관대왕(五官王), 염라대왕(閻羅大王), 변성대왕(變成王), 태산대왕(泰山王), 평등대왕(平等王), 도시대왕(都市王), 전륜대왕(轉輪大王)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초강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두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초강(初江)가에 관청을 세우고 망인이 건너는 것을 감시하므로 초강왕이라고 부른다. 『시왕생칠경』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 진광대왕의 처소에서 7일을 보내고 죽은 지 14일만에 나하진이라 부르는 큰 강을 건너서 초강왕의 관청에 다다르는데 길을 인도하는 우두옥졸(소의 머리를 한 옥졸)은 어깨에 몽둥이를 메고 길을 재촉하는 귀신 옥졸은 손에 작살을 들고 있다고 한다. 죽은 자가 초강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매우 험하다. 『발심인연시왕경』에서 보면 죽은 자가 제 1왕에게 재판을 받은 후 초강왕 법정에 가기 전에 삼도천이라는 내를 건너야 하는데, 그 건너편에는 두 늙은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하나가 죄인의 옷을 빼앗아 건네주면 다른 늙은이가 옷을 받아 옆에 있는 나무에 건다. 첫 번째 늙은이는 죄인의 옷을 빼앗는다는 뜻으로 탈의파(奪衣婆)라 부르며, 두 번째 늙은이는 나무에 건다는 뜻으로 현의옹(懸衣翁)이라 부른다. 옷을 거는 나무는 의령수(衣領樹)라 부르는데, 옷의 무게에 따라 죄의 무게를 달아서 강을 건너는 삼도를 정한다고 한다. 또 『시왕찬탄초』라는 책에서 보면, 초강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삼도하라는 큰 강이 있는데 나루터가 세 개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며, 혹은 나하(奈河)라고 부르기도 한다. 맨 위에 있는 나루터는 물이 얕아서 무릎에 차지 않으므로 죄가 얕은 사람은 여기를 건넌다. 가운데 있는 나루터는 금, 은, 칠보로 된 다리가 있는데 선인만이 이곳을 건넌다. 아래에 있는 나루터는 악인만이 건너는 곳이다. 이 나루터는 물살이 화살같이 빠르고 물결의 높이는 큰 산과 같다. 파도 속에는 독사가 있어서 죄인을 다그치며 삼킨다. 또 위에서 큰 반석이 흘러내려와서 죄인의 몸을 부수어 가루로 만든다. 죽으면 되살아나고 되살아나면 또 부순다. 물밑에 가라앉으려 하면 큰 뱀이 입을 열고 삼키려 든다. 뜨려고 하면 또 귀왕과 야차가 활을 쏜다. 이같이 큰 괴로움을 받으며 일곱 낮 일곱 밤을 지나서 건너편 기슭에 닿게 된다. 길을 이끄는 우두(소 머리를 한 옥졸)는 어깨에 방망이를 쥐고 길을 재촉하는 귀신은 칼을 뽑아들고 있다. 우두가 뒤에서 쫓아와 방망이로 두들겨 때리면 귀신은 기슭에서 기다리다가 죄인을 들어올린다. 기슭 위에 의령수라는 큰 나무가 있는데 도깨비가 몰려와 죄인의 옷을 벗겨 빼앗아서 위에 있는 도깨비들에게 건네 주면 곧바로 받아서 나뭇가지에 건다고 한다. 초강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대산재판관, 대산왕판관, 대산양판관, 도추노판관, 나리실판관, 상원주장군, 삼목귀왕, 혈호귀왕, 다악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