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동료들이 노래방도 가자고 했지만,
노래방을 가면 분명 막차가 끊길 것이다.
미련은 남았지만 만만치 않는 택시비를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러 나왔다.
다행히 막차는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탄 것 같다.
두어 정거장이 지났을 무렵,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지하철에 탔다.
그 남자는 문이 닫히자마자,
승객들의 얼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28살입니까?"
남자는 내게 말을 건넸다.
"에……. 네. 어떻게 알았죠?"
신기한 마음에 되물었지만, 남자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는 49세이신지요?"
"네, 맞아요!"
"아저씨는 53세……?"
"어라, 그걸 어떻게?"
아무래도 남자는 얼굴을 보면 나이를 맞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모두 남자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굉장하네요. 어떻게 나이를 아는 거죠? 나이가 보이나요?"
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뇨. 제가 보는 건 여러분의 수명입니다."
2.
엘리베이터의 한여학생이 탔다.
그리고 모자를 쓴 남자와 6살 아이가 탔다.
여학생은 11층을 누르고,
모자를 쓴 남자는 10층을 눌렀다.
그리고 6살 아이는 5층을 눌렀다.
6살 아이가 내렸다.
아이는 큰소리로 말했다
" 6~~ 7~~~1~~~5"
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남자는 급히 6층을 눌렀다.
그렇게 남자가 내리고 여자는 11층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이는 실종됐다
3.
아- 잘잤다-
얼마나 잤을까.
오랜만에 푹 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일어나니 영혼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십년 전에 죽은 할아버지가 거실에 앉아 계시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기가 막히셨는지 무반응.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모른 척.
방금 전에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이나 일에서 돌아온 아버지도 같은 태도다.
아무리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이렇게 무시당할 일이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