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갓 죽은 신참 귀신이 있었는데, 그는 몸이 수척하고 피곤에 지쳐 있었다. 한번은 그가 생전의 친구를 문득 만났는데, 그 친구는 죽은 지 20년이나 되었지만 살이 찌고 건강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나서 친구가 말했다. “자네는 어찌 이 모양인가?” 신참 귀신이 말했다. “나는 배가 고파서 거의 견딜 수가 없네. 자네는 [먹을 것을 얻는] 여러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니 당연히 나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주어야지.” 친구 귀신이 말했다. “그거야 정말 쉬운 일이지. 사람들에게 괴이한 짓을 하기만 하면 그들은 필시 몹시 두려워하면서 자네에게 음식을 줄 걸세.” 그래서 신참 귀신이 큰 마을의 동쪽으로 들어갔더니 부처님을 극진히 모시는 집이 있었다. 그 집의 서쪽 행랑채에 맷돌이 있자 신참 귀신은 곧장 가서 사람이 하는 것처럼 그 맷돌을 돌렸다. 그랬더니 집주인이 자식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우리 집이 가난한 것을 불쌍히 여기시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하시나 보구나!” 그러고는 보리를 날라다 맷돌에 부었다. 신참 귀신은 저녁까지 여러 곡()*의 보리를 갈고 피곤에 지쳐서 떠났다. 그래서 신참 귀신은 친구 귀신에게 욕을 했다. “자네는 어찌하여 날 속였는가?” 친구 귀신이 말했다. “한 번만 더 가보면 틀림없이 음식을 얻게 될 걸세.” 신참 귀신은 다시 마을의 서쪽으로 가서 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그 집은 도교를 신봉하고 있었다. 문 옆에 디딜방아가 있자 신참 귀신은 곧장 그 위로 올라가서 사람이 하는 것처럼 방아를 찧었다. 그러자 집주인이 말했다. “어제는 귀신이 아무개를 도와주었다더니 오늘은 또 날 도와주려고 왔으니, 곡식을 가져와 빻게 해야겠군.” 그러고는 또 하녀에게 곡식을 키질하고 체로 치게 했다. 저녁이 되어 신참 귀신은 힘이 빠져 몹시 피곤했지만 집주인은 그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 신참 귀신은 저물녘에 돌아와 친구 귀신에게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자네의 인척(姻戚)으로 보통 관계가 아니거늘 어찌하여 날 속였는가? 이틀 동안 사람을 도와주었지만 음식 한 그릇도 얻어먹지 못했네.” 친구 귀신이 말했다. “자네는 운이 없었을 뿐이네. 그 두 집은 불교와 도교를 신봉하기 때문에 그들을 놀라게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네. 이번에는 일반 백성의 집을 찾아가 괴이한 짓을 부리면 반드시 음식을 얻게 될 걸세.” 신참 귀신은 다시 나가서 한 집을 찾았는데 대문 입구에 대나무 장대가 세워져 있었다. 문안으로 들어가서 보았더니 한 무리의 여자들이 창 앞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신참 귀신이 뜰 안으로 들어가자 흰 개 한 마리가 있기에 곧장 그 개를 안고 공중을 다녔더니 그 집 식구들이 크게 놀라 말했다. “지금껏 이런 괴이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무당에게 점을 쳐보았더니] 무당이 이렇게 말했다. “어떤 객귀(客鬼)가 음식을 구하고 있으니, 개를 잡고 맛있는 과일과 술과 밥을 차려 뜰에서 제사를 지내면 별 탈 없을 것이오.” 그 집에서 무당의 말대로 하여 신참 귀신은 과연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신참 귀신은 늘 괴이한 짓을 했는데 이는 친구 귀신이 가르쳐준 것이었다. 원전 소재 - 유명록(幽明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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