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초인간적이며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주체라고 믿는 대상으로 간략히 설명될 수 있다. 귀신은 우리나라 사람의 신앙행위와 신비체험의 대상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앙이나 민속현장에서 그 개념이 매우 다양하다. 흔히 일상어에서 ‘귀신 곡할 노릇’이라거나 ‘귀신도 모를 일’이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귀신의 개념 그 자체가 많은 변화를 지닌 복합적인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귀신의 개념 속에는 무속신앙, 유교, 도교 그리고 불교 등에 연원을 둔 개념들이 얽혀 있는 만큼, 단정적인 정의로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신, 귀, 잡귀, 객귀(客鬼), 여귀(羈鬼), 그리고 신명, 신령, 신인 등의 개념이 귀신과 서로 얽혀져 있다. 더불어 자연신적인 것, 의인신적(擬人神的)인 것, 심지어 주물신앙(呪物信仰)의 대상이 됨직한 물령적(物靈的)인 것까지 겹쳐 있어 귀신이라는 개념이 지닌 복합성은 더욱 더 짙다. 이러한 귀신의 개념을 어떤 범주로 구분하여 나누기란 매우 힘든 일인데, 그 성격을 토대로 나누어 보면, 크게는 범신론적인 것과 사령신적인 것의 두 범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시 범신론적 귀신은 성스러운 신이(神異)의 초월적(초자연적) 존재와 공포스러운 괴이(怪異)의 탈자연적 존재라는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범신론적 귀신 성스러운 신이의 초월적 존재로서의 귀신은 중국의 기록에 나타나는 고구려나 삼한에서 섬겼다는 귀신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 존재라기 보다는 인격화된 자연신이거나 신격화된 자연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옳을 것으로 보인다. 괴이의 탈자연적 존재로서 가장 대표적인 귀신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비형랑(鼻荊郎)’이라는 귀신이다. 이 귀신은 야행성을 지니고 있고 사람과 똑같은 모습에 똑같이 행동할 수 있으며, 다른 동물로 둔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특출한 초인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비형랑은 신이롭기보다 괴이한 귀신으로 분류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사령신적 귀신이란 곧 죽은 이의 넋, 곧 사령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개념 역시 그 정의를 내리고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사령신이라는 뜻의 귀신도 개념상 상당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개념을 한정해서 설명하면, ‘① 충족한 삶과 충족한 죽음, ② 소속감 내지 유대감의 분명함, ③ 신원증명’의 세 가지 조건 중 어떤 조건들을 갖추었는냐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귀신의 범주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사령신적 귀신의 범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고 있는 떠돌이 넋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원귀(寃鬼)이다. 이들은 앞서 말한 세가지 조건 중에서 어느 것 하나가 결격이 되면 되는 귀신으로 사람들로부터 경이원지(敬而遠之, 공경하나 멀리 하려는)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 원귀들은 사람들에게 언제 해독을 끼치게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신귀는 정신병귀라고도 불린다. 즉 정신귀는 정신병의 신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귀신의 분류를 적용하자면, 정신귀는 자연신적인 것보다는 의인신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며, 또한 사령론적 귀신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그것은, 정신귀는 정신병이라는 병을 의인화시켜 만든 귀신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원혼(怨魂) 즉 원귀(寃鬼) 등이 정신병을 물론이고 홍역 등 당시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던 병에 붙어 귀로 변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홍역이나, 맹질처럼 정신병 역시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몹시 두렵고 무서운 질병이었다. 더군다나 정신병은 신체상의 문제가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별다른 치료술이 없었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더욱 정신귀라는 귀신이 어떤 사람에게 들어가 정신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