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치. 나는 북아현동의 달동네에서 만들어졌다.

할머니는 괴팍한 성격에 성격도 괄괄해서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감히 거스를 수 없었다. 70여 평생을 요리를 해오셨기에 대단한 요리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 김치 담그는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기본인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에서부터 나박김치, 백김치, 오이김치, 갓김치까지. 이외에도 지방별 김치도 모르는 것 없이 훌룡하게 만드셨다. 지방토박이 김치장인들도 할머니께 직접 찾아와 삼일밤낮을 매달려 비법 하나씩 배우고 가곤 했다.

할머니가 전통적인 김치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늘 새로운 실험적인 김치를 개발, 근처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김치의 신세계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요리에서 사용되는 재료에서 탈피하여 양념 그 자체의 틀에서도 벗어나곤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상기온과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지속된 장마와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가을에 출하할 채소들이 냉해와 외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이로인해 채소와 과일값이 엄청나게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동네는 아직도 연탄불을 사용해 난방을 할 정도로 어렵게 살고 있어 그 소식을 듣고 김장은 엄두도 못내는게 당연했다. 김복순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머니는 김치를 잘만드는 것만큼 엄청난 김치애호가로 겨우내 충분한 김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곤 했다. 이렇기 때문에 가난한 김복순할머니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채소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어이하믄 좋노."
동네사람들도 고민에 좁은 할머니의 6평짜리 방에 옹기종기 모여 한숨을 쉬고 있었다.
"
그러게요, 할머니. 우리 동네는 할머니 김장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채소살 돈이 없으니" 옆집 이씨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아랫동네에는 다 배추나 무같은 것은 사재기를 해가서 물량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우리같은 사람들은 살 여유도 없답니다. 이 그지같은 놈들은 김치정도 안 만들어도 사 먹을 여력도 되면서 왜 사재기를 하고 지랄이야. 나원,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캬악 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박씨 아저씨는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불평을 했다.

"이놈이! 어디서 남의 방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지랄이야! 오냐, 네놈이 눈에 뵈는게 없구나. 마침 채소도 없으니까 네놈의 혀와 눈알을 뽑아 내가 김장을 담궈주마!" 할머니는 서랍에서 꼬챙이와 가위를 꺼내 박씨아저씨한테 달려들었다.
두눈과 혀가 뽑힌 박씨아저씨는 피를흘리며 쓰러졌고, 말리려던 동네사람들도 모두 눈과 혀가 뽑혔다. 푸슉~!
할머니는 그걸로 김장을 담궈 내가 만들어졌당~! 뿌잉뿌잉
미국이 가고 싶어졌다. 미국 go!

미국까지 아시아나 비행기 타고왔당. 미국 덥당. 너 미국 내가 김치맛을 보여주마. 나는 머리를 미국의 단단한 대지에 쳐박았다. 미국은 역시 강대국이었다. 그 단단한 대지는 김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더욱 강력한 몸짓으로 미국의 대지에 머리를 쳐박았당. 몸에 젓갈과 고춧자루를 사방에 흩뿌리며. 반복된 몸짓에 내 몸을 부서질듯 통증을 느꼈당. ㅋㅋ 하지만 조금씩 반응이 오기시작했다.
점차 미국이 대지를 열고 있었다. 진동이 둥둥 울리며 미국이 조금씩 떨고 있었다. 나는 몸놀림은 더욱 빠르게 했다. 미국이라는 대륙이 김치 하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뉴욕이었다. 타임스퀘어 광장이 뮤지컬을 하기 시작했다. 택시들은 모두 길가로 비켜나면서 뮤직온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내몸을 미합중국대륙이 허락한 것을 알고 몸놀림을 달리 했다. 강약중약 강강약약! 자유의 여신상이 김치의 매운맛을 느꼈는지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로 인해 허드슨강이 점점 차오르고 있다. 맨하튼이 이미 김치, 바로 한국인의 매운맛에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대륙이 나를 한번 허락하고 나니 그 뒤에 파고드는 것은 더욱 쉬웠다. 이미 미대륙은 흥분의 도가니로 절절 끓고 있었다. 이미 미국은 미국이 아니었다. 김치에 매료되 코메리칸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한류 그 이상의, 하나의 흐름 그 이상의 급류였다. 김치 하나로 인해 한류의 범람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미 지각을 넘어 단단한 맨틀층마저 뚫어 버렸다. 뜨거운 고열과 단단한 지층에 부딧쳐 이미 내몸은 한계를 넘어버렸다. 미국은 모든 것들이 전율하고 있다. 순수한 한류에 압도당해 미대륙은 실체를 벗어나 하나의 정점으로 승천하고 있었다. 나는 지구의 핵에 도착했다. 나의 정신도 하나의 극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본것은 김복순 할머니였다.
'
역시 할머니는 지구였군요.'
나는 마지막 이성을 잡으면 생각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하나의 완성된 사실을 알려주었다.
'
나는 한류란다.'

그랬다. 지구는 더이상 지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류였다. 하나의 명칭이 진실된 진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반합의 질서를 넘어 이성과 관념을 넘은 하나의 극의를 완성한 것이다. 완성된 것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완성이되어 김복순 할머니 곁에 존재하게 된다. 아니 존재이상의 아직은 알수없는 어떤 것으로 치환될 것이다. 내 정신은 점차 어떤 곳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 보인다. 미국은 결국 승천되지 못한채 여러개로 분열되고 말았다. 아직은 한류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에서 환희와 만족을 보았다

그곳에서 미국은 웃고있었다

By 김복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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