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사라는 사람이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마침 불빛이 보여서 찾아갔더니 큰 기와집이 있었다. 그곳에는 처녀 혼자 살고 있었다. 처녀는 장병사에게 밥을 차려준 후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밤마다 뭔가가 나타나 식구들을 잡아가고 처녀 혼자 남았는데, 오늘밤 처녀도 잡혀 갈 것이라고 했다. 장병사는 처녀를 구해주기로 마음먹고 처녀대신 대청에 앉아 있었다. 밤중이 되자문 열라.”는 큰 소리가 났다. 그러자 대청마루 밑에서 팔척장신이 나오더니 대문을 열어 주었다. 대문으로 한 장군이 들어왔다. 장병사가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자, 자신은 광속에 든 보물이 사귀(邪鬼)가 된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바람을 쐬지 못해서 사귀가 되었으니 바람을 쐬게 해주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팔척장신은 수백 년 묵은 자물쇠가 변한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장병사는 처녀와 함께 광을 열어 보물이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처녀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떠났다. 처녀는 죽어서 원귀가 되어 평생 장병사를 방해했다

 
붉은 개와 잡귀를 거느리는 장부 귀신

남부 부동에 한 흉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창(李廠)이 형들과 함께 들어가 보았다. 대청에 붉고 검은 두 마리의 개가 양끝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고 붉은 눈만 뜨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도 짓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니 이 두 마리의 개가 뜰에 내려가 날뛰면서 요란하게 소리치니, 얼마 후 조정 관리 의관을 갖춘 한 장부가 집 뒤에서 나와 대청에 와 앉았다. 이어 5, 6명의 잡귀들이 마루 밑에서 나와 남자 앞에 나와서 절했다. 곧 남자가 일어나 집안을 한 바퀴 도니 잡귀들과 개도 따라 돌았다. 그러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 마리의 개는 여전히 마루 양쪽에 엎드려 있었다.
이튿날 이창은 마루 밑을 살피니 낡은 비와 헌 키가 있고, 또 집 뒤를 살피니 굴뚝에 역시 낡은 비가 있기에 모두 꺼내와 함께 불살랐다. 그러고 그날 밤 다시 동정을 살피니, 지난 밤과 꼭 같이 그 의관을 갖춘 남자가 나타나 잡귀와 개를 거느리고 집을 돌기에, 이창은 곧 그 집을 나와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