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은행나무 전설
그걸 구경하고 전등사를 향해 산책을 시작했다. 아름드리 드리워진 수목들도 구경하고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삼림욕장도 구경했다. 그 다음 전등사를 향해 가니 은행나무 두 그루가 반겨 맞아 주었다. 나이를 보니 600살, 500살이었다. 암그루 수그루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암그루에선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나무를 구경하던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가 자신의 아내에게 그 은행나무 전설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강화도령 철종 임금 때의 일이었다. 조정에서는 전등사에 은행을 스무 가마나 바치라고 요구했다. 전등사 은행나무는 기껏해야 열 가마밖에 열매를 맺지 않는데 스무 가마를 요구하니 관리들의 횡포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었다.
이 지시를 듣게 된 동자승이 노스님께 고했다.
“스님! 정말 관가에서 너무들 하는 것 아닙니까요?”
“허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얘야,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미워해선 안 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
노스님은 이렇게 타일렀지만 자신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 스무 가마를 내놓을 수도 없었고 관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더욱 더 불교를 탄압할 것이 분명했다. 노스님은 하는 수 없이 강화 백련사에 있는 추송 스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추송 스님은 도력이 높기로 소문이 난 분이었다.
며칠 후 추송 스님이 전등사에 나타났다. 곧 전등사 일대에 ‘전등사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두 배나 더 열리게 하는 기도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추송 스님의 3일 기도를 지켜보았다. 그 중에는 관리들도 섞여있었다.
“어떻게 은행이 두 배나 많이 열린단 말인가?”
“맞아! 추송 스님이 제 아무리 정성을 드려도 소용없는 짓이겠지.”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수군거렸다. 이윽고 기도가 끝나는 날이었다. 갑자기 추송 스님의 기도를 지켜보던 관리들의 눈이 얻어맞은 것처럼 퉁퉁 부어버렸다.
“이제 두 그루의 나무에서는 더 이상 은행이 열리지 않을 것이오.”
추송 스님이 기도를 끝내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그때 때 아닌 먹구름이 전등사를 뒤덮더니 비가 무섭게 내렸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일제히 땅에 엎드렸다.
얼마 후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을 땐 추송 스님은 물론 노스님과 동자승까지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보살이 전등사를 구하기 위해 세 명의 스님으로 변해 왔다고 믿게 되었다.
그 때부터 전등사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