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평 4호
2005년 어느 날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릐 평수에 대해 처음으로 내게 비밀히 말씀해주셨다. "말 안 했지만 그 집이 44평 4호였어. 네 아빠가 그러는데 그 집을 살 때 옆집과 땅을 나누면서 그렇게 되고 말았다고 하더라. 4호까지는 안 만들려고 했더던데, 그일로 옆집 아저씨와 내내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지, 아마."
44평 4호...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지만 어릴 때 그 집은 햇빛도 잘 안 들어오던 집이었다. 나는 그 공포의 집에서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보내야 했으며 아버지를 잃었고 숱한 귀신들과 마주치면서 두려움에 떨고 살아야 했다. 그집에서 살 때는 어린 시절이라 평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나의 엄마는 그 집에서 이사한 후 이 십여년이 흐른 뒤에 그 집의 이상한 면적(평수)을 알려주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잠재의식에서조차 '4' 라는 숫자와 그 집을 연결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4' 자를 의식하지 않았다.
1993년, 나는 P오피스텔로 이사했다. P오피스텔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자주 있었는데 유령들이 자주 보였으며 나쁜 일들이 일어났고 건강도 점점 안 좋아졌다.-266~272쪽
먼 훗날 예전에 살았던 그 오피스텔의 주소를 우연히 찾아보니 '4' 라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시 ○○구 ○○동 404번지 P오피스텔 414호. 결국 나는 사 년간 고생해서 매입한 그 오피스텔을 스스로 잃고야 말았다.
1998년에 이사한 모 아파트의 주소는 모 아파트 ○○동 308호. 그러나 4층이었다. 아파트 측에서 단지 '4' 라는 숫자를 피한 것이 했으나 이 아파트에서도 끊임없는 심령 현상을 겪다 못해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여러 중병들을 앓아야 했으며 결국 나는 불행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1년, 또 이사를 갔다. (나는 역마살이 꼈는지 자주 이사 다니는 팔자였다.)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그 아파트의 주소는 446-○○번지. 이곳에서도 결국 안 좋은 일들이 계속 이어지더니 나의 소중한 아이가 가족 대신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되었으며 결국 그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자주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늘 아슬아슬하게 집을 구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당시는 '나의 삶을 분석하던 처지'가 아니었기에 굳이 미신처럼 숫자 4에 대해 연연하는 마음이 없었다.-266~272쪽
4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가볍게 이사하게 되었다. 숫자4에 대한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은 단지 민간신앙적인 어리석은 미신이라고만 생각했다. 집을 구할 때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또한 시간도 없어서 이삿날만 되면 늘 바쁘게 간신히 구해진 집으로 이사가야 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요즘 분석한다면 기가 막힐 정도로 나와 숫자 '4' 와의 인연은 악연이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숫자 '4' 의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이런 이들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매 체질에 해당되는 건지. 어쩜 이러한 상관관계도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수의 마법적인 힘과 신성한 의미를 찾는)적 축면에서 본다면 우매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수비학적 관점에서 서양 사람들이 꺼려하는 불길한 숫자 '13' 과 '6' 을 살펴보자.
6은 악마를 막는 다윗의 별이며 완전수이고 신비의 육각형인 헥사그램을 상징한다.
13이란 숫자는 어떠한가. 13은 새로운 순환을 의미하는 여신의 숫자이며 성경에서는 통치를 뜻하는 아주 좋은 수라고 한다.-266~272쪽
숫자 4는 또 어떤가. 4는 흙, 물, 공기, 불인 신성한 4원소를 상징하고 있으며 테트라 그라마톤이라는 신의 이름도 YHWH라는 네 글자로 이루어진다. 또한 타로에서는 황소자리(봄), 사자자리(여름), 전갈자리(가을), 물병자리(겨울) 네 가지 생물을 상징하며 이는 네 개의 성배 심볼들을 의미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불길한 숫자의 상징적 역사를 다시금 분석하다보면 실제는 신성한 숫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불길함은 사람의 정신과 의식에 기인한 것일까. 나에게 있어 불길한 숫자 4를 상징하는 의미들을 서양적으로 고찰해보면 신성한 숫자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데 어째서 나에겐 지독하게 저주스러운 숫자로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와 음양의 미스터리는 하잘것 없는 피조물인 내가 알 길이 없다. 다만 지성을 초월한 천지의 흐름 안에 현존하는 창조주의 섭리만이 신비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다.-266~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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