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스님들의 어머니 - 하룻밤에 몰록 깨닫는 불교진리 돈오돈수 1
법전 스님 외 지음 / 도피안사 / 2010년 4월
절판


ㅡ 친구들을 대접하기 위해 발가벗긴 옥수수밭
내가 개구쟁이 어린 시절, 보통학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나는 학교에 다녀오면서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어머니는 친구들이 오면 언제나 반겨 맞아주셨고,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내놓으셨다. 나는 그 한가지로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다. 먹을 것이 귀했던 때, 아무리 어린아이여도 간식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고, 심지어는 끼니도 챙기지 못한 집이 많았을 때였으니, 우리 집에 가면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되니 더 말해 무엇 하랴.
그날도 나는 친구들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왔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어머니가 집을 비우시고 어딜 가셨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시질 않았다. 잔뜩 기대를 하고 집엘 왔는데, 난 친구들 보기에 체면도 없고 미안하기도 했다.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어인 내 깜냥에도 무척 난감하였다. 뭐라도 먹을 것을 내 놓아야 한다는 철없는 의무감에 난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다. 문득 뒷밭에 심어놓은 옥수수가 생각났다. 배도 고프고 뭘 먹을 것을 친구들에게 내놓아야 하는데 다른 것이 없으니까, 뒷밭의 옥수수 생각을 떠올렸던 것이다. -24~28쪽

난 친구들을 데리고 옥수수가 가득 심어진 뒷밭으로 갔다. 나는 앞장서서 한창 익어가는 옥수수의 위쪽 수염을 움켜 잡아서 껍질을 내리 벗겼다.
막상 옥수수라도 먹으려고 껍질을 홀랑 벗겨 보니 익지도 않았지만, 알이 차지를 않아 빈 쭉정이였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떨던 시던 입에 들어가 씹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알이 차질 않아서 입안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익은 것을 찾으려고 옆에 있는 것을 벗기도, 또 다른 것을 벗기고 해서 쭉 벗겨나가다 보니 한 이랑을 다 벗겨도 똑같았다. 결국 친구들이랑 벗기기 시작한 옥수수 밭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의 벌거숭이가 되어버렸다.
난 할 수 없이 옥수수는 포기하고, 이번에는 계사가 있는 닭둥우리 쪽으로 가서 계란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나와 불에 굽기 시작했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펴 계란을 넣었더니 모두 펑펑 터져버렸다. 우리들 옷이나 부엌은 계란 범벅이 되었다. 결국 광주리에 든 계란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 계란을 불에 굽기 위해서는 먼저 계란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우른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무조건 불 속에 던져 넣었으니 터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24~28쪽

◈어머니는 뒷밭으로 가서 우리들이 저질러 놓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소행을
아무런 말씀도 없이 다 둘러보셨다.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게 오시더니
나를 꼭 껴안아 주시고는 “네가 친구들을 대접하고 싶었구나.” 하시곤
더 이상 아무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우리가 부엌에서 그런 난리를 치고 있는 사이 어머니께서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그 엉망진창의 광경을 찬찬히 다 보셨다. 난 어머니께 자초지종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뒷밭에 있는 옥수수 껍질 벗긴 이야기도 했더니, 어머니는 뒷밭으로 가서 우리들이 저질러 놓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소행을 아무런 말씀도 없이 다 둘러보셨다.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게 오시더니 나를 꼭 껴안아 주시고는 “네가 친구들을 대접하고 싶었구나.” 하시곤 더 이상 아무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등을 두드려 주셨다.-24~28쪽

ㅡ 어머니를 만나러 절로 가다
그렇게 자상하고 자애로우신 어머니는 내 나이 열 두 살 되던 해, 그만 이 세상과 하직하셨다. 어리디 어인 나를 두고 저승으로 가셨던 것이다. 난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평소 나를 끔찍이 아껴주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고, 공부를 하고 글을 읽어도 어느 사이 어머니 생각에 젖어 나도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주야로 울기만 했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절에 가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달래셨다. 난 그 길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오직 어머니를 만난다는 심정 하나로 아버지 손을 잡고 절로 왔다. 솔직히 말하면 불교를 알아서 도를 구하러 절에 온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러 절에 온 것이다.
절에 오니 스승이신 동산스님께서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부르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고 말씀하셨다. 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여 자나깨나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불교공부가 결국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이다. 난 지금도 내 자신을 돌아보면 어머니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큰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24~28쪽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한 내 마음이 불교를 만나게 했고,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내 마음이 결국 관세음보살 기도를 하게 했다. 이러한 내 마음과 내 기도가 나의 불교공부의 출발지였고 목표가 되었다. 내 불교공부의 모두는 어머니가 인도한 것이다.-2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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