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가 가로등 앞에 모여든 하루살이처럼 날리는 날이다. 넓은 강으로 공부하러 가던 시냇물들이 한쪽에 모여 땡땡이를 치다가 바람한테 들켜 가슴이 꽁꽁 얼어붙도록 혼나고 있는 그런 겨울 풍경도 보인다.
그런 겨울날, 방 안에는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초청한 적도 없고 문을 열어준 적도 없다. 그 불청객은 다름 아닌 똥파리다. 그것도 파촐소장은 거뜬히 하고도 남을 만큼 덩치가 큰 녀석들이다. 처음에 어쩌다가 한 마리가 보일 때만 해도 명절이라 찾아왔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 하루에 서너 마리씩 나타나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출몰한 수가 청와대를 습격하러 내려온 김신조 부대와 실미도 대원의 수와 비슷한 서른 한 마리 정도는 족히 되고도 남는다.
아무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지만 나처럼 홀로살이하는 중한테서 뭘 얻어갈 게 있다고 찾아올까!
아마도 짐작컨대 여름에 천장에다 알을 매달아 놓았지 싶다. 그런데 실내 온도가 높으니까 시절을 잘못 알고 깨어난 것 같다. 똥파리에겐 미안하지만 보이는 족족 바깥으로 내몰았다. 체질상 경찰관 친구가 하나도 없듯이 똥파리하고는 친하지 않다.-178~179쪽